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재는 천도재와 다르다. 한 망자의 안녕보단 수많은 고혼(孤魂) ‘억울함’을 달래는 데 초점이 있기 때문. 제 명을 누리지 못하고 떠난 물(바다)과 뭍(육지)의 수많은 영혼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따뜻한 음식을 베푸는 불교의례가 수륙재다. 그렇기에 사회적 기능이 두드러진다. 2021년 삼화사 수륙재 감로탱화 하단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그려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륙재 구제 대상은 죽은 자뿐 아니라 산 자까지 포함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 전쟁에서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트라우마까지도 구제하는 게 목적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최근 ‘삼화사 수륙재’(흐름출판사·2022)를 발행했다. ‘아랫녘 수륙재’(민속원·2017), ‘진관사 수륙재’(민속원·2017)에 이어 3번째 발간이다. ‘삼화사 수륙재’는 조선 태조 당시 국행 수륙재 맥을 잇고 있다. 이성계가 조선 건국 과정에서 희생된 고려 왕실의 왕씨를 위해 개성 관음골, 거제 견암사, 동해 삼화사 세 곳에서 수륙재를 열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소멸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삼화사 스님과 신도들 전승 노력 덕에 오랜 은둔을 끝내고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집필은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손인애 동국대 한국음악과 외래교수, 강석훈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사, 강인숙 경상국립대 민속무용학과 교수가 함께 했다. 2021년 설행된 삼화사 수륙재 실황을 토대로 의례구조, 전승현황, 보존가치를 면밀히 탐색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수륙재 유래와 역사, 의식문과 절차가 담겼고 2장은 삼화사 수륙재의 역사가 기술됐다. 3장은 삼화사 수륙재의 설행을 의례와 범패, 작법으로 나눠 상세히 기술했다. 4장은 앞서 살펴본 설행 과정을 바탕으로 삼화사 수륙재의 특성을 찾아냈다. 5장은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정과 전승 현황, 전망과 가치에 관해 다뤘다.
전문 분야임에도 의식 단계, 구성 요소를 정리한 도표와 설행 당시 사진이 풍성하게 들어가 부담 없이 읽히는 게 장점이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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