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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 어우러진 갠지스강에서 참회와 함께 탐심을 내려놓다

기자명 법보

[신행수기 당선작] 포교원장상 - 박미자

아산 만덕사에서 첫 불연…불교입문, 불교대학, 포교사로 쉼없이 이어져
무설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1년 내내 기도와 수행 동참으로 불자 삶 채워 
상월결사 인도순례 계기로 인도성지순례 발원 성취…이제는 전법 서원

그림=허재경
그림=허재경

1998년 아산교육청학생상담자원봉사 활동을 함께하던 회원의 안내로 만덕사라는 절에 첫 발을 내딛었다.  불연의 시작이었다. 스님이 주시는 녹차를 음미하며 불교를 조금씩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후 시댁 육촌이종형님이 절에 함께 가자고 해 간 곳이 충남 아산 보광사였다. 그리고 나는 이 도량에서 지금껏 신행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3년 초여름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주지스님의 권유로 마곡사 본 말사들과 연합으로 진행되는 1박2일 임원연수에 재무 소임으로 참석하였다. 불교교리 강의를 듣고 발우공양, 저녁예불, 108배, 새벽예불 등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불교를 더욱 깊이 알게 됐다. 이후 집에서 매일 아침마다 ‘천수경’ 독송과 108배를 올리고 21일, 49일, 100일 기간을 정해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또 하안거 때는 보광사에서 안거를 겸해 매일 홀로 1시간씩을 기도했다. 이렇게 열심히 신행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갈수록 커졌다. 그때 마침 아산에 봉수사가 창립됐는데, 지인들과 함께 그곳에서 다행스럽게도 불교입문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쉼 없이 성지순례를 하며 신심을 다지고 있는 무설회를 알게 됐다. 우연찮게 저녁 7시에 충남 아산을 출발해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서 철야기도를 하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다시 충남 아산으로 돌아오는 기도정진 일정에 동참하게 된 인연으로 무설회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언젠가 충남 학생상담자원봉사자 진로상담사 1급 자격연수 과정 중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작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때 이달 안에 이루고 싶은 것으로는 무설회 성지순례 동참하기, 그리고 10년 안에 이루고 싶은 것으로는 성지순례 108번 이상 동참하기, 또 죽기 전에 꼭하고 싶은 것으로는 설악산 봉정암 3번 이상 가기 등을 적어 넣었다. 이뤄진 것도 없었는데 적어 넣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던 기억이 있다. 

불교에 관심이 깊어지면서 불교대학과정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찰을 찾았다. 기도가 깊어지고 신행활동에 정성을 쏟을수록 불교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마침내 2012년 수덕사 불교대학 3기 과정에 등록했다. 아산에서 예산까지 거리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꼬박 1년의 과정을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마침내 불교대학을 수료하게 됐다. 불교대학의 과정이 끝나갈 무렵 수덕사 주지스님은 졸업예정자 전원에게 포교사고시 응시를 권유했다.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에 교리 공부뿐만 아니라 보광사 주지스님에게 목탁지도까지 받아가며 열심히 준비했다. 물론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다. 포교사가 되고 보니 마음이 더욱 진중해졌다. 개인적인 수행과 신행생활을 넘어 죽는 날까지 부처님 법을 포교하겠다는 마음을 굳건하게 먹게 됐다. 

나는 충남서부총괄3팀 수덕사 자원봉사팀에 지원했다. 1박2일의 범어사 수계법회를 다녀온 뒤 수덕사에서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청소년 여름캠프를 지원하고, 둘째 주 일요법회 사회를 진행하며 서툴지만 포교사로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었다. 

성지순례 모임인 무설회는 해마다 음력정월 초사흘 통도사 적멸보궁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다음 첫주 일요일은 상원사적멸보궁과 낙산사 홍련암, 두 번 째주는 태백 정암사와 영월 사자산 법흥사를 순례하고 마음 방생기도는 물론 큰스님을 친견하고 세배를 드린다. 그리고 2월과 3월은 남해 보리암과 강화 보문사로 3대 해수관음도량 순례를 하고, 4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직전에는 1박2일로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5대적멸보궁 성지순례를 한다. 이렇게 하면 한해의 절반이 훌쩍 간다. 

처음 상원사에 오르던 순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새벽1시에 도착해 적멸보궁에 오르기 위해, 생전 처음 아이젠을 차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적멸보궁에 올랐다. 눈이 무릎까지 쌓였고 칠흑처럼 어두웠다. 산길은 미끄럽고 무서웠지만 떠오른 태양에 조금씩 밝아오는 새벽 산사의 눈 덮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모든 어려움을 잊고 마음에는 오히려 환희심이 차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보면 석가모니불 정근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정근소리가 커지면 그만큼 적멸보궁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보면 적멸보궁의 작은 법당은 삼배 올릴만한 작은 공간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불자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깜깜한 새벽 3시 힘든 여정을 마다않고 신심을 내어 적멸보궁에 오른 불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괜한 엄살을 피운 것 같아 부끄러웠고 한편으로 이런 불자들 사이에 나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공양물과 불전을 올린 후 사리탑 앞에서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새벽예불과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면 신심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비록 손과 발이 꽁꽁 얼어서 등산화를 신기도 장갑을 끼기도 힘들고 몸 곳곳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추워 눈물이 절로 흘렀지만 마음만은 환희심으로 가득했다. 상원사 문수보살님을 친견하며 지혜로운 불자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나는 61번째 생일에는 꼭 인도성지 순례를 가리라 꿈꿔왔다. 10년 전 무설회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회원 모두 적금을 들어 인도성지순례를 떠나자는 말에 1년여 넘게 적금을 넣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무산되어 실망이 컸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해 9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2023년 2월9일~3월23일까지 43일 동안 직접 걸어서 부처님의 자취를 따라가는 인도순례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설회도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기원정사 회향법회’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과 기원정사에서 회향법회에 동참하는 순례 일정이라니 이거야말로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 수 없었다. 

2023년 3월16일 14명의 무설회 회원은 부처님나라 인도를 향하여 출발했다. 델리 도착 다음날 라즈기르의 인도 최초 불교대학인 나란다대학터를 순례하고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신 영축산에 올라 주석 스님의 주관으로 예불을 올리며 벅찬 눈물을 흘렸다. 최초 사찰인 죽림정사를 순례하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마하보디사원에서 부처님께 가사공양을 올렸다. 

특히 수닷타장자 스투파와 앙굴리마라 스투파를 순례하고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향법회가 열리는 기원정사 입구에서 108순례단을 맞이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를 무수히 반복했다. 초인적인 고행도 마다않는 놀라운 여정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순례동안 모시고 걸었던 부처님을 여래향실에 모시고 108순례단의 예경을 시작으로 예불, 다례재 봉행 및 천도재를 올리며 ‘금강경’을 독송했다. 사부대중의 ‘금강경’ 독송 소리가 기원정사에 울려 퍼지니 신심이 절로 났고 다시없을 자리에 동참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며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인도성지순례 끝 무렵 인도인의 어머니 강이며 성지인 갠지스강에 도착해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보트에 몸을 맡겼다. 생(生)과 사(死)가 함께 공존하며 어우러진 갠지스강은 놀라웠다. “꽃초에 소원을 담아 갠지스강에 띄우며 기도하라”는 가이드 리쉬의 안내로 꽃초를 받았는데 순간 더 예쁜 꽃이 눈에 뜨여 바꾸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리쉬는 빙그레 웃으며 ‘부처님이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하셨잖아요’라며 점잖게 일깨웠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랫동안 불교를 공부하고 기도를 하고 성지순례를 다녔다. 그리고 10년 간의 간절한 염원 끝에 부처님나라에 왔는데 이런 작은 욕심마저 내려놓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호텔로 오는 내내 참회했다. 그리고 저녁식사 안내를 하고 있는 가이드 리쉬에게 살며시 다가가 “알아차릴 수 있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리쉬 덕분에 참회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리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인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함께 모여 순례 기간 동안 경험한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수행자’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가이드 리쉬와 나눈 얘기를 용기 내어 꺼내놓았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참회했다. 인도성지순례가 나에게 준 큰 가르침이었다. 

많은 불연(佛緣)들의 에너지와 파장으로 나는 불심의 싹을 틔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 불자의 길을 찾은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를 찾아 가는 길은 계속될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편과 함께 부처님 법 공부하며 절에 함께 가기,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걸어 온 1167km 붓다로드가 10년 안에 아니, 그 후에라도 천주교 순례길인 스페인 산티아고처럼 불자들의 순례길이 되어 10년 후에는 무설회 회원, 도반, 남편도 함께 걷기, 세 번째 누군가에게 불심의 씨앗 뿌리며 문수보살님의 지혜와 보현보살님의 실천으로 바른 부처님 법 전법하기를 새로운 버킷리스트로 가지게 됐다.

 불심은 혼자 뿌려져 홀로 싹트지 않는다. 물론 홀로 자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도반이 중요하고 인연이 중요하다. 내가 불자가 되기까지 나를 둘러싼 다양한 불연들이 있었다. 성지순례 때마다 기도 잘하고 무탈하게 다녀오라고 염려해주며 불심에 자양분이 되어준 도반들. 해가 더해 갈수록 나의 신행생활을 묵묵히 지켜보며 이따금씩 부처님 불전에 보시하라며 신권을 챙겨주는 남편. 이들이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오신 부처님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금 나와 연결된 모든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드린다.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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