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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아픔’ 헤아려야 연예인전법단 확대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1.28 14:15
  • 호수 1659
  • 댓글 1

연말 각종 시상식 무대 채우는 건
“부처님 가피” 아닌 “하나님 감사”
불자 연예인 초청‧격려‧위로 해야
“나는 불자다!” 당당히 소리칠 것 

조계종 연예인전법단이 출범했다. 가수‧국악‧방송‧연극‧희극‧탤런트 총 6개 분과 177명으로 구성됐고, 사무실은 서울 성북구 적조사에 두었다. 명실상부 조계종 포교원 산하의 종령 기구이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 전법단의 총재인 범해 스님(현 포교원장)과 전법단장 탄탄 스님(전 불교중앙박물관장), 자문위원장을 맡은 자광 스님(전 동국대 이사장) 등과 문화예술계를 향도해 온 불자 연예인들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교계의 지원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불법을 전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간직해 온 불자연예인들의 원력이 빛을 발했다. 

32년 전인 1990년 188명의 불자가수들이 모여 “음성공양과 자원봉사를 펼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대한불자가수회다. 그러나 특별한 지원 단체가 없었기에 부침은 필연이었다. 유명무실의 단체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이 단체를 강건하게 이끌어온 회장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수 김흥국씨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불교계에 전한 ‘오래 전의 당부’ 때문이다. 

법보신문 2005년 연재 ‘김흥국의 연예계와 불교’에서 불자가수회 회장이었던 그는 “불자 연예인 신도가 있는 일부 사찰에서 터무니없는 출연료를 제시하며 출연을 강요할 때 저희는 난감하다”며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출연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현상이 일반화되면 젊은 불자 연예인들은 하나둘 사찰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평생 불교인으로 살아오신 원로 가수분들이 (불교계) 여러 행사장에서도 초대받지 못한다”고 토로하며 “많은 사람(불자 연예인)이 자신 있게, 자랑스럽게 합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달라”고 청했다.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을까? 개그맨 양상국씨는 법보신문 부처님오신날 특집 인터뷰(2017)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의 사찰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만 한 해 수백 건입니다. 그곳에서 불자 연예인을 찾아주면 불자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후배들이 더 많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2017년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옥분’ 할매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씨였다. “지금 아흔여섯이신 우리 친정어머니, 어머니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상대 종교에 대한 존중의 뜻을 담은 이 수상 소감은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룸’에서 직접 언급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전국의 사찰에서도 크게 회자되었다. 자신이 불자임을 당당히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 사부대중은 대중매체의 지면에 실린 연예인 누군가가 손목에 팔찌를 차면 단주인가 확인하고,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이 두 손 모아 인사를 하면 ‘혹시 불자인가?’ 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교계언론도 신년이 되면 ‘소띠, 호랑이띠 불자는 누구?’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왜인가?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불자 연예인 한 사람의 언행이 100명의 포교사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대중의 마음을 순식간에 흔드는 불자 연예인이기에 전법의 힘도 그만큼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불자 연예인들이 “나는 불자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연말이면 열리는 연예인의 시상식 무대 공간을 채우는 건 “하나님 감사합니다!”이다. “부처님 가피입니다”라는 소감을 전하지 않는 연유와 자신의 종교를 굳이 밝히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들 자신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강요할 일이 아니다. 불자 연예인 스스로 마음을 내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 스스로 짚어봐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선사했나? 불미스러운 의혹 하나만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면 보듬기는커녕 내치려 하지는 않았는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니 애써 잊으려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인기 연예인도 아프다. 그들을 품을 ‘우리 마음의 공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그 품에서 “나는 불자다?”라 소리치지 않을까? 김흥국‧양상국씨의 간절한 청 또한 우리는 올곧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연예인전법단이 활기를 띠며 규모를 키워갈 수 있다.

[1659호 / 2022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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