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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마는 선종의 초조가 맞는가? - 마조선의 사상적 배경①

기자명 정운 스님

‘혜가단비’ 등 달마 관련 고사는 허구

달마 고사는 시대 요청에 따라
중국인들 만든 새로운 ‘조사상’
달마 사상 등장으로 중국불교
교에서 선 중심 전환되는 계기

중국사에서 당대 못지않게 그 이전 시기인 동한∼위·진·남북조 300년간에 걸쳐서도 문화와 철학이 발전했고, 청담사상이 풍부했던 시대이다. 불교적으로는 역경 사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무렵, 520년에 달마가 중국으로 건너왔다. 

달마만큼 중국 선종사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도 드물다. 반면 달마가 실제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달마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있다. △달마와 양무제가 만나 대화하다. △달마가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하다. △2조 혜가가 달마 앞에서 단비(斷臂)하다. △당시 유명한 고승이었던 보리유지와 광통율사의 질투를 받아 달마가 독살되다. △달마는 관 속에 한 짝의 신발만 남겨둔 채 갈대 잎을 타고 양자강을 건너 인도로 돌아가다. 앞에서 말한 것들은 모두 허구이다. 이런 허구를 현실화한 것은 중국인들이 시대적인 요청에 의해 새로운 조사상[달마]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면 달마라는 인물의 면모와 선사상을 분석해보자. 

첫째, 중국 선사상에서 달마의 사상을 정의한 내용이다. 달마가 중국에 오기 이전에도 중원에 선자(禪者)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도선(596~667)은 ‘속고승전’에서 “보리달마의 선법은 반야공관을 특색으로 한다”고 하였다. 달마 이전 화북의 수행자들 중에는 백골관이나 부정관 등의 소승선정을 닦았다. 도선은 달마 이전 수행자들에 비해 달마의 선을 극찬하며, ‘대승벽관(大乘壁觀) 공업최고(功業最高)’라고 하였다. 바로 이런 사상을 기반으로 해 달마가 중국 선종의 초조로 받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공안에 등장하는 달마는 무슨 뜻인가? 여기서 조사는 달마를 가리키는데, ‘달마가 서쪽으로부터 중국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뜻이다. 단순한 어구적인 해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수행코자 하는 ‘그 마음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내포한다.

셋째, 달마의 선법인 ‘이입사행’을 재고해보자. 달마는 도에 들어가는 수행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이입(理入)이고, 다른 하나는 행입(行入)이다. 여기서 ‘이(理)’는 지관(止觀)과 관심의 이론으로부터 시작해 깨달아 있는 본래 성품이므로 이는 부처와 동일한 성품이라는 돈오(頓悟)를 말한다. 행입에는 네 가지 실천법이 있다. ① 살면서 수많은 고통이 있는데 힘들 때에 의기소침하지 말고 과거 생에 지은 업보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정진하라[報寃行]. ② 수행 도중 어떤 경계가 찾아오든 동요하지 말고 인연에 따른 것이라고 받아들여라[隨緣行]. ③ 마음을 무위(無爲)에 두어 가치를 밖에서 구하지 말라[無所求行]. ④ 반야공관에 입각해 육도(六度)를 실천하라[稱法行]. 이 행입은 훗날 선이 발달하는 선기(禪機)의 발판이 된다. 

넷째, 달마는 해로를 통해 인도에서 중국으로 왔는데, 양나라 무제를 만난다. 양무제가 달마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자신은 불사금을 많이 내고, 승려에게 공양 올리는 등 공덕을 많이 지었는데, 어떤 과보가 있느냐?’ 달마는 양무제에게 ‘아무것도 없다[無功德]’고 답했다. 이를 ‘금강경’에서 보면, ‘관념을 두고 보시하거나 과보 받을 것에 집착한다면 공덕이 없다’는 무주상보시를 설명한다. 하택 신회(670~762)도 이 점을 들었다. 즉 신회가 6조 현창운동[혜능이 ‘6조’임을 드러냄]을 할 때 네 가지를 주장했는데, 이 중 하나가 달마가 말한 무공덕이다. 신회는 (북종의) 선사들이 왕권의 정치권력과 밀착된 점을 비판하는 데 목적을 두었지만, 달마를 기점으로 중국불교가 선으로 전환됨을 추론해볼 수 있다. 곧 절을 짓고, 공양 올리며, 경전 역경에 종사하는 것은 유위복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수행해서 해탈하는 것은 최상의 무위복(無爲福)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언급된 네 가지 사항들은 달마의 중국 도래 이후부터는 중국불교가 교에서 선으로 지향됨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은 근자까지 동아시아 선종의 컨셉으로 내려오고 있다. 중국선의 시작점인 달마! 그가 불교사에 남긴 행보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음을 상기하자.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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