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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옥천사 주지 마가 스님

매 순간 ‘간절’ ‘친절’ ‘미고사’ 삼사순례로 행복의 길 마주하길

‘간절’하게 기도하며 비우고 내려놓으면 부처님 가피 있어
‘친절’은 이타행이니 지금 만나는 사람부터 정성을 다해야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세 마디면 행복한 삶 가능

마가 스님은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을 증득하는 씨앗들을 심고 가꾸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마가 스님은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을 증득하는 씨앗들을 심고 가꾸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부처님께 향과 등불 조석으로 올리옵고 삼보전에 귀의하여 공경 예배하옵나니 온 나라가 태평하고 흉년 난리 소멸하여 온 세계가 평화로워 부처님 법 이루어지이다.”

오늘 이 자리는 평안사 창건 20주년 법석입니다. 이 도량의 이름이 평안사(平安寺)입니다. 불안하고 힘들 때 우리는 부처님께 의지하면서 마음을 다 내려놓게 됩니다. 부처님께 다 맡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정생활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도록 이끌기 위해서 이 절이 창건된 것 같습니다.

평생 수행 생활을 하는 스님들께서 절을 하나 일구고 간다는 것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이름 없이 살다가 이름 없이 가는 스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부처님 법을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중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절을 창건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공덕이고 불사입니다. 그 뜻을 잘 이어받으셔서 포교 잘하시는 주지 스님 그리고 신도 여러분 모두 참 고맙습니다. 

요즘 사회가 무척 뒤숭숭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세상인데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뜻하지 않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 부상을 당하신 분, 또 가족을 잃고 힘들어하시는 분, 그 모든 분의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기원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선물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선물을 나누는 것이 보시입니다. 보시는 회향입니다. 회향은 또 다른 씨앗을 심는 행위입니다. 회향을 통해 내가 심어 놓은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건실한 열매를 가져온다는 얘기입니다. 회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씨앗을 심어도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마치 거친 흙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 딱딱한 흙에서는 싹이 발화되더라도 잘 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땅을 일궈서 자갈과 가시덤불을 제거하고 흙을 잘게 다듬은 뒤에 씨앗을 뿌리고 거름도 주고 물도 주고 정성을 다해 보살피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바로 보살피는 행위, 가꾸는 행위, 거름을 주는 행위가 회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절에 오면서 씨앗을 뿌렸습니다. ‘부처님 저에게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기도가 씨앗입니다. 이 씨앗이 잘 자라게 하려면 거름을 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회향이라는 의미입니다. 회향은 어렵지 않습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회향은 또 다른 씨앗을 심는 행위고 선업 공덕에 씨를 뿌리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부처님께 육법 공양을 올립니다. 또 음성 공양도 올리고 법문 공양도 올리는 등 공양을 많이 올립니다. 그런데 성 안내는 얼굴, 부드러운 말, 진실한 마음이야말로 공양 중에 최고의 공양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자의 길입니다. 

그중에서도 진실한 마음의 출발은 긍정적인 생각입니다. 여기 물이 반 정도 담긴 컵이 있습니다. 제 말을 따라 해보시기 바랍니다.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따라 해보시기 바랍니다. “반밖에 없네. 재수 없어” 물의 양은 변화가 없습니다. 그저 컵에 물이 담겨 있을 뿐인데 물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에 따라서 감사하기도 하고 재수 없어 하기도 합니다.

행복해지는 사람은 될 이유를 찾고, 불행해지는 사람은 안 될 이유를 찾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내려 하는 사람은 될 이유가 막 나온다고 합니다. 마음이 부정적인 사람은 안 되는 쪽으로 안 될 이유를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합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폭풍이 불어와서 어느 날 다 뒤집어 버립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까지 오셨습니다. 여러분은 견뎌내고 참아내고 버텨냈습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겨울이 되면 내복을 입으면 됩니다. 여름이 되면 내복을 벗으면 됩니다. 바람이 불면은 창문을 닫으면 됩니다. 날씨가 더우면 문을 열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 바람을 탓하고 원망합니다. 누군가를 탓해서는 우리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체유심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우리는 부처님이 계십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가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부처님’이라는 삼행시를 지어왔습니다. 여러분께서 운을 띄어주시기 바랍니다. 부, ‘부탁을 받으면’, 처, ‘처리해 주시는 분’, 님, ‘님을 부처님이라 한다’. 우리는 숱하게 부처님께 부탁합니다. ‘부처님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어떻게 해주세요.’ 늘 부탁을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부탁만 듣고 아무것도 처리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영험이 없는가 보다.’ 이렇게 떠나버립니다. 

부처님께 부탁을 드릴 때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시간이 나서 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간절하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 와서 울부짖으십시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건성으로 절에 몇 번 와서 등만 밝히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이렇게 해서는 여러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실해야 합니다. 3일이 되었든, 일주일이 되었든, 100일이 되었든, 그래도 안 되면 천일, 만일이라도 간절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간절심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오늘 여러분께 제가 마음속에 꼭 간직해 온 절 세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절이 바로 ‘간절’입니다. 눈치 보지 마십시오. 법당에 앉아서 그저 ‘부처님. 제 팔자가 왜 이렇습니까. 이 모양 이 꼴입니까’ 하고 간절하게 기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아픔이 있고 울분이 있다면 토해내도 좋습니다. 원 없이 토해내십시오. 나를 비우고 또 비우고 다 비워버리면 그곳에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합니다. ‘비워라’ ‘내려놓아라’ 하는 스님들의 말씀이 이 가르침입니다.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물건이야 땅에 내려놓지만, 마음을 어떻게 토해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음식을 잘못 먹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으면 토해냅니다. 토해내면 속이 깨끗해집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기도를 통해 응어리를 토해내시기 바랍니다. 고성 염불에도 십종 공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와 같은 간절심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두 번째 절은 ‘친절’입니다. 친절은 이타행을 말합니다. 복이란 내 것을 꺼내서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인색합니다. 인색한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부처님 전생록을 한번 보십시오. 모든 것을 다 내어놓으십니다. 목숨마저도 다 내어놓고 이타행을 하십니다. 복이 가득해서 복이 찰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복을 지으십니다. 이것이 바로 친절입니다. 상대방을 부처님으로 여기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친절입니다.

간절한 기도로 모든 아픔을 내려놓고, 친절로 주위에 이타행을 실천했다면 이제 스스로 행복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방법이 수행입니다. 이 좋은 날, 나는 무슨 씨앗을 심고 있는가,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수행은 나쁜 행동을 좋은 행동으로, 나쁜 말을 좋은 말로, 나쁜 생각을 좋은 생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벽을 보고 앉아 있는 것만 수행이 아닙니다. 3000배 하는 것만 수행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방편을 사용해서 마지막에는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깡패 같은 사람이라도 부처님을 만나고 ‘이렇게 살다가는 내 업장이 더 두터워지겠구나. 지금부터 나는 새사람이 되어야지’라며 행동을 바르게 하고 바른말을 하고 바른 생각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 곁에 부처님이 계십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부처님께 와서 참회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자, 우리는 ‘간절’과 ‘친절’을 다녀왔습니다. 세 번째 절은 ‘미고사’라는 절입니다. 맙소사라는 절에는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미고사 신도들은 딱 세 마디만 한다고 합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이 세 마디만 해도 훌륭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경남 고성 옥천사 주지 소임을 맡은 인연으로 경상도 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남자분들은 “미안해요”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마 전 부부 상담을 했는데 30년 전 바람을 피운 남편을 둔 보살님은 마음의 상처가 자꾸 커져서 우울증에 걸려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남편분은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듣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미안해요.” 한 마디는 과거의 문제가 풀립니다. 과거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미안해요.” 한마디로 안 된다면 눈물을 흘리면서 “미안해요”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3000배, 만 배라도 하면서 “미안해요”라고 참회를 해야 합니다. 참회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그냥 덮고 넘어가려고 해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세수하지 않고 화장을 하면 화장이 덕지덕지 떨어집니다. 참회는 세수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닦아내는 것입니다. 세수를 깨끗이 했다면 이제 화장을 하면 됩니다. “고마워요”는 화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마워요”라고 하면 현재 문제가 풀립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행복으로 가야겠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사랑해요.” 바로 이 한마디입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여러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매일매일 삼사 순례를 하는 것입니다.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일체 존재를 마주하고, 수행은 ‘미고사’,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길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번 생에 아주 다행히 불교를 만났습니다. 이번 생에 불교를 만났다는 것은 여러분의 복입니다. 이 좋은 만남을 놓치지 마시고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을 증득하는 씨앗들을 심고 가꾸어 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법회의 인연으로 모든 분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또 이 좋은 법회가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뭇 생명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며 더 나아가 유주무주 애혼 고혼들까지 좋은 에너지로 극락왕생하시길 기원합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내용은 11월5일 경남 사천 평안사에서 봉행된 ‘평안사 창건 20주년 기념 개산대재’에서 마가 스님(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이 설한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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