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행‧사회운동 병행 정토회 만일결사 경이롭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22.12.02 10:29
  • 수정 2022.12.02 11:58
  • 호수 1660
  • 댓글 69

3년의 숙고 속 치열한 논쟁
“내가 변해야 세상 변한다”
재가불자 신행 모델 창출
인권‧환경‧평화 전방위 불사

정토회가 ‘제1차 만일결사’ 대장정을 마쳤다. 그 여정에 7만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1시간 정진하고, 하루에 1000원 이상 보시하며, 하루 한 가지 이상의 선행을 실천해 온 만일이다. 주목해야 할 건 수행뿐 아니라 환경, 인권, 국제구호, 평화운동 등의 ‘사회운동’도 함께 펼친 결사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평가 그대로 ‘재가불자 신행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스스로 입증했다.

정토회가 창립된 건 민주화의 물결이 우리 사회에 도도하게 흐르던 1988년 3월이다. 군사 독재정부의 강압적 탄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저항이 거세었던 1980년대이다. 사회‧역사학자들이 짚었듯 ‘식민지배, 분단, 내전, 군사독재로 점철된 근현대사에서 민주화 운동 이전까지 사실상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기억하지 않으려는 사회’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누군가 ‘오류의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잡으려 했다.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다.

이러한 흐름은 불교계로도 이어졌다. 1970~80년대 민중불교가 활기를 띤 연유이기도 하다. 기존의 통념과 지배구조,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이 불교계 지식인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것은 불자들 인식 전환의 원동력이 되었고 또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씨앗이 되어 주었다.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불교계는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태동한 단체가 정토회다.

‘기복 불교의 틀’을 깨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불교 교리 강좌, 대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수련 교육은 참신했다. 신행이라고 하면 108배, 기도 정도로 알던 때였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강좌 프로그램을 가동한 점도 신선했다. 당시만 해도 수행과 사회운동은 별개의 분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1990년에 접어들며 정토회는 3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토회가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 방향을 숙고했기 때문이다. 정토회에서 25년 몸담으며 환경운동을 펼치고, 평화재단에서 남북문제 해결을 모색한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의 논문 ‘불교사상에 기반한 사회적 연대-정토회(JTS)의 사례’를 보면 당시 정토회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90년에 들어서면서 사회주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이라는 세계적 차원은 거대한 변화는 당시 사회활동가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91년의 브라질 리우환경회의를 전후로 한 전지구적 환경문제의 대두 등으로 정토회의 활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정토회는 위와 같은 변화가 단순한 것이 아니며 전 세계 차원에서의 패러다임적 변화를 강제하는 메시지로 인식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과 활동 방향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새로운 모색을 시작하게 되었다.’

3년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정토회는 깨닫는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내가 변하려면 무아가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무상을 체득해야 한다. 수행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상생과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운동은 보살이 되려는 우리가 품고 이끌어 가야 할 불사임을 절감한다.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선언했다. 당시 발표된 수행문, 참회문, 정토행자의 서원, 정토회 천일결사의 목표는 정토회가 이 땅에 어떤 세상을 구현하려는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연기법과 무소유, 무아의 핵심을 함축하고 있는 ‘정토행자의 서원’이 눈에 띈다.

‘지금 우리 인류는 인간성 상실‧공동체 붕괴‧자연환경 파괴라는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 속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대안을 제시했다.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네가 살면 나도 산다.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평생을 가사 한 벌과 발우 한 개로 걸식하며 살아가신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며,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구도자의 자세를 갖는다.’

1만일을 뛰었다. JTS, 에코붓다. 사)좋은벗들, 평화재단 등이 펼쳐 보인 그 방대한 규모의 불사를 보고 있노라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 ‘자기 수행과 수행변화를 위해 노력하면 사회변화의 의미 있는 중심축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가능했다.

[1660호 / 2022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