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시 떠나 고요한 산중에서의 느림과 멈춤. 번잡한 일상 벗어나 마음 비우고 욕심 버리며 모든 생각조차 내려놓는 시간. 그건 명상이 아니다. 아니, 그런 명상은 쓸모가 없다고 단언한다. “현실과 유리돼서 특정 시설과 조건을 갖춘 상태서 이뤄지는 명상은 적어도 고령화 시대, 삼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현 스님이 “현실과 부딪치면서 승부 내는 현실에 도움이 되는 명상”을 제시한다. 특히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닌 고역이 되어버린 고령층과 수많은 정보를 소화하며 경쟁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자현 스님은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는 ‘부드럽지만 잔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작은 언어와 행동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약해지고 분열되었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명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명상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성공을 바라는 젊은이들에게는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길 바라는 고령층에게도 명상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현 스님은 명상이 “정신의 근손실을 막는 운동이자 보양식”이라고 설명한다. 명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똑같은 일을 하고 같은 분량의 공부를 하더라도 명상을 통해 정신의 근력을 키우면 효율성, 즉 연비가 좋아진다는 비유다.
하지만 그런 명상이라도 선센터나 산사에서 해야만 한다면, 조용한 방안에 혼자 앉아 해야 하는 것이라면 현대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를 바 없다. 고립된 오지를 찾는 티베트의 수행법이나 위파사나, 마음챙김명상(MBSR) 등이 각광 받지만 현실과 동떨어지는 ‘수행환경’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통에 맞지 않는, 현실과 유리된 수행법”이라고 지적한다. 일상에서 이뤄져야 하는 명상이 특별한 장소, 자세, 환경을 요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자현 스님이 제시하는 명상법은 간단하다. 많이 자고 편안히 눕는 것으로 준비는 충분하다. 미간 사이에 의식을 두고 15분 정도 편안히 호흡하며 ‘현성법신(現成法身)’과 ‘현법열반(現法涅槃)’을 들숨과 날숨에 읊조린다. ‘지금 진리가 성취되니,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언제나 고요하다’는 뜻이다. 이 정도로도 정신의 근력을 키우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동아시아에는 명상에 대한 실천적인 전통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자현 스님은 “부처님께서 출가자와 재가자에게 각각 맞는 가르침과 수행을 제시하셨듯 이 책이 현대인들에게 맞는 수행법의 새로운 버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1호 / 2022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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