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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수행이론의 총망라(54)-성불 관련; 각론①

삼매가 바로 보현행원의 실천

대승의 논사들은 경을 다룰때
주장과 도착 지점인 종취논해
보안보살, 부처에 법문청하고
부처님은 보현보살에게 패스

‘화엄경’에서 성불 즉 ‘깨침[覺]’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제7회에서 전개된다는 이야기는 지난 호에서 이미 했다. 그리고 제7회에 배치된 전반의 총 6품은 ‘인원(因圓; 수행이라는 원인의 충만)’을 소개하고, 후반부의 총 5품은 ‘과만(果滿; 깨달음이라는 결과가 꽉 참)’을 소개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필자는 향후 ‘성불 관련; 각론’이라는 부제를 붙여 총 11품을 해설해 가기로 한다. 

총 11품이 제7회 보광명전 법당에서 진행되는데, 본 회의 ‘종취(宗趣)’는 보현보살이 실천한 수행의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의 효용[德用]이 완전하고 충분하게 모두 갖추어짐을 ‘종(宗)’으로 삼고, 중생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게 함을 ‘취(趣)’로 삼는다. 

필자가 기왕 ‘경학’이라는 훈고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경학’ 용어 중의 하나인 ‘종취론(宗趣論)’의 뜻도 소개한다. 종취(宗趣)에서 ‘종(宗)’은 해당하는 부파 또는 해당하는 텍스트 속에서 내세우는 최고의 가치 또는 주장 또는 진리 준거를 뜻하고, ‘취(趣)’는 그런 ‘종’이 지향하는 최종 도착 지점 즉, ‘종’을 통해서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를 밝힌 내용이다. 

대승의 논사는 ‘경을 다룰 [治經]’ 때 꼭 ‘종취’를 논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 논사가 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이런 전통의 입장을 따라도 좋고, 아니면 별도의 종취론을 세워 독자적으로 독서 해도 무방하다. 단, 독자적으로 해석할 때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면 전반부 총 6품을 본격적으로 해설해 가기로 하는데, 이 부분을 ‘인원(因圓)’이라 했다. 그런데 ‘깨달음[覺]’에 필요한 원인으로서의 수행이라면, 그것은 이미 제6회 설법인 10지(地)를 통해 모두 충족했는데, 다시 제7회의 전반부 총 6품을 다시 배치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 문제로 이곳의 총 6품을 ‘제11지’로서 ‘불지(佛地)’로 보아야 한다느니, 아니다느니, 하는 논의가 논사들 사이에 일어난다. 필자는 11지를 인정하는 스승들의 계보를 따르는데, 경학은 사법(師法)이 중하다. 그래서 ‘등각(等覺)’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전반부 총 6칙을 배치시키고, 후반부 총 5칙을 ‘묘각’에 배치한다. 전반부 총 6칙의 첫째가 ‘십정품 제27’인데, 전통 경학에서는 이 품 전체를 다섯 과목(科目)으로 나눈다. ①첫째는 서론 부분, ②둘째는 법문을 청하는 부분, ③셋째는 법문을 설할 자를 보이는 부분, ④넷째는 근본에 해당하는 부분, ⑤다섯째는 법을 설하는 부분이다. 번호 붙인 대로 대강을 소개한다.

①에서는 세존께서 마가다국 보리수 밑에서 정각을 이루시고, 보광명전에서 삼매(三昧)에 드셨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삼매’란 마음을 하나의 경계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그 내용을 간략하지만 하나하나 소개하고는 그것을 모두 묶어 세존께서 ‘무상(無相)’의 경계에 집중하셨음을 밝힌다. ‘무상’이란,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공, 무아, 무상(無常), 연기를 뜻한다.

②에서는 보안보살이 부처님께 법문 청하는 내용이 소개된다. ③에서는 부처님은 보현보살이 이 법회에 동참하고 있으니 그에게 물으라고 ‘패스’한다. 이 말을 들은 수많은 대중이 보현을 보려고 했으나 보질 못한다. 부처님은 “나무 보현보살”을 지극 정성으로 염불하라고 대중에게 권한다. 드디어 보현보살이 대중의 눈에 보인다.

④부분은 아주 특별하다. ‘화엄경’에서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을 하시는 세 부분 중의 한 부분이다. 핵심은 보현보살의 10대 삼매 이름을 거론하시면서 바로 이 10대 삼매로 인해 보현의 수행과 원력을 완수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삼매가 보현행원 실천임을 부처님께서 친히 증명하는 방식으로, 경전 작가가 꾸몄다. 작가의 솜씨답게 구체적인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보현에게 하라고 ‘패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부처님의 명을 받든 보현보살이 설법하는 장면이 ⑤부분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세존께서 거명한 10정(定)에 대해, 보현보살이 세존의 명을 받들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80권으로 번역된 ‘화엄경’에서, 이곳 ‘십정품 제27’에 할당된 권수가 제40권~제43권이다. 총 네 권이다. 그만큼 삼매가 중요함을 알 수 있겠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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