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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 ‘존엄’ 이젠 국가가 보장해야”

  • 교계
  • 입력 2022.10.17 17:55
  • 수정 2022.10.17 18:10
  • 호수 1654
  • 댓글 0

조계종 사회노동위, 10월17일 세계빈곤퇴치 날 맞아
서울시립승화원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 봉행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새로운 추모공간 조성 촉구도

세계빈곤퇴치의 날(매년 10월17일)을 맞아 빈곤과 사회적 고립으로 삶을 마감한 무연고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삶과 죽음이 존엄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사노위)는 10월17일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를 봉행했다. 1017빈곤철폐의날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조계종 사노위, 빈곤사회연대 등 단체가 주관한 추모제는 2017년부터 시작돼 올해 6회째를 맞았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친척이 없거나 다양한 이유로 가족·친척에 의해 인수 거부된 사망자를 지칭한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총 3603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 1025명과 비교해 3.5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 7월 기준 무연고 사망자는 2578명으로, 이미 2019년 2656명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 수치대로 가면 처음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4000명대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올해 8월 생활고로 전입신고조차 못하고 생을 마감한 ‘수원 세모녀' 사건과 같이 무연고 사망자 중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70% 이상이다. 이는 빈곤으로 가족의 죽음과 장례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욱이 서울시는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화장해 ‘추모의집’에 10년간 봉안하고 시립공동묘지에 합동매장 해왔다. 그러나 2020년 대통령령 개정으로 봉안 기간마저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추모제가 진행되는 날을 제외한 평상시에는 추모의집이 개방되지 않아, 고인을 자유롭게 추모할 수도 없다.

추모제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 치러 줄 사람마저 없는 무연고 사망자분들을 위한 극락왕생 발원 기도로 진행됐다. 사노위 스님들이 의식을 집전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추모의집’ 내 유골함 앞에서 짧은 추모의식을 가진 뒤 영가들을 위한 불단에 헌향·헌화를 진행했다. 사부대중은 무연고 사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동시에 빈곤으로 인한 고독과 고립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마련을 요구했다.

사노위원장 지몽 스님은 “지난해 말 장사법이 일부 개정돼 올해 6월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단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국가가 장례비용을 지원하는 공영장례의 길은 열렸다. 그러나 공영장례에 대한 취지와 인식, 제각각인 지자체 조례 등 제고해야 할 부분이 산재해 있다”며 “조속히 무연고자 장례와 관련된 일체의 미비점과 현장의 실태를 파악해서 존엄을 담보할 수 있는 메뉴얼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연고자 공영장례가 사회구성원 누구나 애도 받고 애도할 권리가 보장되고, 이생에서 존엄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서울시와 정부를 향해 “가난과 관계 단절로 죽어서까지 차가운 건물 속에 방치되는 유골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화장된 유골을 차갑게 보관하는 창고가 아닌 이름에 맞게 무연고자 분들을 추모할 수 있는 추모관을 새로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광헌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부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서울 동자동에서는 매년 40여명의 무연고자가 ‘누가 내 죽음을 기억해 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합동장례마저도 6개월에서 1년은 기다려야 치룰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모든 이들의 마지막이 존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고인들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공간도 다시 조성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무연고 사망자 추모공간 조성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추모의집 내부에 설치된 선반에는 공간 구분도 없이 빼곡히 유골함이 놓여 있다. 외부에는 이곳이 추모의집이라 알 수 있는 안내표지판도, 현판도 하나 없을 뿐더러 봉안된 고인을 확인할 수도 없다”며 “서울시는 진정 추모의집 다운 공간으로 시설을 확충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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