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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실상의 세계 담은 묘법연화

기자명 혜민 스님

3. 묘법연화의 깊은 뜻

묘법은 모든 창조의 생명력이
출세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연은 생명력의 우주적 탄생을
화는 모든 모양의 완성을 의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부처님의 깊은 진리와 오묘한 실상의 세계를 비밀스럽게 후세에 남겨 놓은 둘도 없는 역작이다. 따라서 경을 읽는 이의 신심과 수행력에 따라 그 내용이 때로는 얇게, 때로는 깊게 꿰뚫어 보이게 된다. 먼저 이 경전의 제목을 어째서 묘법연화라고 지었는지 그 깊은 뜻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왜냐면 책 제목 안에는 전체 내용의핵심이 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선지난번에는 묘(妙) 한 글자 속에 담긴 오묘한 실상을 들여다보았다. 이는 바로일체를 창조해 내는 살아있는 생명력의보고(女)와 주객이 따로 없는 무상(無相) 진리의 모습(少)이 하나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법(法)은 또 무슨 뜻일까? 우리가 보통 법을 지킨다고 할 때 법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빨간 불일 때는 내 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지 말라고 누가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모두 그 법의 존재를 알아서 다들 잘 지키게 된다.

즉, 법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누구도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보편적이면서도 암묵적인 힘이 있다. 이 뜻은 바로 묘에서 보여준 창조의 생명력 자체는 상이 없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 전체 가득히 보편적으로 항상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 법을 파자해서 보면 삼수변(氵)에 갈 거(去)를 붙여 놓았다. 이것은 묘(妙)가 가지고 있는 창조의 생명력이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고 3곳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창조의 생명력이 대체 어디로 흘러간다는 뜻일까? 그건 바로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三界)와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 성문, 연각, 보살 삼승(三乘)의 길로 흐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살아있는 불성이 적멸의 상태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고, 놀랍게도 출세간에서 세간의 방향으로 흘러나와 여러 세계가 담긴 공간이 출현하고, 시간이 담긴 새로운 차원이 또 창조되고, 더불어 성문, 연각, 보살의 한 길을 통해 출세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오묘한 실상을 묘법 두 글자 속에 숨겨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연(蓮)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단순하게 연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깊은 뜻이 있는 것일까?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살아있는 묘법의 창조력이 드디어 세간 밖으로 나와 모습(相)을 처음 드러내는 순간을 연에 담은 것이다. 연을 파자해 보면 초두머리(艹)와 앞으로의 움직임을 뜻하는 책받침(辶), 그리고 수레를 뜻하는 차(車)로 나뉜다. 차를 또한 자세히 보면 밭 전(田) 위와 아래의 수평선을 뚫고 밭 아래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동시에 밭 위로 처음 솟아나오는 푸릇푸릇한 풀(艹)을 의미한다. 즉 욕계, 색계, 무색계로 흘렀던 모양 없는 투명한 생명력이 드디어 세간에 뿌리를 내려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우주적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화(華)는 어떤 진리의 실상을 담은 글자일까? 먼저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굳이 연꽃을 지칭하려고 했다면 사실 빛날 화가 들어간 연화(蓮華)보다는 꽃 화가 들어가 연화(蓮花)라고 쓰는 것이 어쩌면 더 적당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꽃 화가 아닌 빛날 화를 넣은 것일까? 왜 연과는 달리 어떤 움직임도 다 사라진(辶) 찬란한 빛일까? 그것은 바로 화에서는 모든 모양(相)의 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처음 세간으로 모양을 나타낸 것이 연이라면, 거기서 더 나가 온 우주 만물로 활짝 핀 각양각종의 모습 이대로 그대로가 바로 부처라는 깊은 진리를 화에 담고 있다. 그래서 일체 만물은 하나의 찬란한 앎의 빛, 하나의 생명력으로 만들어진 눈부신 연화장 세계인 것이다. 즉, 묘가 살아있는 공(空)의 모습이라면 화는 공과 다르지 않은 색(色)의 실상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반야심경’과 달리 ‘묘법연화경’에서는 열반의 공이 아니고 펄펄 살아있어 세간을 창조해 내는 힘을 가진 공이다. 더불어 공에서 나온 우주와 시간, 불도의 길 일체가 잠시도 부처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하나의 오묘한 진리라는 사실을 ‘묘법연화경’이 펼쳐 보여주려는 것이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66호 / 2023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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