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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세존사 회주 장산 스님

세상 보는 안목이 밝아지면 처처가 모두 부처님 세상입니다

부처님 보고 불법을 들어 안목 키울 때 만사 원만해져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 찾고 매순간 집중하면 안목 성장
스스로 실천해 성장하면서 동시에 전법 원력도 세우길

장산 스님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부터 부처님 법을 전하자”며 전법 원력을 세울 것을 당부했다. 
장산 스님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부터 부처님 법을 전하자”며 전법 원력을 세울 것을 당부했다. 

반갑습니다. 세존사를 개원하기 위해서 걸망을 메고 온 지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20년이면 두 번이나 강산이 변했을 기간입니다. 그래도 저의 마음이나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들의 마음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제자고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배우고 정진하며 살아가는 덕분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여러분과 함께 축하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불자님들의 공덕입니다. 여러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도 여기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고,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세존사를 이끌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존사를 지키는 것은 바로 여러 불자님입니다.

우리는 참 좋은 인연입니다. 그러니 그 좋은 인연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세상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눈과 키, 그리고 손이 커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눈, 키, 손이 커야 한다는 것은 비유적인 것이지 그냥 태어난 모습 그대로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을 키우는 방법을 알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답은 바로 나의 눈으로 부처님을 보고 나의 귀로 불법을 들어 스스로 그것들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보여지는 겉모습과 관계없이 큰 눈과 큰 키, 그리고 큰 손으로 천하를 보고 천하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만사가 원만하게 해결이 되어, 더는 부족하거나 모자라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한창 AI, 인공지능이 화제입니다. 특히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라고 하는 ‘ChatGPT’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천하를 보고 있는 듯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날까 궁금해서 ChatGPT에 접속해 몇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먼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불교에서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 무엇일까요?” ChatGPT가 혹시 알까? 금방 대답이 나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이것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과연 무슨 대답을 할지 궁금했는데 “모든 것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 말이 주저 없이 툭 나왔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로 “인과응보(因果應報)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세요.” 이렇게 물었더니 ‘선인(善因) 선과(善果) 악인(惡因) 악과(惡果)를 불교에서 인과응보라고 합니다’라고 답합니다. 아, 놀랐습니다. 간단하지만 명확한 답변이었습니다. 여기 계신 불자님들도 저도 어떻게 이 세상에 왔습니까? 인과응보입니다. 그래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많다, 적다는 것을 따지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이 지은 인을 받은 것뿐입니다. ChatGPT가 바로 그 대답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ChatGPT의 능력이란 것이 결코 작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습니다. 아주 일반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정의란 무엇일까요?” 그런데 ChatGPT의 대답이 이렇게 나옵니다. ‘정의에 대해서 말하자면 너무 길고 복잡하고 많습니다. 마이클 샌델의 책을 사서 보십시오.’ 마이클 샌델의 책 ‘justice’는 우리나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인데, 이 책을 출간한 나라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350만 부가 판매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은 정의롭지 못한가? 정의에 대해 그렇게 궁금했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제가 ChatGPT에 던진 질문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바로 그 주제였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사례를 한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나의 친구에 대한 상황을 소개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인지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떤 친구가 3일을 굶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보니 빵집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에게는 돈이 없습니다. 그는 저 빵을 먹어야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빵을 훔쳐 먹습니다. 그 친구가 감옥에 가는 것이 정의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주제는 결코 금방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정말 복잡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합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에 대한 답은 오히려 가장 쉽습니다. ‘인생 공부’입니다. 스님들이 “참선하라”고 하는데, 이 말씀은 “깨달아라”라고 하는 것입니다. 견성성불(見性成佛)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는 막막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단정하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스님이 “위빠사나, 간화선, 묵조선, 명상, 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하나라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수행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수행을 찾아 정진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앉아 있는 법당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의 매 순간순간 마다 마주하는 상황에 집중해서 그 순간순간에 상황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면 됩니다. 그것이 수행정진이고, 인생 공부인 것입니다.

‘시무(始無)’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로소 시, 없을 무. 우주가 펼쳐지기 이전의 그 최초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시무 이전의 그 소식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부산 가덕도에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서 땅을 파고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 본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유골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아마 신문과 방송에서 그 뉴스를 보신 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유골이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 백인 유골이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왜 여기에 와서 죽었을까? 그 유골을 우리나라에서 연구하다가 미국에도 보내고 독일에도 보내어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만 년 이전 이 땅에 서양의 사람들이 왔었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입니다. 한편으로 세계 인류의 모든 인간의 조상을 연구해 들어가 보면 20만 년 전 한 어머니의 자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던 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수행 정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밝아지고 조금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근세에는 니체, 칸트 같은 훌륭한 철학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이분들은 19세기의 사람입니다. 니체가 하루는 영어로 번역된 ‘금강경’을 보았습니다. 그분 스스로, “주저앉았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 내용에 너무 놀랐던 겁니다. 니체는 ‘금강경’에 빠져들어서 스님이 되고 싶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부처님 말씀을 내가 눈으로 확인했구나’라면서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고 합니다. ‘나는 당신의 제자입니다.’ 니체는 다음 날부터 그 책을 손으로 적었다고 합니다. 사경을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출판까지 했고 친구들에게도 권했습니다. “나는 크리스천인데?”라는 친구에게도 “그래도 읽어라. 아무 상관이 없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머리가 있다면 종교에 상관없이 읽어라”라고 하면서 전법을 했다고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큰 눈과 큰 키, 그리고 큰 손으로 천하를 보고 천하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부족하거나 모자라지 않은 삶을 살게 됐으니, 그 좋은 것을 나만 아는데 그치지 않고 나누고 전한 것입니다. 이것이 전법입니다. 얼마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께서 스님들과 신도님 108분과 함께 43일을 꼬박 걸어서 인도 성지를 순례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전법합시다”라고 외쳤습니다. 인도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의 성지를 걸으면서 강렬하게 느끼신 바가 있으셨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불교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과 발원이 있었기에 ‘전법’을 강조하셨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전법합시다. 우리 세존사는 석가모니부처님, 석가세존(釋迦世尊)을 생각하며 세운 절입니다. 그리고 마땅히 전법해야 한다는 원력으로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 초심에 다시 불을 밝힙시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나의 남편, 나의 부인, 나의 부모, 나의 자녀, 나의 형제 그리고 나의 이웃들에게 전법합시다. 그것이 세존사 20주년을 맞아 지금 바로 누구나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전법의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원 20주년을 맞이해서 쓴 시를 한 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목은 ‘대념(對念)’입니다. 자기 스스로 마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념(對念)
마음은 영롱한 빛이니 심지광명이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니 보리도량이라
마음을 닦으면 몸이 편하고
몸을 닦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내 마음이 닿는 곳마다 웃음이 떠나잖고
내 몸이 머무는 곳마다 향기가 피어나게 합니다. 
세상을 보는 안목의 눈이 밝아지면 
처처가 모두 부처 세상이지요.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4월20일 부산 세존사(주지 도해 스님) 대각성전에서 봉행된 ‘세존사 개원 20주년 기념법회’에서 회주 장산 스님이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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