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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불교의례 복원 시도…전통 신행체계 새롭게 세우는 주춧돌

  • 불서
  • 입력 2023.05.15 14:46
  • 수정 2023.05.15 14:48
  • 호수 1681
  • 댓글 0

예수재·상주권공재 등 의례 
여법하게 설행하도록 안내
억불정책에도 불교 존속 배경
조선 불교 의례 연구로 밝혀

의례는 교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종교적 체험으로 이끄는 관문이고, 종교인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불가결한 요소다. 사진은 법현 스님이 상주권공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의례는 교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종교적 체험으로 이끄는 관문이고, 종교인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불가결한 요소다. 사진은 법현 스님이 상주권공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성직자’의 사전적 정의는 신자들에게 정신적·도덕적 지도, 교리 해설,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사람으로 승려, 목사, 신부 등을 일컫는다. 그러나 간혹 불교계에선 “스님은 성직자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얘기한다. 스님은 직업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종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의례는 간과되기 십상이다. 저명한 종교학자 니니안 스마트(1927~2001)가 세계적인 종교의 공통 특성으로 △교리적 차원 △신화적 차원 △윤리적 차원 △의례적 차원 △경험적 차원 △조직적 차원으로 분류했듯 종교에는 다양한 측면이 존재하고 불교에서 그것을 이끄는 게 주로 스님이다. 그런데 스님을 수행자로만 규정할 경우 의례를 집전하고 단체를 이끄는 ‘성스러운 직분(聖職)’의 측면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세기 문자와 형식을 중시 않는 선이 한국불교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많은 불교의례의 전승이 약화되거나 단절됐다. 유형의 불교유산이 국가지정문화재의 70%가량을 차지하지만 불교무형문화재는 영산재, 연등회, 수륙재, 예수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의례가 교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종교적 체험으로 이끄는 관문이라고 말한다. 종교인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데에 불가결한 요소이며,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고도 역설한다. 다행히 2000년대 이후 불교계에서도 의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관련 단체들도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교의례 연구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의례 현장에서 활동하는 스님들이 불교의례를 집성하는 일도 늘고 있다.
 

(사)한국불교금강선원 부설 한국문화예술대학 교수 혜사 스님이 편찬한 ‘예수재의범(預修齋儀範)’도 그중 하나다. ‘생전예수재’는 말 그대로 ‘생전(生前)에 미리(豫) 닦는(修) 재(齋)’를 뜻한다. ‘자신의 사후를 위해 살아 있을 때 치르는 의례’라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특히 윤달이 드는 해에 사찰에서 성대하게 설행됐으며, 수륙재·영산재와 더불어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로 꼽힌다.

이 책은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1576년)를 저본으로 ‘석문의범’ ‘요집’ ‘수생경’ ‘시왕경’ ‘영산대회작법절차’ ‘오종범음집’ 등 각종 의식문을 비교 분석했다. 현재 사찰에서 진행되는 의식까지 참고해 종합 정리함으로써 생전예수재 의식 절차 및 의식문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의식집을 통해 현세와 내세의 복을 닦는 생전예수재를 보다 여법하게 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수재 시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괘불이운, 설주이운 등은 재의 규모나 방법에 따라 설행할 수 있기에 그 내용도 함께 수록했으며, 시식(施食)은 보통 전시식(奠施食)을 거행하지만 관음시식(觀音施食)으로도 거행할 수 있어 의식문을 첨가했다. 본문 중간중간 들어 있는 간단한 설명은 이해를 돕기 위해 편자가 참고사항을 적은 것으로, 원활한 의식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록을 통해 옛 문헌 속에 드러난 차이점들을 대조해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불교의례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혜사 스님은 2015년 기존 점안의식문들을 토대로 현행 의식을 보안해 각종 점안의식들을 집성·편집한 ‘점안의식집’을 펴낸데 이어 대규모 불교의례의 중요 절차를 체계화한 ‘영산재·각배재의범(靈山齋·各拜齋儀範)’도 곧 펴낼 예정이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 법현 스님의 ‘상주권공재(常住勸公齋)’도 뜻깊다. 상주권공재는 가장 규모가 큰 불교의례인 영산재를 간략히 축약한 것으로, 3일 영산재의 13가지 절차를 1일 재의식의 11가지 절차로 축소한 의식이 각배재이고, 이를 다시 8가지 의식으로 축소한 것이 상주권공재이다. 모든 재가 그렇듯 상주권공재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베풀어 뭇 중생이 성불할 수 있도록 일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현 스님은 8단계로 진행되는 상주권공재의 진행절차와 구체적인 내용, 의미 등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실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봉원사 영산재보존회장 원허 스님이 편저한 ‘상용의식집’은 전반적인 불교의식을 포괄하고 있다. 조석예경, 각단예경, 각단권공, 재공의식, 시식영반, 점안의식, 장례의식, 예수재편, 이운편 등을 수록하고 있다.

 또 의식의 원리를 보다 이해 쉽게 시현할 할 수 있도록 고하자(高下字)의 방점, 태징, 요령의 표기를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원허 스님의 제자로 상주권공을 이수하고 2009년 출간 당시 편찬 작업을 함께 했던 천안 태학사 주지 법연 스님이 최근 이를 다시 편집해 배포하고 있다.(구입문의 041-566-7491)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의 ‘한국불교의례문화연구’는 불교의례를 통해 조선시대 억불정책 속에서도 불교가 존속할 있었음을 밝혔다. 저자는 조선불교의 동력으로 승속이 함께 참여하면서 절의 재원을 확보하는 유효한 방편이었던 ‘사찰계’와 더불어 꼽는 것이 바로 ‘신앙활동’이다. 그리고는 신앙활동이 행위로 표출되는 불교의례를 중심으로 폭넓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역병과 한국불교 의례, 조선시대 수륙재의 위상, 조선시대 생전예수재와 의례불교, 한국불교의 기우제, 근대불교의 의례와 범패, 근대불교 대중화와 ‘석문의범’ 등이 그것이다. 불교사에서 의례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저라 할 수 있다.

불교사상은 불교의례를 만나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이 책들은 불교의례의 복원과 이해를 통해 오랜 신행체계를 새롭게 세우려는 단단한 주춧돌들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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