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인이 바라본 오늘날 한국 불교미술의 현실은 정체되고 도태된 과거의 전유물이다. 전통을 계승해야 하는 종교미술의 한계를 수용하더라도 한국불교계에서 횡횡하고 있는 획일화된 불사 행태는 불교미술의 독창성을 사그라들게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동국대 미술학과 1기생이었던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가 50여년 동안 불교미술 현장에서 겪은 현실적 한계를 기록했다. 동시에 저자가 직접 선정하고 공히 인정받는 ‘시대정신을 담은 불사’ 22곳, ‘현대적 혁신 가능성을 담은 불사’ 5곳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갖고 날카로운 비판을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대안을 찾고 지향점을 제시하는 과정에 깊은 정성을 기울인 노학자의 노력이 단단하다. 특히 김복진, 정종여, 오지호, 중은 스님, 이응노, 박생광, 구본웅,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최영림, 장욱진, 권진규, 백남준, 이만익 등 기라성 같은 불자 작가들의 작품 속 불교세계를 문화유산답사기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어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로서 불교미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본과 중국의 근현대 불교미술과 교육시스템 분석도 눈길을 끈다. 미술대학의 독립과 불교미술 교육 커리큘럼의 다양성을 주장해온 저자는 이 책이 불교미술 현실에 작은 파장을 일으켜 시대정신을 담은 불사와 교육 현장의 독립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불교미술은 시대에 따라 포교와 교화에 적합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왔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사원들은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구시대 미술에 안주함으로써 이 시대의 불교미술은 현대미술상에서 이미 도태된지 오래일 뿐만 아니라 젊은 신세대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갈 뿐”이라는 저자의 일침은 오래도록 묵직하고 아프게 전해진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80호 / 2023년 5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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