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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연민심 계발하는 연민명상-2

기자명 일중 스님

생로병사 겪는 모든 중생에 연민

원한 맺힌 사람에 연민 보내다
모든 중생으로 대상·영역 확장 
연민 평등히 방사할 수 있을 때
수행자 고요·청정 선정에 도달

‘청정도론’ 9장에서는 ‘연민(憐憫)’을 이렇게 정의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때, 선한 사람의 가슴이 동요하기 때문에 ‘연민(Karuṇā)’이라고 한다. 혹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거하고 죽이며 분쇄하기 때문에 연민”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연민은 중생에게 일어난 고통을 완화하려는 형태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자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역할을 한다. 해코지 않음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고통에 압도된 자들에 대해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를 보는 것이 (연민의) 가까운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절박한 고통에 빠진 사람이나 동물을 볼 때, 우리 마음은 떨리고 안타까워한다. 그 상황에서 빨리 건져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연민의 마음이다. 연민명상은 모든 중생을 향하여 그런 연민심을 계발하고자 하는 명상법이다. 

‘청정도론’은 두 가지 방법으로 연민을 일으키라고 한다. 하나는 고통에 빠진 사람을 첫 번째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면 “고난에 빠져있고, 고통에 빠져있으며, 불운이 닥쳤고, 거지 신세이고 손발이 잘린 채 신음하는 어떤 불쌍한 사람을 보고 연민을 일으킨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연민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민을 계발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이렇게 하라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이 현재는 행복해 보일지라도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과 같다.’고 말이다. 즉 사형집행을 당하기 전에는 보통 사람들처럼 편하게 살아가지만, 결국에는 죽기 때문에 연민의 대상이 된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누군가가 현재 평화롭고 행복하게 보여도 그는 죽어서 악처에 떨어질지도 모르고, 생로병사의 고통이 따르기에 모든 중생은 다 연민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대상에게 연민을 충분하게 일으키고, 그다음은 자기 자신, 좋아하는 사람, 무관한 사람, 그리고 원한 맺힌 사람 순으로 연민을 닦아나간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연민을 닦을 때는 현재 자신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마음 챙긴다. 그리고 “내가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이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하고 연민을 일으킨다. 그다음 좋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고통과 괴로움을 떠올리고 그에 맞는 연민을 보낸다. “그 사람이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기를, 그 사람이 질병의 고통에서 자유롭기를.”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현재 행복한 상태라면, 과거에 힘들었던 때를 회상하거나 생사윤회의 고통에 속박되었다는 점을 사유하면서 연민을 일으킨다. “이 사람이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기를, 이 사람이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탈하기를.” 그다음 중립의 사람과 원한 맺힌 사람에게 차례대로 연민을 방사한다. 원한 맺힌 사람에게 반드시 연민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한 맺힌 사람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하지 않는다. 그런 다음 대상과 영역을 점차로 확장하면서 모든 중생에게 연민을 펼쳐 나간다. 

 이렇게 살아있는 중생들에게 평등하게 연민을 방사할 수 있을 때, 수행자는 거친 번뇌의 장애를 가라앉히고 마음챙김과 마음집중이 확립되어 고요하고 청정한 선정에 도달한다. 그래서 “편하게 잠들고 편하게 깨어나며,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 하는 자애명상의 열한가지 이익과 수행결실을 얻는다. 

설령 수행자가 선정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익과 효과는 많다. 특히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이 혜택을 입는다.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잘 마음챙기며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다. 그래서 일상의 삶이 좀 더 평온하고 넉넉해진다. 더불어서 고요하고 안정된 마음은 위빠사나 수행의 굳건한 토대가 되어 지혜와 통찰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잦은 산불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산림의 피해도 막심하다. 순식간에 불타고 무너진 집들이 하루속히 복구되기를, 고통 받는 사람들이 일상의 삶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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