“제가 ‘화합!’ 하면 여러분은 ‘상생!’이라 외치며 줄을 당겨주시면 됩니다. 하나, 둘, 셋, 화합!”
“상생!”
사회를 맡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줄을 힘껏 당기자 하얀 천에 가려져있던 법당 현판이 드러났다. 설악무산 스님의 필체로 제작된 ‘서원보전’. 법당 안에는 불상과 함께 무산 스님의 초상화가 한 켠에 걸려 있다. 이날 자리에 모인 예술인들은 그림·시 등 문화예술을 아끼던 무산 스님의 뜻을 기리며 따뜻한 글과 그림, 감동을 주는 음악으로 삶에 지친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다짐했다.
서울 성북구 북악산자락, 신흥사 말사 무산선원(주지 선일 스님)이 9월19일 문을 열었다. 생전 문화예술을 통한 화합·상생 정신을 강조한 무산 스님의 뜻을 선양하고자 매달 시·소설 낭송회와 음악회를 여는 등 예술인들이 언제나 찾아와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운영된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개원식은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이근배 만해시인학교장·오세영 시인·조정래 소설가 등 유명 문학인들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최상기 인제군수 등 정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지 선일 스님 인사, 현판식, 감사패·후원금 전달, 무형문화재 안숙선 명창의 축하 공연, 시 낭송회로 이어졌다.
선일 스님은 인사말에서 “문화공간으로 개원하는 오늘은 모두가 화합하고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무산 스님은 백담사에 주석하며 후학에게 ‘정’이라는 숙제를 남겨주셨다. 민들레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새 꽃을 피우듯 문화예술을 사랑한 무산 스님의 법향이 북악산 기슭에 새로운 꽃을 피우도록 예술인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백담사 주지 삼조 스님 등 상좌들은 은사 스님의 뜻을 받을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에게 1억원을 전달하고, 선원 설립에 큰 도움을 준 최상기 인제군수와 최영진 사진작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어 오선숙·이주은·김경복 시인이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와 무산 스님의 ‘아득한 성자’ ‘파도’ ‘마음 하나’를 낭독했다. 이날 참석한 오세훈 시장 부인 송현옥 여사도 무산 스님의 ‘절벽에’를 낭송하며 상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편 개원식에서 무산 스님 부도탑 설계도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선원을 찾는 사람들이 무산 스님을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꾸밀 계획이다. 부도탑을 설계한 김경민 조각가는 “무산선원에 찾아오는 많은 분이 무산 스님의 정신을 기리고 기념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의 후원으로 열리는 시·소설 낭송회와 음악회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마다 열린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측은 “시 낭독회를 통해 만해 스님과 무산 스님의 시 정신을 다시 일깨우면서 모두가 시를 통해 정서의 풍요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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