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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유적 순례하며 평화통일로 한걸음 나아가다

  • 사회
  • 입력 2023.03.29 19:04
  • 수정 2023.03.30 10:16
  • 호수 1675
  • 댓글 1

조계종 민추본, 3월25~26일 제주도서 4·3 평화순례
30여명 동참…평화공원·학살터·관음사 등 유적 탐방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친본부(본부장 태효 스님, 이하 민추본)가 제주 4·3항쟁 75주기를 맞아 비극적 역사가 서려있는 항쟁 유적지를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발원했다.

민추본은 3월25~26일 제주도에서 ‘제주 4·3항쟁 75주기 평화순례’를 실시했다. 이날 순례는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은 순례단장으로 민추본 회원 30여명이 동참해 제주 4·3 항쟁 유적지를 1박2일간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주 4·3항쟁은 제주도민들이 단독선거를 반대하고 통일정부 수립을 촉구하며 1948년 4월3일 무장봉기를 시작하면서 발발했다. 제주도는 ‘빨갱이의 섬’으로 낙인 찍힌 채 분단체재의 희생양이 돼 철저히 파괴됐다.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군대를 동원 무장대를 토벌했고, 이 과정에서 제주도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속된 민간인 학살은 1954년 9월21일이 돼서야 종결됐다. 당시 목숨을 잃은 제주도민은 제주 인구의 1/10인 3만여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추본은 제주 4·3항쟁 75주기를 맞아 희생당한 제주도민을 추모하고 1945년 분단 이후 이념대립으로 얼룩진 현대사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화와 통일,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순례를 기획했다.

제주 4·3 평화공원 및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평화공원은 4·3으로 발생한 민간인 학살과 당시 제주도민들의 처절했던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기 위해 2000년 4·3 특별법 공포 후 개관한 곳이다. 순례단원들은 김지훈 겨레하나 단장의 해설을 들으며 제주 4·3 항쟁의 역사를 정확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기념관을 둘러본 후 4·3 영령들을 기리는 위령제단와 유해봉안실로 이동했다. 덕유 스님과 단원들은 위령제단 앞에서 묵념과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 스님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의 역사를 바로 직시해야 진전할 수 있다”며 “3만여명이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제주도에서 유적을 둘러보며 4·3항쟁을 제대로 배우고, 우리가 어떤 자세를 견지하고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제주 관음사로 자리를 옮겨 영가들을 위한 제주 4·3 추모 위령재에 동참했다. 불과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주 4·3 항쟁과 관련한 불교계 활동에 대해 연구가 들어갔고, 조사 결과 사찰 37개가 전소되고, 스님들이 고문을 당하는 등 불교계도 피해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 관음사는 무장대들의 근거지 어승생악과 근접해 은신했던 유적이 산재해있다. 그러다보니 토벌대에 의해 대웅전, 향적전 등 8채 건물이 전소됐고, 주지 스님은 고문으로 사망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에 따라 민추본은 이번 순례코스에 제주 관음사를 넣어 함께 4·3 유적지를 둘러보며 불교계가 제주도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를 생각하는 장을 마련했다. 단원들을 대표해 덕유 스님이 헌화했으며, 위령재가 끝난 후 단원들은 관음사 뒤쪽에 위치한 무장대와 토벌대 항쟁지를 찾아 관음사에 깃든 가슴 아픈 역사를 배웠다.

무장대와 토벌대 간 4·28 평화협상을 무효화한 오라리 방화사건 현장 오라리 마을과 4·3 유적지가 민오름을 올랐다. 유적은 남아 있지 않지만 현장에 설치된 사진만으로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튿날 순례단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제강점기 일본이 제주도를 요새화하기 위해 만든 군사기지인 알뜨르 비행장과 섯알오름 학살터를 둘러봤다. 섯알오름 학살터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탄약고가 있던 곳으로 한국전쟁 직후 경찰의 예비검속에 걸려 연행됐던 주민 250여명이 2차례에 걸쳐 집단학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는 매년 예비검속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민추본도 이날 희생자 추모비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향을 올리고 묵념으로 추모했다.

배동학 민추본 집행위원은 “슬픈 현대사를 알게 돼 마음이 무거웠다. 오랜시간 입막음을 강요당한 제주도민들과 제주 불교계의 아픔이 한순간에 치유되긴 힘들겠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명예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아픔을 잊지 않고 이를 계기로 분열보단 평화와 화합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평화통일에 한 발짝 가까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애 민추본 회원도 “4·3항쟁에 대해 알게돼 개인적으로 왔었는데 해설을 들으면서 순례를 하니 더 심도있게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불교계의 희생도 크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다. 이부분을 더욱더 알려야 할 것이고, 우리가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또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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