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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수행이론의 총망라(50)-증입 관련; 각론⑫

훌륭한 지혜 활용한 설법을 보이다

티없는 알음알이서 나온 지혜
모든 지혜 중 가장 훌륭한 것
제9 선혜지에 중생교화 배치
법사 능력의 핵심은 설법하기

제8 부동지 다음에 제9 선혜지를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화엄경’ 구성작가의 구성 의도를 역으로 추정하려는 것이다. ‘청량소초’(夜 자권)에서는 이 문제를 소위 ‘내의(來意)’라는 과목을 설치하여 해명하고 있다. 답은 이렇다. 제8 부동지에서는 무공용(無功用)이니 무상(無相)이니 하는 용어로 표현되듯, ‘티 없는’ 보살행은 완성했다. 그러나 중생제도에 필요한 최적의 설법 기법을 습득하지는 못했다.

이에, 다음 단계로 ‘제9 선혜지’를 배치하여 ‘훌륭한 지혜’ 즉 ‘선혜(善慧)’를 활용한 설법의 양상을 보여준다. ‘티 없는 알음알이[無礙解]’에서 나오는 지혜야말로 모든 지혜 중 가장 ‘훌륭한 지혜[善慧]’이다. 그것은 ‘주-객’의 구분이 없는 직관의 지혜[智, prajňā]이다.
 
제9지의 핵심은 ‘네 종류의 무애’인데, 이 네 종류의 무애를 마음 방면에서 언급할 경우는 ‘4무애혜(無礙慧)’ 또는 ‘4무애지(無礙智)’라 하고, 입의 방면으로 언급할 경우는 ‘4무애변(無礙辯)’이라 한다. 

‘4무애’는 온갖 교법에 통달한 ①‘법(法) 무애’, 온갖 교법의 중요 의미를 잘 아는 ②‘의(義) 무애’, 여러 가지 말을 알아 통달하는 ③‘사(辭) 무애’, 여러 지방의 언어를 알아 상대의 근기에 알맞게 잘 말하는 ④‘요설(樂說) 무애’이다. 이런 식의 해석은 ‘금광명경’ ‘해심밀경’ ‘대승장엄론’ ‘유가론’ ‘성유식론’ 등에도 등장한다.

‘제9 선혜지’의 문단 구조도 상례에 따라 셋으로 나눈다. 첫 부분은 찬청분(讚請分)이라 하여, 금강장보살이 이상에서 제8지를 설한 것에 찬사를 보내고 이어서 제9지 설법을 간청하는 대목이다. 둘째 부분은 정설분(正說分)이라 하여,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제9지의 법문을 바로 설하는 대목이다. 

셋째 부분은 거듭 게송으로 마무리하는 중송분(重頌分)이다. 핵심적 내용은 정설분(正說分)인데, 정설분은 다시 전후 두 대목으로 쪼개서 읽는 것이 경학 전통이다. 전반부는 제9지에서 실천해야하는 ‘원인되는 수행’이고, 후반부는 그런 실천에 따른 ‘결과로서 과보’이다. 지면 관계상 본 연재에서는 ‘원인되는 수행’으로 좁히기로 한다.

‘화엄경’ 구성작가는 어떤 수행을 제9지에 배치 시켰는가? 위에서 말했듯이 중생교화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①법사로서의 방편을 갖추어야 하고, ②지혜의 방편을 갖추어야 하고, ③중생들의 마음, 번뇌, 업, 근기, 성품, 잠재의식, 생명을 받는 양상, 습관, 수행정도 등에 대한 파악이 갖추어져야 하고, 마침내는 ④설법을 해야 한다. 

이렇게 대승의 법사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능력들이 ‘제9지 선혜지’의 이야깃거리이다. 핵심은 ④ 즉, 설법하기이다. 법사가 설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갖추어야 하고, 또 ‘말 주변’이 있어야 하고, 또 강의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 ‘화엄경’ 작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이곳 ‘제9 선혜지’에 자세하게 소개한다. ‘말 주변’에 대한 경전 본문만 특정하여,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에서 인용하기로 한다. 

“불자여, 보살이 이 선혜지에 머물러서는 큰 법사가 되고 법사의 행을 갖추어서 여래의 법장(法藏)을 잘 수호하나니, 한량없이 공교한 지혜로 네 가지 걸림 없는 변재를 일으키고 보살의 말로써 법을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항상 네 가지 걸림 없는 지혜를 따라서 연설하고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나니, 무엇이 넷인가. 이른바 법에 걸림 없는 지혜[法無礙智]와, 뜻에 걸림 없는 지혜[義無礙智]와, 말에 걸림 없는 지혜[辭無礙智]와,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 없는 지혜[樂說無礙智]입니다.”

이상과 같은 ‘4무애의 지(智)’야 말로 가장 좋은 가장 훌륭한[善] 지혜[慧]이다. 그러니 ‘선혜(善慧)’이다. ‘화엄경’ 구성작가는 자신의 편집 방침대로, ‘선혜(善慧)’를 활용한 ‘말 주변’을 10가지로 반복해서 늘어놓는다. 

첫째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 보살은 법에 걸림 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제 모양을 알고, 뜻에 걸림 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차별한 모양을 알고, 말에 걸림 없는 지혜로는 그릇되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 없는 지혜로는 끊어짐이 없이 말합니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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