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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이전부터시작된 선문화 역사 꿰뚫기

  • 출판
  • 입력 2023.01.21 19:46
  • 호수 1666
  • 댓글 1

선의 발자취를 따라서
현견 스님 지음 / 담앤북스
452쪽 / 2만5000원

선문화는 중국선 아닌 인류 유산…임제종 외 다양한 선사상 주목
‘오문선’ 등 초기선법 조명하며 금·원·명·청나라 선승 소개도 눈길

저자 현견 스님은 “한국불교가 간화선 수행에만 집중해 선에 대한 편식을 불러온 셈”이라며 장구한 선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저자 현견 스님은 “한국불교가 간화선 수행에만 집중해 선에 대한 편식을 불러온 셈”이라며 장구한 선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조계종은 명실상부한 한국불교의 장자 종단이며 선(禪)을 표방하는 선종단이다. 이는 해동초조로 추앙받는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전한 선법을 계승한 도의국사를 종조로 모시고,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의 종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하다.

하지만 저자 현견 스님은 “이러한 조계종의 전통은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선의 편식을 불러온 셈”이라며 “임제종의 간화선 수행에만 매몰돼 있는 경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하며 선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선종의 장구한 역사 속에 어떤 선사들이 있었는지를 조명했다. 특히 임제종 외 조동종 등 다양한 선사상들의 발전에 주목했다. 그간 한국 선종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선법과 인물을 밝혀 조명하고 수록했다는 묵직한 의미에서 책의 부피감이 결코 허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늘날 ‘선’이라고 하면 으레 ‘중국’이 떠오르지만 선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유구하다. 이에 대해 스님은 ‘선은 중국선종의 독창적 산물이 아닌 인류의 정신문화 유산’이라고 정의한다.

“인도에서 부처님께서도 선수행을 하셨고 이 선수행을 통해 성불하셨다. 이 외에도 인도의 외도들도 선수행을 통해서 본인들이 목적하는 바를 성취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선수행은 중국으로 전해진 이후 각 시대마다 새로운 수행법을 탄생시켰다. 달마선 이전에 인도선이 중국으로 들어와 여러 가지 초기선법을 유행시킨 것이다. 이 가운데 달마선은 곧 조사선이라는 새로운 수행법을 탄생시켰고 시간이 지나 조사선은 공안선으로, 그리고 이후에 문자선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감으로 간화선이 창시되고 비슷한 시기에 묵조선이 유행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현견 스님은 이 과정에서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과 같은 선의 특성에도 주목한다. “선종은 불립문자를 표방했지만, 사실 중국불교에서 그 어느 종파보다 많은 전적을 남겼다”는 스님은 달마대사가 중국에 당도했을 당시 중국불교가 교리에 지나치게 치중해 실천 수행을 등한시 하고 있음에 대한 경책의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종의 기원’이라고까지 손꼽히는 ‘오유정법안장 열반묘심(吾有正法眼藏 涅槃妙心)’이나 ‘인도선의 기원’이라고 불리는 ‘영산회상 염화시중(靈山會上 拈花示衆)’ 등의 단어들이 대부분 송대 이후의 전적이나 중국의 스님들이 저술한 전적에 최초로 등장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선이 유행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어구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선문화는 모두 중국선종이 독창적으로 탄생시킨 산물이아닌, 그보다 더 오랜 동안 전래되고 계승된 불교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세계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열린 배경 속에서 스님은 초기선법인 오정심관(五停心觀), 오문선(五門禪), 수식관, 염불선부터 달마선과 함께 정중선, 보당선, 여래선, 조사선 등 다양한 초기선법의 형성 배경 등을 조명한다. 특히 익히 알려진 당나라의 선승 대신 송나라를 비롯해 금·원·명·청 나라의 선승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물론 시대적 배경에 따른 각 선법의 특징들을 조명하며 당대 선종의 특성도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전과 어록 등 근거자료를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어 한 글자 한 글자에 실린 노고가 전해진다. 그야말로 선의 역사를 초기부터 꿰어 한 권으로 엮은 역작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66호 / 2023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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