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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들숨날숨에 마음챙기는 호흡명상-1 

기자명 일중 스님

사마타·위빠사나 모두 가능한 수행

붓다가 가르친 4단계 호흡명상
길고 짧은 호흡 분명히 알아야
의도적 호흡 조절 의미 아니라
현재 이 순간 호흡 정확히 볼 것

“열반이 코끝에 매달려 있다”는 말,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얀마 명상센터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필자가 들은 말인데, 호흡명상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상징적인 말이다. 호흡명상은 사문 고따마가 붓다가 되도록 해주었던 수행법이고, 또한 수많은 제자들이 아라한과를 얻도록 이끌었던 수행법이다.  

초기경전에 의하면, 붓다는 대략 50여 가지 명상법을 가르치셨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행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호흡명상과 자애명상 그리고 사념처 위빠사나명상을 선택하고 싶다. 호흡명상은 사마타와 위빠사나명상 두 방식으로 다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즉 수행의 출발점부터 목적지까지 다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몇 회에 걸쳐 호흡명상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호흡명상은 팔리어로 아나빠나사띠(Ǡnāpāna-sati)라고 한다. 아나(āna)와 아빠나(apāna) 그리고 사띠(sati)가 결합한 복합명상이다. ‘아나’는 들숨이고 ‘아빠나’는 날숨이며 ‘사띠’는 마음챙김이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들숨과 날숨에 대한 마음챙김’이라고 하며, 한문으로는 ‘입출식념(入出息念)’이라고 한다. 이런 입출식념, 호흡명상은 초기불교수행의 3대 소의경전인 ‘대념처경’과 ‘입출식념경’, 그리고 ‘신념경’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3대 소의경전 중에서도 호흡명상을 가장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바로 ‘맛지마 니까야’에 나오는 ‘입출식념경(M118)’이다.  

초기경전에서 호흡명상은 두 가지 정형화된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4단계 호흡명상이고, 다른 하나는 16단계 호흡명상이다. 여기서 4단계 호흡명상은 인간 붓다가 가르친 호흡명상의 기본이자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호흡명상을 시작할 때는 바로 이 4단계의 내용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럼 4단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경문을 통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호흡명상을 하기에 적절한 수행처를 언급하고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립한 뒤, 바르게 앉으라고 한다. 그리고 마음 챙기면서 숨을 들이쉬고, 마음 챙기면서 숨을 내쉬라고 설명한다. 그다음 4단계 방법이 하나하나 제시되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숨을 길게 들이쉴 때는 ‘길게 들이쉰다’고 분명하게 알고, 길게 내쉴 때는 ‘길게 내쉰다’고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둘째, 숨을 짧게 들이쉴 때는 ‘짧게 들이쉰다’고 분명하게 알고, 짧게 내쉴 때는 ‘짧게 내쉰다’고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셋째, (호흡이라는) 온몸을 경험하면서 들이쉬고 내쉬는 수행을 해야 한다. 넷째, (들숨 날숨이라는) 몸의 작용을 고요하게 하면서 들이쉬고 내쉬는 수행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4단계의 내용인데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와 둘째 단계에서  혹자는 오해할지도 모른다. ‘아, 붓다도 호흡을 길게 혹은 짧게 하라고 했구나’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다. 호흡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 순간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알고 보라는 말이다. 

호흡은 때에 따라 길거나 짧을 수도 있고, 거칠거나 미세할 수 있다. 현재 순간순간의 호흡을 분명하게 마음챙기고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에서 ‘온몸을 경험하면서’ 수행하라고 했는데, 여기서 ‘온몸’이 실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몸 전체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호흡을 의인화해서 ‘호흡의 몸’을 말하는 것인지 해석이 다양하다. 필자는 주석서의 설명을 존중하고 따르는 입장이다. 즉, 온몸이란 ‘들숨 날숨의 전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들숨과 날숨의 전체과정을 빼놓지 않고 다 알아차리면서 수행하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몸의 작용을 고요히 하면서’ 수행하라고 했는데, 몸의 작용이란 ‘들숨 날숨의 작용’을 말한다. 수행자가 호흡수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들숨 날숨이 고요해진다. 바로 이때가 중요한 지점이다. 마음챙김과 마음집중이 잘 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때는 좀 더 마음챙김을 예리하게 해야 할 때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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