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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꽃, 기도

기자명 혜민 스님

1. 누구나에게 좋은 기도

법화경 독송기도로 하루 시작
독송하면 불국토 지금 펼쳐져
모든 수행의 끝은 결국 보살행
기도는 보살심 계합하는 자리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펴고 천천히 소리를 내어 독송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등학생 때 깊이 존경하는 설송 스님으로부터 처음 배웠던 음률에 따라 “나무묘법연화경”을 12번 정도 암송하고, 28품 가운데 신도님들과 함께 그달에 독경하기로 약속한 품을 열어 정성껏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간다. 예를 들어 이번 신년 1월에는 ‘묘법연화경’ 의 가장 처음에 나오는 ‘서품(序品)’을 독송한다. 

입으로는 경전을 독송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지금 내 눈앞에 석가모니 부처님과 여러 보살님들, 그리고 수없는 법화 신중님들이 함께 계시는 장엄한 모습을 그리면서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 독경 소리로 인해 ‘묘법연화경’이 2500년 전에 설하신 과거의 죽어있는 역사적인 기록이 아닌, 내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진리와 보리심, 방편으로 장엄 된 불국토가 되어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게 된다. 

처음 독송 기도를 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결코 쉽지 않다. 일단 독송하고 있는 경전이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스님이 하면 좋다고 하니까 하긴 하는데 크게 재미가 없고 목만 아프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수록 계속해서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자꾸 소리를 내서 한 달 정도를 하다 보면 경전 말씀이 입에 붙기 시작하면서 묘한 변화와 작은 즐거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신심이 좀 있는 분은 내가 부처님의 깊은 뜻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묘법연화경’ 세상에 들어가서 수없는 불보살님과 호법신중님들을 친견하다 보면 감사함과 경애심이 깊어진다. 그러면서 정성을 다해 진실하게 기도를 계속하다 보면 법화 신중님들의 보호와 불보살님의 가피를 일상에서 느끼게 된다. 

부처님 경전을 기존에 공부하셨던 분이 독송 기도를 하게 되면 때론 ‘묘법연화경’을 마치 소설 읽듯 그 내용을 이해하는 쪽으로만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를 본다. 이는 경전 공부는 될 수 있어도 기도 독송을 통한 수행은 아니다. 더불어 ‘묘법연화경’은 표면적으로 해석되는 일차적인 뜻 말고도 그 아래 깊고도 깊은 진리가 한 겹, 두 겹, 세 겹으로 숨겨져 있기에 한두 번 읽고 이해하는 정도로는 감히 범접할 수가 없다. 더불어 목소리를 내어 독경하면서 머리만이 아닌 몸 전체로 체화(體化)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왜냐면 소리의 파동을 타고 불보살님들과 연결되어 가피와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간화선이나 명상 수행을 통해 본성 체험을 어느 정도 하신 분에게도 기도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수행법이다. 왜냐하면 안팎으로 알 수 없는 청정한 본래 성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모든 일체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이대로 그대로가 이미 완벽해서 더 이상 구할 것도 노력할 것도 없다는 성문의 마음을 낼 수가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절대로 안 된다. ‘묘법연화경’이 가르쳐 주듯 모든 수행자는 보살이 되어 중생이 따로 없음을 알면서도 중생을 돕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신도님 한 분 한 분이 병에서 빨리 낫고, 어딜 가시나 보호받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 보자. 이(理)와 사(事)가 같으면서도 다름을 또 아는 신묘한 자리에서 불보살님의 끝없이 자비한 마음과 계합되는 기도야말로 수행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법보신문’을 통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수행법인 ‘묘법연화경’ 독경기도에 관한 연재를 새해부터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승려가 되기 전 19살부터 혼자 기도를 하다가 7년 전부터 고담선원 신도님들과 함께 기도를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 그동안 나누었던 ‘묘법연화경’ 안에 있는 깊은 진리의 세계를 부족하지만 지면을 통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어느 때는 ‘묘법연화경’ 안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어느 때는 기도 자체에 대한 내 생각을 독자분과 나누고 싶다. 기도를 마치 열등한 기복 신앙의 유물로만 여기는 지금의 풍토에서 내 글이 조금이나마 기도 수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혜민 스님 고담선원 주지 godamtemple@gmail.com

[1663호 / 2023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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