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불자들의 십시일반 보시가 이뤄낸 큰 성과”

  • 교계
  • 입력 2023.05.06 14:26
  • 수정 2023.05.18 15:27
  • 호수 1681
  • 댓글 1

아름다운동행, 5월4일 튀르키예 하타이주 한국마을 건립 현장 점검
수도관·배선 마쳐 전기 공급시 입주…일화 스님 “지속적 지원” 약속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시내에는 아직 철거하지 못한 잔해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시내에는 아직 철거하지 못한 잔해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하늘은 물망초처럼 파랬고 드넓은 광야엔 짙푸른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중해의 햇빛을 가득 머금은 싱그러운 잎사귀들의 향연이 서서히 옅어지자 날카롭게 튀어나온 철근과 붕괴된 건물의 시멘트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이 살았음을 알리는 흔적은 벽돌에 깔린 주황빛 양탄자뿐. 시내로 들어설수록 점차 늘어나는 무너진 잔해들이 도시를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국마을 건립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는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
한국마을 건립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는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

조계종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진우·상임이사 일화 스님)이 5월말 완공을 앞둔 한국마을(Korean Village)의 현황을 살피기 위해 5월4일 튀르키예 하타이주를 방문했다. 하타이주는 이번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10개 주 중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으로, 7.8규모의 1차 지진이 발생한 가지안테프(Gaziantep)시가 소속된 주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가지안테프시는 난민이 모여들어 230여만명이 거주하는 동남아톨리아 지역(튀르키예 동남부) 최대의 도시이자 튀르키예에서 6번째로 큰 도시였다. 때문에 사상자 20여만명, 이재민 2300여만명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 이재민 상당수가 200km거리의 이스켄데룬(İskenderun)에 자리 잡았다. 아름다운동행의 지원과 튀르키예 한인회의 주도로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거시설 ‘컨테이너 한국 마을’이 세워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스켄데룬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지진 발생으로부터 석 달이 흘렀음에도 거리에 즐비한 콘크리트 잔해들이 당시의 긴박함을 보여줬다. 멀쩡해 보이는 건물도 가까이서 보면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과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공터마다 텐트를 펼친 이재민들로 가득했다.

임시주거시설이 추가로 들어설 부지.
임시주거시설이 추가로 들어설 부지.

하타이주 주정부는 튀르키예 한인회에게 이재민들이 지낼 수 있는 컨테이너 임시주택 지원을 요청했다. 한인회는 이를 받아들여 3월부터 2만7700㎡ 부지에 360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단지를 건립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요청은 1999년 7.8 규모의 대지진이 지진이 이즈미트를 강타했을 때 한인회가 이재민 구호에 앞장섰던 데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인회장이었던 박용덕 한인문화교류협회장은 “이재민들이 절실한 게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구호물품보다 당장 살아갈 공간이 필요함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한인회는 각국 한인회에서 모은 기금으로 임시주택 200동을 기획했다. 착공을 앞두고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아름다운동행이 지원단체중 가장 큰 단위인 100동을 지원하면서 360가구가 거주할 수 있게 됐다. 마을 중심에는 공동 세탁실, 보육 시설, 강당 등을 포함한 문화센터를 지어 이재민들의 문화생활을 지원, 장기간 거주에서 오는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최대 1500여명이 생활하는 대형 주거단지가 될 전망이다.

아름다운동행은 한국마을 점검에 앞서 무라세파(Muratsefa demiry urek) 이스켄데룬 군수를 만났다. “이스켄데룬은 철강과 항만 산업을 담당하고 있어 튀르키예의 중요한 항구도시 중 하나”라고 소개한 무라세파 군수는 “수많은 노동자가 집과 직장을 잃었다. 난민들도 모여들고 있어 이스켄데룬에 있는 이재민은 25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며 “정부는 한인회와 아름다운동행의 지원으로 건립되고 있는 한국마을을 속히 완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수습 단계이지만, 속히 재건이 이뤄져 국민들이 예전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동행과 함께 현지 점검에 나선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은 “불교에는 도반이라는 말이 있다”며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듯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함께 걸으면 다 좋아질 것이다. 한국 조계종은 튀르키예 이재민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위로했다.

한국마을 점검은 박용덕 한인문화교류협회장과 김영훈 한인회장, 정진원 에르지예스 대학 교수, 메호멧불단 AFAD(재난비상청) 소장이 동참했다. 임시주거시설은 4인 가족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방 2개, 주방, 화장실로 구성됐다.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튀르키예에서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에어컨과 순간온수기도 설치했다. 수도관 등 배선 설치도 마친 상태로 하타이주에서 전기만 공급되면 당장 거주가 가능하다. 일화 스님과 범종 스님은 설치가 완료된 임시주거시설에 일일이 들어가 창문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바닥과 벽지 단열을 확인하며 부족한 점이 없는지 세심히 살폈다.

일화 스님은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이재민들이 당장 입주하기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처님의 자비 가르침을 따르는 한국 불자들이 십시일반 동참해 준 덕분에 이렇게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주택 설치가 막바지에 다다랐고 완공을 곧 앞두고 있다”며 “이재민들이 입주하며 따라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각종 누수 등을 지속 보강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튀르키예 한인회장은 “지진이 발생하고 3개월이 지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며 “지진이 할퀴고 간 상처를 복구하는 데엔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순간에 집과 가족을 잃은 수많은 이재민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메호멧불단 AFAD 소장도 "하타이주에 있는 이재민은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며 "한국마을을 비롯한 임시주거단지를 18곳에 건설 중이지만 아직도 많은 이재민들이 지낼 곳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스켄데룬 외곽 공터의 이재민마을 어린이들은 연신 "코리아"를 외치며 스님들을 반겼다.
이스켄데룬 외곽 공터의 이재민마을 어린이들은 연신 "코리아"를 외치며 스님들을 반겼다.

한국마을 점검을 마친 아름다운동행은 이스켄데룬 외곽 공터에 있는 이재민마을을 방문했다. 일화 스님과 범종 스님은 텐트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던 이재민들의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아이들은 연신 “코리아”를 외치며 스님들을 반겼다. 유수프(6) 어린이는 “한국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부모님이 알려줬다”며 활짝 웃었다.

마을 깊숙이 위치한 텐트에서 거주하는 유젤 할머니는 “집이 무너져 살림살이를 갖고 나오지 못했다. 빨래조차 할 수 없고 의자도 없어서 우울하다”며 “텐트는 너무 덥고 밤에는 추워 병에 걸린 남편을 병원에 보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거센 바람을 피할 임시주거시설”이라고 성토했다.

이재민들이 지내는 비좁은 텐트 내부를 둘러보고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눈 일화 스님은 “군데군데 구멍이 나 바람과 추위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텐트도 있어 안타깝다”며 “그러나 텐트조차 배정받지 못하고 떠도는 이재민들이 많다고 들었다. 모두가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한편 아름다운동행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총 18억여원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이스켄데룬 곳곳에는 이재민들이 펼친 텐트로 가득했다.
이스켄데룬 곳곳에는 이재민들이 펼친 텐트로 가득했다.
임시거주시설을 꼼꼼히 살피고 있는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
임시거주시설을 꼼꼼히 살피고 있는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

튀르키예 이스켄데룬=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