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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기억해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2.19 13:15
  • 호수 1662
  • 댓글 2

정부, 추모 외면하며 ‘축소‧망각 속셈’
여당, 위로 대신 폄훼하며 비수 꽂아
“진상규명 위해 슬픔에만 잠길 수 없어”
윤 대통령 사과‧국정조사 가동 ‘시급’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은 12월16일 조계종은 위령재를 봉행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희생자 합동 위패와 위령재 참여를 희망한 영정 67위, 위패 78위가 안치됐다. ‘이태원 희생영가 49재 영가 법문’의 한 줄이 아프지만 또렷하게 들렸다. ‘영가와 유족들이 느끼는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아들과 딸, 친구를 잃은 슬픔도 억누를 길 없는데 여당 시의원으로부터 ‘나라 구하다 죽었냐’는 막말까지 들었다. 격식을 제대로 갖춘 분향소는 참사 발생 47일이 지난 후에야 설치됐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위령재를 봉행한 오늘까지 회의 한 번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에 대해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 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진심 어린 사과의 한 마디 없다. 정부의 안일한 후속 조치가 위로는커녕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49일을 기억해 보자. 사건 발생 직후 정부는 ‘참사’가 아니라 ‘사고’,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는 표현을 썼다. 합동 분향소에서의 영정과 위패는 생략하고,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참사 초기 핼러윈 데이 참여 인파와 관련해 “그 전과 비교할 때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아니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의 책임성’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웃음을 띤 채 농담까지 했다. 정부를 향한 책임성 여론을 사전에 축소 내지 막아보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여당은 어떤 행보를 보였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여당 측 위원들은 야당의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해임 건 등을 핑계로 전원 사퇴했다. 조사 기간은 45일 중 절반(2023.1.7.)도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국조특위 한 번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이종철 대표가 말했듯 “국정조사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와 안전대책을 세우는 과정”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거부할 사안이 아니란 말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짚었듯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적 방역 체계 마련은 지금도 시급하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당사자는 종료된 사건임에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데 여기에 2차 가해가 더해지면 공황발작, 악몽 등의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은 2차 가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권성동 의원은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된다”고 했고, 송언석 의원은 희생자와 마약과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급기야 김미나 창원 시의원은 “나라 구하다 죽었냐”고 폄훼하며 비수를 꽂았다. 최근 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학생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본인의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진실규명보다는 사건축소에 혈안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호령하는 듯하다. 추모의 자리에 망각을 채워 넣으려 하는가! 

영가 법문에서 전했듯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여기에 집중해야 하기에 마냥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다. 위령재에 참석한 고 이지한 배우의 어머니 조미은씨의 당부처럼 “대한민국 한복판 이태원 골목에서 차갑게 생을 마감한 우리 아들딸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잡보장경’에서 전하는 지도자의 덕목을 새겨야 한다. ‘한나라의 왕(지도자)은 저울과 같이 친소(親疏)에 평등해야 하며, 해와 같이 온 세상을 두루두루 비춰야 하고, 달과 같이 모든 것에 맑고 시원한 것을 주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백성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야 하고, 하늘과 같이 일체를 덮어 주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 여당은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662호 / 2022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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