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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환경위기와 불교윤리의 대응-하

불교는 자연에 대한 생각 뒤바꿀 잠재력 함축

불교는 환경 대하는 인간태도에 있어 근본적인 재구성이 가능 
자애명상은 모든 존재에 능동적 자비심 일으키는 구체적 실천
생명과 생태, 환경 위기 국면에서 불교윤리적 처방은 시대 과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스촨성 러산시의 낙산대불(Leshan Giant Buddha)이 대기 오염으로 부식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스촨성 러산시의 낙산대불(Leshan Giant Buddha)이 대기 오염으로 부식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불교는 환경·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가
불교·환경·주의에 대한 네 가지 반대들을 논박한 다음 저자는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불교적 원천들을 검토한다. 예컨대, 상호 의존, 평정심, 공동체, 만족감, 자비심 등이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불교는 이러한 가치들의 함양을 강조했던 유일한 철학체계나 종교체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단일하거나 통합된 종교·전통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불교들은 당황스러울 만큼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대불교의 서로 다른 측면들을 반영하기 위한 하나의 원칙으로서 단수의 ‘불교’를 언급하는 대신 복수의 ‘불교들’에 대해 말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불교는 아브라함의 종교전통과 달리 환경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세속적인 개인과 초월적인 개인에게도 모두 호소력을 갖는, 적절한 패키지의 실천 도구와 철학 담론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불교와 같은 고대의 전통에 의존하는 것이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의 해결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증거는 우리의 삶이 다른 생명체의 희생 위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우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과는 별도로 인류의 식량안보는 곤충 구성원들의 격감으로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인간존재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오만한 태도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와 자연 세계의 의존 관계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과 그러한 변화를 계속 유지할 방법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뛰어난 실천 철학의 하나로서 불교 전통은 이러한 믿음들의 심리학적 내면화를 가져올 갖가지 명상 기법들을 발달시켰다. 불교의 명상 수행은 출가자들이 자신의 공동체 개념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도덕적 관심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는 것을 돕는다. 특히 자애명상(mettā bhāvanā)은 우주 속의 모든 감각적 존재들을 위해 능동적인 자비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향한 선의지(good-will)의 구체적 실천을 요청한다. 8세기의 천태종 철학자였던 찬잔(Chan-jan)과 몇몇 불이론자들은 심지어 바위와 산, 강, 식물 등 무감각한 자연물도 불성의 씨앗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 경전들은 과도한 재물과 물질적 안락 및 사유재산권 개념을 -그것이 물리적 소유물이든 지적 자산이든 간에- 불안의 중요한 원천으로 본다. 불교는 –사물들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심오한 의미의 만족을 성취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사람들에게 ‘단순성(simplicity)’의 가치를 환기하고 자신들의 자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갖기를 권장한다. –자신의 소유물을 남들에게 뺏길까 봐 걱정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려고 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가운데 누가 더 기후변화의 위협에 취약한지를 더욱 열린 마음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다.

지구 환경에 대한 우려와 세상 속에서 인간의 적절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은 불교사상과 불교실천의 중요한 특징인데, 이는 환경파괴의 서로 다른 원인들에 대응하기 위해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데 열정적인 사람들이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형이상학적인 물음들에 관한 심각한 철학적 불일치가 있음에도 모든 전통과 모든 지역의(태국, 티베트, 선, 서구 불교 등) 불교도들은 참여불교운동을 진척시키기 위해 하나가 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이 주장하고 있듯이, 이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불교적 도그마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기 위한 용의(및 인간은 환경과 동떨어져 있지도 않고 환경보다 우월하지도 않다고 볼 용의)를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참여불교는 종교 및 전통 사회에 못지않게 세속 및 현대 사회에도 상당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를 완화하는 일은 정부 간의 효율적인 협력과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불교가 이런 위기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풀뿌리 운동(grassroots movements)’ 만으로는 앞으로 닥칠 미래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자발적이거나 공동체 전체의 압력이 없다면-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 또한 분명하다. 참여불교는 인류가 당면한 환경 딜레마들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그것은 환경오염의 해결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18년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가 옳다면, 우리는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재난적 결과를 피할 시간과 우리에게 요구되는 철저하고도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시간이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생태계의 상호 연관성과 유약성에 대한 보다 향상되고 훨씬 더 광범위한 교육과 잘 어울리는 불교 철학과 명상 수행은 다음 세대가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 및 자연과 관계 맺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잠재력을 함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행복과 궁극적인 목적, 즉 ‘깨달음’에 이르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얻고자 하는 마음(탐욕)’의 소박한 충족을 강조함으로써- 참여불교의 길은 우리 스스로 진정한 가치의 어떤 측면을 부정하거나 우리 자신의 복지(행복)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환경주의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마주한 생명·생태·환경 위기의 근본적 해소를 위한 불교 윤리의 종합적 처방은 끊임없이 시도해야 할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아닐까 싶다.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hnk@dongguk.edu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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