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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며 철학이며 신화, 팔리어 ‘자타카’ 첫 완역

  • 불서
  • 입력 2023.02.03 17:22
  • 수정 2023.02.03 20:59
  • 호수 1667
  • 댓글 2

‘부처님 본생이야기-자타카전서’

전재성 역주 / 한국빠알리성전협회 / 2816쪽 / 24만원
초기·대승불교 가교 역할 담당
불교 국가 전체에 두루 영향
셰익스피어 등 서양에도 영향
쉬운 번역에 1만6763개 주석

자타카를 역주한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자타카를 역주한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인도·동남아·동아시아 등 불교국가 사원과 탑을 장식했던 ‘자타카(Jātaka)’가 우리말로 번역됐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최근 남방 팔리대장경의 ‘자타카’ 경문과 '자타카' 주석을 모두 분리 복원해 번역한 ‘부처님의 본생이야기-자타카 전서’를 펴냈다. 팔리어 '자타카'를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지 2만8176매 방대한 분량을 사전 종이인 얇고 질긴 재질의 박엽지를 사용해 총 2816쪽, 번역 및 1만6763개의 주석을 담아 한 권의 지퍼 인조가죽 양장본으로 엮었다.

‘자타카’는 부처님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이루기에 앞서 전생에 보살이었을 때의 구도생활을 서술한 내용이다. 남방불교의 팔리대장경에 편입돼 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방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시에 해당하는 부분은 경전이고 산문 이야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주석이다. 경전 부분은 기원 전 5세기 경 칠엽굴에서의 제1결집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산문 부분은 후대에 성립해 기원 전 3세기로 내려간다. 전체 547개로 구성된 ‘자타카’는 지금으로부터 무한한 겁 이전에 고타마 붓다가 수메다(Sumedha)라는 바라문으로 태어나 연등불 앞에서 보살의 삶을 서원하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자타카’에 기초한 보살의 용맹정진은 마지막 삶에서 해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가르침을 남기고 수많은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부처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타카’에서 나타나는 윤회는 불교의 사상이라기보다 인도의 보편적인 종교적·철학적 주제다. 그러나 ‘자타카’의 보살 윤회 이야기는 한 생애의 사건만 아니라 수백 생의 사건과의 연관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왕, 전사, 궁수, 상인, 요리사, 음악가, 바라문 등 사람뿐만 아니라 코끼리, 원숭이, 말, 쥐, 물고기, 백조 등 동물로도, 나무에 깃든 천신이나 용왕으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무수한 윤회에서 드러나는 보살의 특징은 초기불교의 가르침인 팔정도보다 대승불교적 가르침인 십바라밀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자리와 이타를 구족한 깨달음의 완성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게 번역자의 설명이다.

‘자타카’가 대승불교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남방 불교권인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대중적 불교로 자리 잡고 있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이기도 하지만 ‘자타카’를 통해 대승불교권과 소통하는 길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학계의 분석이다.

‘자타카’는 성립 이후 동서양의 사상과 문화에 수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고대의 바르후트, 아잔타, 산치, 마투라, 간다라를 비롯한 스리랑카의 폴론나루와,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중앙아시아와 돈황,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탑과 동굴, 사원의 벽화를 장식한 것은 ‘자타카’의 이야기였다. ‘자타카’가 고고학적 연구의 토대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판차탄트라’ 등 인도문학을 비롯해 슈타인훼윌(1410~1479)의 ‘이솝이야기’, 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 라 퐁텐(1621~1695), 초서(1340~1400), 셰익스피어(1564~1616) 등 서양의 대문호와 시인들 작품에서도 ‘자타카’의 영향이 발견된다.

‘자타카’는 동아시아에서 ‘본생경’ ‘본생담’이라고 불렸다. 동국역경원에서도 1973년부터 1979년까지 ‘본생경’(1∼제5권, 김달진 역)을 출간했다. 그러나 일본 남전대장경을 저본으로 한 까닭에 한계가 없지 않았다. 이번에 출간된 ‘자타카전서’는 팔리어 ‘자타카’의 게송과 주석에 대한 완역인 데에다 동서양 연구 성과까지 포함돼 있어 ‘자타카’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자타카’의 번역을 제안하고 후원한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자타카’는 문학이며 전설이며 신화이다. 어려운 가르침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통해서 지혜에 이르고 새로운 결심으로 실천에 나설 수 있다”며 “‘자타카’가 우리 모두 성불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좋은 길인만큼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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