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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지키는 것과  시대에 맞게 변경하기

기자명 황산 스님

부처님 당시 진보적이던 불교
시간 지날수록 지극히 보수적
열정 없이 의무만 남으면 도태
주요 재일 양력으로 변경 제안

핼러윈은 서양에서 들어온 명절입니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살아있는 사람에게 들어갈 수도 있다는 날입니다. 불교의 우란분절이나 동지와 비슷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국불교는 백중과 동지를 매우 중시여기며 법회를 꼭 합니다. 핼러윈은 낯설어서 그런지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청년들에게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중요한 축제의 날이 되었습니다. 백중과 동지의 기세는 점점 줄어들어 백중은 절에 다니는 사람 말고는 아는 이가 거의 없고 동지도 단오와 삼짓날처럼 사장되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핼러윈이 차지해가는 현실입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찰에서도 핼러윈을 해야 할까요? 켈트족은 죽은 사람이 이승으로 돌아오는 날을 제삿날이 아닌 10월31일로 믿었습니다. 죽은 자가 돌아와서 사람 몸에 들어가니 귀신분장을 하면 영가가 사람으로 보지 않아서 지나친다는 믿음 때문에 귀신분장을 하는 것입니다. 영가가 이승으로 오는 날이라면 불교에서는 천도재를 지내면 됩니다. 이렇게 핼러윈은 불교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가 핼러윈을 사찰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을까요? 핼러윈을 법회로 운영한다면 반대가 심할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거대한 조직처럼 되어 있습니다. 조직화 된 곳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역량은 제한적입니다. 물론 불교 지도부에서 결정 내려 25교구 본사마다 실행토록 권장하고 그 본사들은 다시 말사에 권한다면 오래지 않아 정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핼러윈을 불교 행사로 정착시키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백중과 동지 법회를 더 정열적으로 운영하길 바랍니다. 

종교는 특성상 지극히 보수적이기 쉽고 그중에서도 더 보수적인 종교가 지금의 불교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그 어떤 종교보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화 되었습니다. 새것을 받아들이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옛것을 유지하더라도 열정적으로 큰 원력을 세워 실천하면서 유지하면 오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열정은 사라지고 의무만 남은 채 옛것만 유지하면 반드시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음력 법회입니다. 

전국 대부분 사찰은 정기법회를 음력 초하루에 합니다. 관음재일·지장재일·약사재일 등 십재일도 역시 음력으로 합니다. 현재 정기법회의 현실은 어떨까요? 90년대까지는 음력으로 진행해도 그럭저럭 유지 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급격하게 세가 약해졌고 지금은 지리멸렬해졌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중의 본사 규모 사찰 중에는 초하루 정기법회의 맥이 끊긴 사찰이 제법 많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시내의 사찰마저도 음력 초하루 정기법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찰은 점점 신도가 줄어들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음력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력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사라졌고 이제 사찰에서만 음력을 쓰는 현실입니다. 스님들이 큰 원력을 세워 열정적으로 법회를 운영해도 사양이 되다시피 한 음력 법회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새것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양력이 새것도 아닙니다. 그냥 일상입니다. 신도들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이유를 바꾸지 않는다면 기금을 모아 불사를 하여도 빈집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빈 절이 된다면 엄청난 자금을 들인 건물 불사는 쓸모없는 불사가 됩니다. 불교계 차원에서 양력 법회 운동을 전개하고 지장재일·관음재일 같은 주요 재일을 양력으로 하거나 주말로 변경하는 것을 과감하게 제안했으면 합니다. 

‘초하루는 첫째 일요일, 보름 법회는 둘째 일요일, 지장재일은 셋째 일요일, 관음재일은 넷째 일요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변경하면 어떨까요? 이런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계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감동을 줄 것인가.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에서도 양력 법회를 보고 있습니다. 음력 법회를 유지하면서 불교의 번영을 꿈꾼다면 죽기 살기로 해도 쉽지 않은 현실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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