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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언어로 우리가족 자랑할래요!”

  • 교계
  • 입력 2022.10.07 12:06
  • 수정 2022.10.18 15:58
  • 호수 1652
  • 댓글 0

일일시호일, 10월6일 제1회 전국이중언어말하기 대회 개최
총 20명 본선 저·고학년부 나눠 진행…대상 양은석·장연아
김형규 대표 “이중언어 습득은 아이의 정체성 확립 의미”

전통의상을 입고 이중언어 대회에 참가한 20명의 아이들이 대회준비에 여념이 없다. 혹시나 까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원고를 읽고 또 읽고 손에서 놓지 않는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자신의 차례가 되자 누구보다 씩씩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섰다.

워아이니, 아이저니, 지우샹라우수아이다미, 메이펀아이칭쉐이, 샤오하이아이수웨이컹, 지우샹소우찌아이총디엔치,짜지아이피 지오우, 홍또이샤오유빙아이똥텐, 텐콩아이차이홍, 워아이워더쟈!

(너를 사랑해. 사랑해. 쥐가 쌀을 사랑하는 것처럼, 밀가루가 물을, 하늘이 무지개를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 가족을 매우 사랑합니다!)

기우일 뿐이었다. 무대 뒤편에서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국어와 부모의 모국어 실력을 뽐내는 아이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가정에서, 가족센터에서 갈고닦은 이중언어 실력을 자랑했다. 한 명 한 명 발표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국경을 떠나 최선을 다한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6분 가량 스피치를 끝마치고 내려간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언어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시대,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 역량 개발과 자긍심 고취, 이중언어 소통환경 조성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대표 김형규)은 10월6일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봄에서 날마다좋은날 제1회 전국이중언어말하기 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김형규 일일시호일 대표, 강현덕 가족센터협회장, 박지선 종로구가족센터장, 박병준 양천구가족센터장, 이채희 중랑구가족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베트남 국영 TV 취재진도 참석해 대회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줬다.

일일시호일이 주최·주관한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는 조계사, 봉은사, 보덕학회, 한국가족센터협회, 하나금융나눔재단이 후원하고 대한불교진흥원이 지원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일일시호일이 법인 차원에서 처음 마련한 자리로, 불교계 법인이 개최하고 사찰이 동참하는 등 불교계가 이중언어 인재 육성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행사가 됐다.

전국 다문화가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회는 저학년부와 고학년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예선을 거쳐 올라온 20명의 학생들이 본선에 올라 자웅을 겨뤘다. 주제는 ‘우리 가족·자랑’으로 한국어로 2분30초간 발표하고 같은 내용을 중국어·태국어·베트남어·러시아어·일본어·캄보디아어 등 부모의 모국어로 다시 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형규 일일시호일 대표는 개회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만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은 아이들이 한국어 외에도 또 다른 부모의 언어를 접하고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며 “언어에는 그 나라의 전통과 예절, 행동 양식, 사고방식 등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내포돼 있다. 이 어린이들이 한국어와 부모언어를 배우며 사용한다는 것은 두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며 이중문화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중언어 교육을 적극 활용한다면 아이들은 좀 더 폭넓은 지식을 쌓고 문화적으로도 하나의 언어만을 하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본선에 오른 20명의 어린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떨지 말고 당당하게 능력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개회사와 함께 남수연 법보신문 부국장의 사회로 이중언어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태국인이 아이는 한국에 정착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한국어 실력을 발휘했으며 엄마가 중국인인 아이는 부모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참가한 학생들 모두 부모의 언어를 모국어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아이들의 스피치에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플래카드,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고학년부까지 마무리되자 뮤지컬 갈라 어쏘티디 공연팀 송자연, 이리건씨가 무대에 올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어공주·알라딘 OST를 부르며 공연장을 흥으로 가득 채웠다.

이후 심사가 진행됐다. 대회 심사는 현지인을 포함, 각 국가 언어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내용 구성(20점), 행동표현력(20점), 관객호응도(10점), 이중언어의 정확성(40점) 등을 심사기준으로 삼아 심사기준에 맞게 공정하게 심사를 실시했다.

심정섭 총괄 심사위원은 총평에서 “참가한 학생들 모두 언어 능력이 출중해 심사위원들도 고심을 했다”며 “이번 대회는 학생들의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된 만큼 암기가 아닌 일상에서 대화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하고, 과장되지 않는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또한 주제를 얼마나 잘 담아내고, 가족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지, 이야기를 전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지를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총 10명이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대상은 저학년부 양은석(중국어, 시흥능곡초 2), 고학년부 장연아(중국어, 엄사초 5)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은 저학년 이수범(태국어, 서울문백초 2), 고학년 정연주(우즈벡어, 남선초 4), 우수상은 저학년 최미경(중국어, 관산초 3), 고학년 이하은(중국어, 대평초4), 장려상은 이우진(베트남어, 한천초2), 임가연(중국어, 관산초2), 서시우(일본어, 오목초5), 정인수(중국어 구곡초5) 등이 수상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이 250만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조계사는 이주민들이 우리사회에 잘 정착해서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스님은 이어 “한국말은 물론 부모님의 나라의 말을 잘 배워서 가족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부모님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여 스스로 존귀한 삶을 살아가야한다. 대회를 계기로 부모님의 나라가 품은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당하게 부모님 나라 말로 가족을 자랑한 여러분들이 훗날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루기를 바라며, 스스로 귀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겠다”고 응원했다.

강현덕 한국가족센터협회장도 “다문화 아동은 미래의 주역이다. 이 자리를 통해 다양한 가정의 어린이가 특별한 꿈과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대회가 되길 기원한다”며 “다문화 가족은 탤런트와 톨래랑스를 키우는 씨앗이다. 전국의 가족센터는 소중한 씨앗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언어역량 강화와 인재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미경(10) 학생은 “조금 긴장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있어서 힘을 받았다”며 “7살 때부터 센터에서 중국어를 배웠다. 어렵긴 하지만 엄마가 있어서 모르는 것도 물어볼 수 있고 이렇게 대회도 나올 수 있었다. 다른 대회가 또 열린다면 참가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수범 (9) 학생 보호자 이용준씨는 “아이가 태국에서 태어나 8년간 살다가 지난해에 들어왔다. 아이에게 태국어가 모국어 수준이지만 한국에 들어온 뒤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수준이 어느정도 까지 성장했는지를 파악해보고 싶어서 참여를 시켰다. 앞으로도 한국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했다.

김형규 대표는 “굉장히 수준 높은 어린이들이 많이 나와 대회가 알차게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자라 인재로 자랐으면 한다”며 “처음 개최한 대회라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 홍보를 강화해 전국에 많은 어린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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