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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태원 참사 유가족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 사회
  • 입력 2023.03.14 17:14
  • 수정 2023.03.14 18:44
  • 호수 1673
  • 댓글 1

조계종 사노위 비롯한 4개 종단, 3월14일 추모기도회 봉행
용산서 대통령의 유족 면담·진상 규명 요구…물리적 충돌도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은 명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태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건 남아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돌려달라는 겁니다. 아이들의 영정을 무기 삼는 게 아닙니다. 이슬 속에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3월14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4개 종교 단체가 고인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열고 대통령의 유가족 면담과 이태원참사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입장문을 직접 대통령실에 전달하려는 유족 대표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추모기도회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를 비롯한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천주교 수도회 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공동 입장을 밝혔다.

4개 종단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37일이 지났음에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현실이 이 나라에 사는 국민들을 절망하게 한다”며 “더군다나 여당의원들은 유가족들에게 도를 넘는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반하장으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진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옛말에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군주민수, 君舟民水)’이라는 말처럼, 대통령은 깊은 참회의 마음으로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자식과 형제를 잃은 슬픔과 고통은 태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했다”며 “한 사람의 억울한 희생도 전 국민이 아파하는데 159명의 국민이 국가 행정의 잘못으로 사망했음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은 사과도 책임도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의 고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며 국민은 누가 어떻게 처신하는지 잊지 않을 것”이라며 “회피와 무책임한 태도도 기억될 것이다. 책임을 묻는 여부를 떠나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써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달라”고 요청했다.

원불교와 가톨릭 등 종교별 추모도 이어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대표로 참석한 송병구 목사는 성경의 ‘예레미야 애가’를 예로 들어 “몇 천 년 전에 일어난 참사가 현대인에게 생생하게 전해지는 데엔 참사의 원인을 참회하며 올바르게 기록했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사태를 감추려 하지 말고 직시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방문을 거절하자 유가족과 경찰들 간 충돌이 일어났다. 바리게이트가 넘어지는 등 몇차례 고성이 오갔으나 부상자 없이 마무리됐다. 

기도를 마친 뒤 유가족과 4개 종단은 대통령실에 입장문을 직접 전달하고자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유가족 측은 두 번 이상 면담요청서를 전달한 바 있지만, “검토해보겠다”는 답 외엔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대통령실 관계자가 “오늘은 직접 전달할 수 없다”며 방문을 거절해 유족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입장문을 전달하려 행진하는 유가족과 4개종단 성직자들.
입장문을 전달하려 행진하는 유가족과 4개종단 성직자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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