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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윈토모 찬드라 INEB집행위원

“단절됐던 인도네시아불교 재기 원동력은 대사회적 실천”

전체 인구 1% 불과…타종교와 갈등 없지만 과거엔 탄압도
‘자비’ 기반한 교육지원·봉사 등으로 불자 조금씩 증가세
잠재력 큰 한국불교…사회문제해결 나서면 영향 커질 것

윈토모 찬드라 INEB집행위원은 인도네시아불교 중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불교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속세와 동떨어졌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에 기반한 활동이 불교의 영향력을 평화적으로 넓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종교인구 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불자가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자들이 사회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윈토모 찬드라]

인도네시아 중국인 이민자 3세 윈토모 찬드라(Wintomo Tjandra)는 국제참여불교연대(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INEB) 집행위원으로 불교의 대사회적 실천을 강조한다. 불교는 2600여년 전 시작됐지만 현 시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진리로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불자들이 끊임없이 사회문제해결에 참여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불교학생연합(Hikmahbudhi) 고문이기도 한 그는 청년불자 양성이 인도네시아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정토회가 주최한 INEB컨퍼런스의 연사를 맡아 인도네시아불교 현황과 전 세계 불교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불교현황은.
“인도네시아에서 불교는 소수종교 중 하나다. 불자는 총인구의 1%정도다. 이슬람교가 유입되면서 대다수의 인도네시아인이 이슬람교로 개종했으며 이후에는 기독교도 증가했다. 예를 들어 ‘신들의 섬’이라고 알려진 발리에는 힌두교를 비롯한 가톨릭 등 이웃종교인이 상당히 많다. 다행히 지난 3년 간의 공식자료를 살펴보면 불자는 180만명에서 203만명으로 집계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불자들이 종교적 배경에 상관없이 이웃들을 위해 사회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슬람이 절대적인 종교인구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불교가 두드러지는 대립 없이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슬림이 대다수지만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각자의 종교를 가질 수 있다고 명시하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오늘날 종교 간의 대결이나 갈등은 매우 드물다. 물론 문제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갈등은 주로 강경파 이슬람들과 기독교 단체 사이에서 발생한다. 소수종교인 불교는 종교분쟁에 개입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웃종교인들을 억지로 개종시키려고 하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인 지혜와 자비에 대해 설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자로서 차별과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어떤 일들이 있었나.
“과거에는 불자와 같은 소수의 종교인들이 공개적인 종교행위를 할 수 없었다. 특히 중국불자들은 더욱 심각했다. 당시 인도네시아정부는 철저한 반공산주의를 표방했기에 중국본토의 공산정권과 접촉할 수 있는 중국인들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1998년 법 개혁 이전 인도네시아에서 법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종교를 이유로 사적인 폭력이 횡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 인도네시아법은 절차에 따라 개정되기도 하는 등 점차 민주화되고 있다. 때문에 요즘은 차별 사례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따금 벌어지곤 했다. 개인적으로도 중국불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으며 주위로부터 직장 내에서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교신앙을 지킨 이유는.
“우리는 부처님 가르침이 참된 진리이며 현대가 요구하는 영적 필요성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 양극화 등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부처님은 지혜와 자비를 가르치셨고 우리 불자들은 이를 실천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불교를 실천하는 사람이 이웃종교를 모욕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종교가 있든 없든 불교는 부처님을 따르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불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알고 있다.”

▶인도네시아불교의 고민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불교의 주요 관심사는 어떻게 불교를 현 시대에 적합하게 만드는가다. 이 고민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 더 나아가 아시아 불교의 공통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풀어내기 위해선 모든 불교단체가 함께 모여 끊임없이 논의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 또 청년불자들이 힘을 얻어야 한다. 대부분 어떤 단체의 고위직을 맡게 되면 자신의 명성과 안락함을 위해 오래도록 직위를 내려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불교도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들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불교를 계승, 보존하는 희망이 될 것이다.”

▶INEB집행위원이라고 들었다. INEB를 소개하자면.
“INEB는 불교가 사회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일상에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진 불자들의 모임이다. 우리는 종교적 우애심(Kalyanamitra)을 기반으로 화합하며 부처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INEB는 태국 활동가 아잔 술락 박사에 의해 설립됐다. INEB의 특징은 화합을 강조하고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INEB가 강조하는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불교는 사회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미지였다. 산속이나 외진 곳에서 혼자의 깨달음을 위해 정진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불자들은 수행으로 자신을 돌봐야 하는 동시에 중생을 위한 자비를 실천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부처님께서도 중생구제를 위해 사바세계에 오셨다. 자비다. 불자들은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중생을 위한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행복으로 인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INEB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우리는 청년들이 미래를 위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월 정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장학사업을 통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뛰어난 학생들은 INEB본부로 보내 국제교육 프로그램(The Young Bodhisatva program)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청년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는 자비를 실천하고 청년불자들을 양성하는 방편이다. 물론 봉사활동도 펼친다.”

▶지난해 학회차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불교와 인도네시아불교의 차이, 공통점은 무엇인가.
“인도네시아불교는 모든 것이 녹아 혼합된 용광로와 같다. 대승불교, 티베트불교, 심지어 일본불교뿐 아니라 상좌부불교도 있다. 반면 한국불교는 여러 방면에서 통합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주된 흐름이 대승불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불교의 역사가 단절되지 않았던 점도 특징이다. 과거 인도네시아불교는 단절됐었다. 여기서 단절이란 1400년대 불교가 끊겼음을 의미한다. 당시 대부분의 인구가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1800년대 영국과 네덜란드가 발견하기 전까지는 사찰유적들도 버려져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불교사원 보로부두르가 그 중 하나다.”

▶한국불교, 또는 불자들에 대해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불교는 여전히 과거의 고유한 특징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명 깊었다. 한국에서 경험한 사찰음식은 맛이 뛰어났으며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건축양식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도 좋았다. 특히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문화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질 때 한국불교가 같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물론 전 세계를 유익한 길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전 세계 불교계가 지금 함께 고민해야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불교를 현 시대에 어떻게 적용하는가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티베트불교가 이 일을 훌륭히 해냈다. 달라이라마는 서양과학자들과 협력해 불교와 현대과학이 대화할 수 있는 포럼을 만들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폴 에크만(Paul Ekman), 리차드 데이비슨(Richard Davison),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과 같은 심리학자들은 불교와 심리학을 접목해 훌륭한 책들을 집필했다. 우리는 이러한 협력이 더 필요하다.”

▶한국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불교는 항상 자비, 관대함을 설파한다. 한국인들의 자살율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불교는 수백년 동안 정신적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기에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풍요로워졌으나 정신적으로는 힘들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현대 한국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불교적 가치관을 설파하고 또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욱 많이 개발하는 등 사회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국불교의 선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68호 / 2023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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