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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총무원장 선거에 이목 집중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1.21 17:14
  • 수정 2023.01.23 11:18
  • 호수 1666
  • 댓글 3

비리‧반목으로 점철된 내홍20년 가까이 성장 멈추게 해
종단 잠재력 끌어낼 수 있는 역량 있는 지도자 절실한 때

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일이 4월18일로 확정됐다. 후보 등록 기간은 3월13일부터 15일까지다. 현재까지 동방불교대학장 상진, 행정부원장 성오, 교육원장 법안, 재경부원장 능해 스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후보는 지금보다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현 총무원장호명 스님이 다져놓은 안정 국면을 기반으로 종단의 위상을 격상시킬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이기에 교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2000년부터 호명 스님 집행부가 출범한 2019년까지 20년 가까이 크고 작은 내홍이 끊이지 않았던 태고종이다. 비리, 횡령, 반목, 비방, 갈등,암투로 점철됐는데 법장‧인공‧혜초 스님을 제외하면 대부분 총무원장과 연관됐다. 그사이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정하는 의전 서열은 ‘2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이 지점에서 상기할 게 있다. 조계종에 이어 태고종은 왜 ‘서열 2위’였던 것인가? 한 해의 집행 예산 규모를 고려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조계종과 한 뿌리’였다는 역사성과, 불교의례를 올곧게 전승하고 있다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태고종 공식 창립(1970‧문화공보부 등록) 후 수많은 사설 사암이 태고종을 택한 것도, 불교재산관리법 폐지(1988) 후 66개의 신흥 종단이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많은 종도들이 탈종하지 않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태고종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소 비약하면 태고종은 2000년 이후 그 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 성장도 멈췄다. 왜일까? ‘한국불교 태고종의 미래 지향성 탐구’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2021)에서 김방룡(충남대) 교수가 설파한 일언은 태고종의 과거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분종 50년을 넘긴 현재 태고종에 소위 ‘태고종학’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조계종과 천태종 및 진각종 그리고 원불교 모두 자신들의 종학이 있고 철학과 종교학 그리고 불교학계 내에서 그들 종학에 관한 학문적인 담론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태고종은 이에 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고종학’의 정립 없이 태고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한불교문화(태고)연구원을 설립하고 학술지 ‘태고사상’ 등을 발간하며 나름의 노력은 있었지만 종단 차원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은 없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그 성과조차도 종도들에게 널리 공유되지도 않았다. 대내외적으로 ‘태고보우’를 내세웠지만 태고보우의 사상을 이 시대에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뇌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것은 태고종이 이 시대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답하지 못한 것의 다름 아니다. 박재현 교수(동명대)도 이 점을 짚은 바 있다.

“오랜 분규의 과정을 거쳐 태고종은 분종되어 나왔다. 분종을 하여 나온 주체들은 분명 ‘친일과 항일, 전근대와 근대, 지계와 파계’ 등의 프레임을 탈피하여 대승불교인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근대에 맞는 불교적 가치들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그런데 분종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 태고종은 어디에 서 있고, 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를 태고종도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종단의 뿌리가 흔들리고, 종단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희미해진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사부대중의 힘을 응집시킨 ‘종단적 원동력’이 너무도 약했기 때문이다. 힘을 축적하는가 싶으면 분열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총무원장이 있었다. 호명 스님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분열과 내홍의 악순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계종을 비롯한 모든 종단이 출가자‧종교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며 전법의 새 활로를 찾을 때도 태고종은 혼란의 회오리 속에 갇혀 있었다.

태고종이 품고 있는 잠재력은 분명 ‘의전 서열 2위’로 다시 올라설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잠재력을 끌어낼 역량 있는 지도자가 없다면 별 의미 없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잠재력마저 반감되어가다 사라질 것이다. “종단의 화합과 중흥”을 약속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것을 구현할 최고의 적임자를 택해야 한다. 태고종의 미래가 달린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66호 / 2023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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