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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 일본 소유권 인정 안 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2.06 13:18
  • 호수 1667
  • 댓글 0

부석사 역사‧동일성 입증 결정적 증거
지표조사 결과‧유물 법원이 ‘외면’
대전고법, 문화재 약탈 행위에 면죄부
한국 정부, 문화재 지킬 의지 있나

대전고법이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관음불상)의 소유권은 일본에 있다”고 판결했다. “불상의 원소유자는 부석사”라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부석사는 즉각 상고하기로 했다. 

고려시대 제작(1330)된 이 관음불상의 소유자가 서산 부석사이며, 조선 초의 왜구들에 의해 약탈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사실은 충분히 증명되어 부석사가 승소했다.(2017) 이에 대한민국 정부(피고‧항소인)를 대변하는 검찰 측은 현재 서산에 있는 부석사가 고려시대 존재했던 부석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여기에 더해 약탈해 간 관음불상을 봉안해 온 일본의 관음사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관음사 소유’를 주장했다. 대전고법은 결국 한국의 부석사가 아닌 일본의 관음사 손을 들어주었다. 

부석사 측은 2심을 대비해 고려시대와 현재의 절이 동일 사찰임을 증명하는 자료들을 제출했다. 학술, 언론 등에서 사찰의 역사와 정통성을 입증, 뒷받침하는 자료들이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일례로 부석사 극락전 복원공사(1995) 당시 대들보에서 발견된 ‘상량문(上樑文‧1938년 작성)’의 기록도 “동일성을 유지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전각 신‧개축 내력, 공역한 날짜 등을 적은 상량문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매우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재)불교문화재연구소의 지표조사 결과와 의견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점이다. 지표조사(2017.9) 결과 현 부석사 경내에서 어골문 기와편, 청자편 등 고려시대 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어골문 기와편, 청자편 등의 유물은 1330년 이 사건 불상이 서주 부석사에서 제작되고 봉안되었을 당시 사찰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표조사 결과를 재판부는 ‘서주 부석사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로만 삼았을 뿐 ‘서주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증거에서는 누락했다. 건축물 기록인 상량문과 현재의 사찰에서 발견된 유물이야말로 ‘동일성 유지’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인데,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더 입증하라는 말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관음불상은 고려시대에 왜구에 의해 약탈되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고, 당시 왜구의 무리였던 종관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봉안했다. 이 불상이 정상적인 교류에 따른 기증이었다면, 적어도 일본 사찰로의 이운‧이안에 대한 연유와 시기 등을 적은 기록물이 복장에서 발견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1951년 금동불상의 복장에서 나온 건 부석사에 봉안하려고 금동불상을 제작한다고 명시된 ‘결연문’이었다. 검찰은 항소하며 이 결연문의 위작까지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금동불상에는 화상의 흔적이 있고, 보관과 대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이운이 아니라 약탈, 반출 해간 것임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취득시효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사 불상이 탈취됐다는 원고(부석사)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불상을 도난당하기 전까지 60년 동안 점유해 왔으므로 취득 시효가 인정된다”는 일본 관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재판부는 “만약 원고(부석사)가 이 사건 불상의 원시취득자임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일본 관음사)의 취득시효 완성으로 인하여,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은 우리 문화재를 약탈한 일본에 면죄부까지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불상이 이른 시일 내 일본으로 올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사법부 판단에 대해 행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의 문화재를 지킬 의지가 정부에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당초 정부가 환지본처에 입각해 부석사로 이 불상을 돌려주면 되었을 일을, 2심 소송까지 벌이며 이 사달을 초래했기에 더 씁쓸하다. 교계의 이목은 대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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