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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 김형규의 성지에서] 5. 불법이 사라진 인도에서의 서원

순례길은 수행과 전법 과정
우리 삶도 시간 위 걷는 일
한국불교도 절멸 위기 직면
전법 외면은 바라이죄 해당

우바새조의 일원인 김대표는 “길을 직접 걸으니 보이기 시작했다”고 변화를 말했다. 
우바새조의 일원인 김대표는 “길을 직접 걸으니 보이기 시작했다”고 변화를 말했다. 

몇 차례 인도를 방문했지만 돌이켜보면 성지순례라 보기 어려웠다. 절박함이 없었다. 배움이 없으니 유적지를 둘러보는 이상의 의미를 갖기도 어려웠다. 보아도 본 것이 아니었다.

길에서 자고 일어나며 부처님께서 갔던 길을 직접 걸으니, 보이기 시작했다. 출가의 의미, 수행의 절박함, 깨달음의 위대함, 그리고 열반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부처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그대로 밟으며 따라가지 않았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부처님 성지에서의 감동도 달랐다. 각각의 성지가 담고 있는 부처님의 생각, 체취, 그리고 가르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옛날 목숨 걸고 천축(인도)로 향했던 구법승들의 절절한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길은 그 자체가 가르침이었다. 길에서 인욕을 배웠고, 인도를 알게 됐다. 버스로 몇 시간에 불과한 거리를 며칠에 걸쳐 걸으며, 길은 곧 수행과 전법의 과정임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 또한 시간 위의 길을 걷는 일이었다.

그러나 부처님 성지는 안타깝게도 가르침의 폐허였다. 법륜은 부서지고 법은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무덤 같은 흔적뿐이었다. 부처님이 태어나고 자라고 출가하고 수행하고 깨닫고 전법을 했던 인도에서 부처님은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라진 현장에는 부처님 당시 사문유관(四門遊觀)에서 보았던 그 사람들이 또다시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힌두교, 이슬람 등 여러 종교의 찬송과 경전 독송이 종일 귀가 아플 정도로 울리는 세상에서 예불이며 찬불가는 들리지 않았다. 부처님 성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성지에서 울리는 인도인들의 석가모니불 염송은 그저 몇 루피를 얻기 위한 구걸의 도구에 불과했다.

성지를 순례하며 절로 전법의 의지가 일어났다. 아마도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은 인도순례를 통해 순례단에게, 아니 한국불교에 전법에 대한 의지를 일깨우고 싶었던 것이리라.

스님은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법을 펼치신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21세기 전도선언을 통해 우리 모두 전법의 길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한국불교가 지금과 같은 무사와 안일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런 인도의 모습은 미래 한국불교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님은 부처님의 성도지 보드가야에서, 그리고 룸비니에서 다시 한국불교의 각성과 전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출가자가 사라지고, 불자가 줄어드는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불교는 결국 부처님 법이 절멸해 버린 인도불교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스님은 인도불교의 폐허 위에서 한국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사와 안일이라는 깊은 잠에 빠진 한국불교를 반드시 깨워야 했다.

부처님은 성도 후 45년을 길에서 길로 나섰다. 미욱한 중생을 일깨우기 위한 전법의 길이었다. ‘대일경소’에 불간린일체법계(不慳吝一切法戒)라는 바라이죄가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가르치는데 인색한 것이 네 가지 중죄 중에 해당한다’는 말씀이다. 부처님께서 그만큼 전법을 중요시 한 것이다.

이제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순례의 길은 각자 성취의 길이었으며 전법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길이었다. 모두 함께 같은 길을 걸었지만 각자의 걸음이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모두 흩어져 지역과 자리로 돌아가 홀로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법을 향한 길에 우리는 함께일 것이다.

“사부대중이여 떠나라, 국민 속으로.”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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