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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자은사, 경내 관통 전철 공사로 폐사 위기 직면

  • 교계
  • 입력 2022.09.20 17:36
  • 수정 2022.09.20 17:37
  • 호수 1650
  • 댓글 1

시청·정부 등에 탄원서 냈지만 사찰 10여m 앞까지 공사 완료
시멘트 등 떨어져 진입도 어려워…“한국불교계 적극 도움주길”

 [자은사 제공]
[자은사 제공]

중앙아시아의 유일한 한국사찰 우즈베키스탄 자은사가 법당 위를 관통하는 당국의 전철 공사로 폐사 위기에 처했다. 자은사 주지 조주 스님은 9월20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우즈벡 정부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정당한 보상이나 대토 없이 사찰 폐사와 토지를 비워달라는 입장”이라며 사찰 명맥 유지를 위한 한국불교계의 도움을 호소했다.

자은사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시 종교국과 종교위원회 및 법무부에 정식 등록된 불교사찰이다. 1991년 연등국제불교회관으로 시작한 자은사는 1997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이듬해 조주 스님이 인수, 재건하면서 현재 중앙아시아 한국불교의 거점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33년간 자은사를 지킨 조주 스님은 타향살이에 지친 고려인들의 버팀목을 자처하며 활발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 복원과 불교 유적지 발굴·보전에도 힘쓰고 있다.

경내를 통과하는 전철 공사. [자은사 제공]
경내를 통과하는 전철 공사. [자은사 제공]

자은사에 따르면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9년 전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부터다. 공사 시작 직후 시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을 당시에도 “사찰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공사가 점차 진행돼 2021년 자은사가 위치한 타쉬켄트 구간의 공사가 이뤄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공사장 위치를 이상하게 여긴 조주 스님이 시청을 찾아 재차 공사 진행 방향을 문의하자 돌연 시청은 “사찰 경내를 관통해 전철이 건립될 계획”이라며 사찰을 비우라는 철거지침을 내렸다.

스님은 곧장 시청과 타쉬켄트주 정부, 대통령종교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몇 차례 시청에서 문제 사항을 청취하고 돌아갔지만 정당한 보상과 관련해 어떠한 공식적인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올해 5월에는 사찰 인근 200m까지, 8월에는 자은사 10여m 앞까지 공사가 완료됐다. 공사는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가 진행 중이다.

유사한 사례는 2017년도에도 있었다. 당국은 도로공사를 이유로 사찰의 절반 이상을 편입한 계획안을 고시하고, 자은사 이전을 위한 대토 장소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한 토지는 향후 도로 건설로 편입이 결정된 곳이었으며, 토지사용자에게는 동의조차 받지 않은 땅이었다. 때문에 자은사가 대토 거절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며 강력 대응하자 도로건설 계획을 변경해 마무리된 바 있다.

자은사에서 법회 후 기념촬영. [자은사 제공]
자은사에서 법회 후 기념촬영. [자은사 제공]

주지 조주 스님은 “자은사를 관통하는 전철 공사와 관련해 어떠한 사전 공지도 받은 적 없다. 전에도 유사한 경험이 있어 걱정하던 차에 공사의 방향이 수상해 시청에 직접 문의해 알아낸 결과”라며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사가 마무리되는 지금까지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할청이 만남을 회피하며 어떠한 대답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님은 “5년 전 자은사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 강력하게 대응한 결과 사찰의 절반 이상을 편입하는 도로공사 계획을 겨우 무마시키고 사찰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심지어 이번엔 정확한 통보조차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슬람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이 불교를 탄압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자은사 제공]
[자은사 제공]
 [자은사 제공]
[자은사 제공]

더욱 문제는 안전망조차 설치되지 않고 공사가 진행돼 경내 건물 위로 시멘트, 흙 등 건축자제가 떨어져 사찰운영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사찰 진입도 어려워 신도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법회 진행조차 힘든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철 공사 관계자들이 사찰 하수도를 임의로 파손해 일요법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급히 하수도와 정화조를 설치하긴 했지만 또다시 이런 일이 재발할까 매일 불안에 떨고 있다.

조주 스님은 “밤낮으로 발생하는 공사 소음과 진동으로 기본적인 예불마저 진행하기 어렵고 신도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사찰의 기능마저 잃어가고 있는 자은사의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고 개탄했다.

 [자은사 제공]
[자은사 제공]

조주 스님은 사찰 재산권과 종교활동 침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한국불교계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지금까지 조용히 정부에 탄원서만 제출하며 답변이 오길 기다렸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다”며 “당국 책임자와 사찰 이전, 대토 등 보상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 자리가 마련되려면 각계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국불교계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비상식적인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자은사 신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기도하고 법회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자은사의 존폐가 걸린 이번 문제를 잘 이겨내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측에 항의 전화와 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02)574-6554(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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