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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 537번) ⑥회복

기자명 각전 스님

부모·벗·부부·군신간 도리가 부처님의 바른 법 

망설이는 식인귀 설득 왕좌 복귀…바른 법 중요성 상징
아들·왕비·장군에게 각각의 의무와 바른 인간관계 설명 
과거 집착 말고 바른 생각 일으켜야 공덕 갖출 수 있어

관정의식을 하는 사우다사왕.
관정의식을 하는 사우다사왕.

식인귀로부터 인육에 대한 중독을 멈추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수타소마는 그에게 나무에 매달린 왕들을 풀어주라 하였다. 그러자 식인귀는 왕들의 복수가 두려워 수타소마에게 함께 풀어주자고 하였다. 수타소마는 왕들로부터 식인귀를 해치지 않을 것임을 승낙 받고 그들을 풀어주었다. 

왕들은 칠일 동안 먹지 못하고 손바닥이 뚫린 채 나무에 매달려 시달렸기 때문에 힘이 없었다. 수타소마는 왕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두 팔로 가슴에 꼭 껴안아서 자신의 아들처럼 조용히 땅에 내려놓고 눕혔다. 천천히 손바닥의 밧줄을 빼내고, 피를 닦고, 나무껍질을 돌에 찧어 가져오게 해서 서언(誓言)을 하고 손바닥 상처에 문질렀다.
그날은 쌀로 미음을 끓여 먹이고, 다음 날은 하루 세 번 미음을 먹이고, 사흘째는 된죽을 먹였다. 왕들은 회복되었다. 

수타소마는 식인귀에게 다시 바라나시를 다스리라고 권하고, 왕들과 함께 바라나시로 가자고 하였다. 그러자 식인귀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 시민들이 다 내 적입니다. 저들은 모두 ‘우리 어머니도 우리 아버지도 저 놈 손에 죽었다’ 하면서 나를 저주할 것입니다. 나는 갈 수 없습니다.” 하였다.
수타소마는 음식, 여인, 침대, 음악, 무용, 노래, 동산과 도시를 찬탄하여 식인귀를 유혹한 다음, 바라나시의 왕위를 얻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만일 얻을 수 없으면 자신의 나라를 반분하여 주겠다고 하였다. 

식인귀는 마침내 가고 싶어졌다. 그는 기뻐하면서 수타소마의 덕을 찬탄하는 7개의 노래를 읊었다. 그 중 5개는 다음과 같다.  

흑분(黑分)에 뜬 저 달이 
날마다 이지러져 가는 것처럼
나쁜 벗과 사귀는 것은 
왕이여, 저 흑분의 달과 같이 되리 

백분(白分)에 뜬 저 달이 
날마다 둥글어지는 것처럼
정직한 벗과 사귀는 것은 
왕이여, 저 백분의 달과 같아라 

마치 육지에 많은 물이 움직여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만일 나쁜 벗과 사귀면
육지의 물처럼 오래 가지 못하네

마치 바다에 많은 물이 움직이면 
오래 지속되는 것처럼, 뛰어난 왕이여
그렇게 만일 정직한 이 사귀면
바다의 물처럼 영속하리라

정직한 벗과의 사귐 끝내 변하지 않네
아무리 많은 해를 지내어도 
나쁜 벗과의 사귐은 끝내 변하리
바른 자의 법은 나쁜 자보다 훨씬 오래 가는 것

좋은 친구와의 만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도 선한 친구가 도道의 전부라고 하셨다. 지눌 국사도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의 첫 구절에서 “처음 발심한 사람은 마땅히 악한 친구를 멀리하고 현명하고 선한 사람을 가까이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여러 왕들과 더불어 수타소마는 식인귀와 함께 바라나시로 갔다. 바라나시는 식인귀의 아들이 왕이 되어있었다. 수타소마가 식인귀와 함께 온다고 하자 바라나시는 급히 성문을 닫고 손에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수타소마는 식인귀를 남겨두고 몇 사람의 대신들과 시내로 들어가 마중 나온 식인귀의 아들 왕과 카라핫티 장군과 함께 궁전으로 올라갔다. 

수타소마 왕은 왕좌에 앉아 첫째 왕비와 그 밖의 신하들을 불러오게 하고는 카라핫티 장군에게 “그대는 왜 왕을 시내에 들이지 않았습니까?” 하였다. 카라핫티 장군은 말했다.

그 분은 왕위에 있을 때 이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을 잡아먹었습니다. 왕으로서 하지 못할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온 염부제를 조각조각 내었습니다. 그처럼 나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성문을 닫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지금도 또 그런 짓을 할 것입니다. 

수타소마는 말했다.

“아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저이를 조복 받고 5계를 주었습니다. 제 목숨이 죽더라도 절대 남을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그대들에게 위험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식인귀의 주변 사람들이 해야 할 바를 차례로 말하였다. 먼저 낮은 자리에 앉아 있는 아들 왕을 타일렀다.  

“아들은 양친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양친을 부양하면 천상에 가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다음으로 장군에게 말했다. 

“카라핫티여, 그대는 왕의 벗이요, 동시에 왕의 신하입니다. 그리고 저 왕에 의해 큰 세력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도 왕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왕비에게도 말하였다. 

“왕비, 그대도 친정을 나와 저이에게 와서 첫째 왕비의 지위에 올랐고, 그이에 의해 왕자도 얻은 것입니다. 그대도 그이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같이 말하고 다시 강조하여 게송을 읊었다. 
  
부모에게 이기는 자 왕이 아니오
벗에게 이기는 자 벗이 아니며
남편 두려워하면 아내 아니오
늙은이 부양 않으면 자식 아니다. 

법을 말하고 빛내야 한다.
선인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선인의 법 이야기야말로 선인의 깃발이며
그리고 또 묘한 말의 깃발이니라.

이 법화를 듣고 왕도 장군도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고 큰 북소리로 포고를 내리고 “그대들은 두려워할 것 없다. 대왕님은 법을 파악하셨다. 자, 대왕님을 모시고 오자” 하였다. 식인귀는  관정(灌頂)하고 다시 왕위에 올랐다. 
수타소마왕과 백여 명의 왕들도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식인귀는 목신을 위하여 니그로다 나무 가까이 큰 못을 파고 큰 마을을 건설하였다. 여러 왕들은 보시 등 복덕을 쌓아 하늘 세계를 가득 채웠다. 

그때의 식인귀는 앙굴리말라요, 카라핫티는 사리불이며, 난다 바라문은 아난다, 목신은 가섭, 다른 여러 왕들은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들, 그 양친은 지금의 대왕의 일가요, 수타소마는 부처님이었다. 

식인귀의 왕위 회복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볼 때는 조금 무리인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바른 법의 중요성이다. 이 본생담의 대단원은 바른 법을 확고하게 인식하게 되면 지난 과오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육조 혜능 스님도 “한 등불이 능히 천년의 어둠을 없애고 한 지혜가 만년의 어리석음을 소멸시킨다.”고 하였다. 어둠이 천년인들 햇살이 비치면 어찌 밝아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순간순간 다가오고 있는 미래에 대하여 생각마다 바른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원만한 공덕을 갖추는 유일한 길이다.    
아울러 부처님의 바른 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부모를 봉양하고, 좋은 벗을 가까이 하며, 부부간에 서로를 위하고, 상하의 사회질서를 존중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각전 스님 선객 agami0101@naver.com

[1660호 / 2022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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