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6. 문경 윤필암 사불선원

기자명 법상 스님

수행은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해야

우물은 영원하지 않는 세월을
물고기는 목숨·물 무상함 비유
어떤 수행이건 끈 놓으면 안돼
잠시 삼매 들면 그 자리가 극락

문경 윤필암 사불선원. / 글씨 하촌 유인식( 柳寅植 1921~2007).
문경 윤필암 사불선원. / 글씨 하촌 유인식( 柳寅植 1921~2007).

忍受井枯魚少水 寧容象逼鼠侵藤
인수정고어소수 영용상핍서침등
覩玆脆境早修行 勤念彌陀生極樂
도자취경조수행 근념미타생극락
(물고기가 옹달샘 물이 말라 적어지면 어찌 견딜 것이며/ 설령 코끼리는 등나무를 흔들고 쥐들은 갉아먹는데/ 이런 위태한 지경을 보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조급히 수행하라./ 부지런히 아미타불 염불하여 극락왕생하리라.)

이 주련의 일부는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 제2권 불자필람(佛子必覽)과 ‘석문의범(釋門儀範)’ ‘칠중수계의궤(七衆受戒儀軌)’ ‘화엄대례문(華嚴大禮文)’ 등을 통해 서둘러 수행할 것을 경책하는 문구로 자주 거론되는 게송이다.

첫 구절은 ‘출요경’ 가운데 무상품을 바탕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인수(忍受)는 견뎌내는 것으로 인내(忍耐)와 같은 표현이다. ‘법화경’ 제13 권지품에 “법을 전함에 있어서 인욕(忍辱)의 옷을 입어야 한다. 모욕당하고 업신여기는 말을 듣더라도 우리는 모두 참아내겠노라” 하는 말씀이 있다. 정(井)은 우물이나 옹달샘처럼 작은 물을 말한다. ‘출요경’에는 “오늘도 이미 지나 목숨이 줄어드니, 마치 옹달샘의 물고기와 같아서 거기에 어떤 즐거움이 있겠는가”라 했다. 우물은 한계가 있는 몸, 물은 언젠가는 줄어들기에 영원하지 않은 세월, 물고기는 사람의 목숨, 물이 준다는 것은 무상함을 비유한 것이다. 

두 번째 구절의 근거는 ‘빈두로위우타연왕설법경(賓頭盧爲優陀延王說法經)’이다. 사람 몸 받기 어려운데 사람 몸 받았고, 남자로 태어나기 어려운데 남자로 태어났고, 출가하기 어려운데 출가했고, 법문 듣기 어려운데 법문을 들었으니 이 네 가지는 제일 어려운 것이거늘 다행히 불문에 발을 들였으니 큰 바다에 빠졌을 때 부낭(浮囊)을 만난 것처럼 다급히 수행하라는 경책이다. 어떤 사람이 광야에서 사나운 코끼리를 만나 이를 피하려고 우물로 나무뿌리를 잡고 내려가 숨었다. 그때 흰 쥐와 검은 쥐가 나무뿌리를 갉고 있었으며 우물의 사변(四邊)에 네 마리 독사가 물려고 하였다. 우물 아래는 독룡이 있어서 두려웠는데 나무뿌리가 흔들리자 나뭇가지를 타고 꿀 세 방울이 그의 입속으로 떨어졌다. 이때 나뭇가지가 더 세게 흔들려 벌들이 날며 그를 쏘아댔다는 말씀을 게송으로 나타낸 것이다. 광야는 생사, 남자는 범부, 코끼리는 무상, 언덕의 우물은 사람의 몸, 흰 쥐와 검은 쥐는 밤낮, 나무뿌리는 사람의 목숨, 나무뿌리를 갉는다는 것은 시시각각으로 멸(滅)함, 네 마리 독사는 사대(四大), 꿀은 오욕(五慾), 벌떼는 각관(覺觀)에 비유한 것이다. 이 비유를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 한다.

세 번째 구절도 ‘출요경’에서 위 두 구절에 이어지는 구절을 바탕으로 지은 시문으로 보이며 수행의 긴박함을 밝히고 있다. 수행은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다급하게 해야 한다. ‘통록촬요(通錄撮要)’에 보면 ‘발심염불조수행(發心念佛早修行)’이라고 하여 “발심해 염불 수행하기를 조급히 하라”고 했다.

마지막 구절은 보조지눌 스님의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에서 “지금 말법의 시대라 바른 도가 가리어졌는데 어떻게 선정과 지혜에 힘쓸 수 있겠는가? 부지런히 아미타불을 불러서 정토에 갈 업을 닦는 것 같지 못하다”는 의미와 같다. 어떤 수행을 하든 그 끈을 놓치면 안 된다. 여기서는 정토 신앙에 근거하여 염불 수행을 권하고 있다. 염불하든 참선을 하든 잠깐이라도 삼매에 들면 그 자리에 극락이 생(生)하는 것이다. 40권본 ‘화엄경’ 권제40에 보면 “잠깐이라도 선정에 들면 극락세계에서 나게 되어 곧 아미타불과 문수사리보살·보현보살·관자재보살·미륵보살을 뵐 것인데, 보살들은 몸매가 단정하고 공덕을 구족하여 아미타불을 둘러싸고 앉아 있을 것”이라 했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