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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살님 가피로 세 번의 기적 경험하며 보살행 실천 다짐

기자명 법보

[신행수기 당선작]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상 - 전영애

남편은 뇌출혈로 죽음의 계곡 다녀온 후 신행 적극 참여
유방암 수술 후 사경‧참회기도 하며 방사선 치료로 완치
포교사로 매월 1회 불교문화해설 봉사하면서 나눔 실천

그림=허재경
그림=허재경

이 날 아침도 나는 불보살님의 명호 아래 작은 향 하나를 사르며 ‘천수경’을 독송 후 일과를 시작했다. 2014년 4월3일, 남편은 퇴근 후 골프 연습실서 운동을 마치고 여느 날과 같이 저녁 식사 후 취침에 들었다.

새벽 5시경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왼쪽팔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단다. 소파에 누워 기운을 못 차렸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CT부터 찍어보자 한다. 판독을 하더니 뇌출혈 증세가 보인다며 서둘러 119를 불러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몇 가지 검사를 한 다음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긴장이 감돌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에 가슴이 먹먹해 말이 나오지 않아 손목에 차고 있던 단주를 돌리며 다라니 108독을 읊으면서 간절히 눈물로 불보살님을 찾았다. 수술이 원만하게 잘 되게 해주시라고…. 

하룻밤을 회복실서 보내고 병실로 올라온 남편은 입과 얼굴이 모두 돌아가 말을 못했다. 눈물 고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슬픈 눈빛은 내 가슴을 몹시도 아프게 했다. “여보! 부처님께서 당신을 꼭 일어나 걸을 수 있게 해주실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천만번 더 불러봐요”라고 두 손을 잡고 말하자,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알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3주 동안 하루 2번씩 재활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는 노력 끝에 45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그 후 남편은 나 혼자 하던 ‘금강경’ 사경을 같이 했고, 지금도 ‘금강경’과 ‘천수경’을 규칙적으로 사경하고 있다.

그 무렵 난 20여년을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는데 함께 근무한 동료직원에게 큰 금액을 빌려주고는 회수를 못해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남편도 정년퇴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 듯 내가 암을 선고 받았다. 2016년 6월17일, 건강검진 중 유방암이 의심스럽다는 말에 서울대병원에서 조직검사 후 2주일을 기다려 결과를 받았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은 수술을 해봐야 안단다. 처음엔 눈물도 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자 내 두 뺨은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되고 있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내가 왜 암에 걸려야 해? 허공을 쳐다보면서 슬픔을 억누르며 불보살님께 따졌다. 

“난 열심히 착하게 살아왔는데요. 왜 저에게 이렇게 무서운 아픔을 주시나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신실한 불교신자셨기에 자연스럽게 몸에 베여온 신심인데….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자 조계사를 찾아 포교사가 되면서 모범적인 언행으로 참된 불자가 되리라 노력하고 있는데, 재적사찰인 청량사에선 매월 지장재일 천도법회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해 선조들을 위한 기도동참을 했고,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엔 다라니 108독 기도에 동참하며 참회기도를 열심히 하는데”라고 울부짖으며 통곡했다. 수술날짜를 잡고 병실에 누워 대기하고 있는데 광현 스님과 덕현 스님께서 내원해 위로와 용기를 주고 가신 뒤, 들끓던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졌다. 

나는 종가집 맏며느리로 수많은 대소사를 다 겪으며 우리 며느리가 최고란 칭찬을 들으며 살았다. 사회생활 하면서는 밥 잘 사주는 큰언니란 닉네임이 따랐는데…. 그래도 잘못이 많으니 부처님께서 큰 벌을 주신거라 생각하면서도 반항심이 커졌다. “나와 인연 닿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모두가 이기심을 이타심으로 바꿔 부처님 닮은 자비심을 기를 수 있는 힘을 주시라고 발원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았는데, 그런 제게 왜 이런 암을 주시나요….” 

난 내일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못 다한 아쉬움 한 가지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막내 딸 짝을 맺어주지 못한 것이다. 난 막내 손을 꼭 잡았다. 유언을 하듯이 “은선아. 엄마가. 엄마가 있잖아. 만약에 눈을 못 뜨고 우리 만나지 못해도 지금처럼 당당하게 언니랑 의지하면서 잘 살아야 돼….” 그 한마디를 하고 마취에 들어갔다. 
꿈을 꾸었다. 2013년 9월 재적사찰에서 15일간 인도성지순례를 갔을 때 영축산 정상에 계신 부처님을 뵙고 왔는데, 그 부처님께서 황금빛 찬란한 보를 감싸주시면서 “조금 쉬었다 일어나거라”라고 하셨다. 눈을 뜨니 회복실이었다. “엄마 사랑해”하면서 달려드는 막내를 꼭 껴안았다.  

담당 주치의가 “이건 기적입니다”라며 수술이 잘 되었고 전이가 안됐다고 했다. 한쪽 가슴을 절제했지만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방사선과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통증클리닉을 받으며 통원치료를 했다. 남편과 같이 아끼던 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부동산을 비롯해 모든 것을 줄이고 정리를 해 경치가 좋은 곳을 골라 이사를 했다. 창을 열면 앞산 너머에 재적사찰의 언덕이 보인다. 고개 숙여 삼배를 하면서 아침햇살이 떠오를 때 예배를 드린다. 거룩하신 나의 부처님께….

이사를 와서 첫 번째 한 일은 은선이 짝을 찾는 것이었다. 죽음의 계곡을 다녀온 뒤 나 없이 결혼 하지 않도록 하얀 드레스를 내 손으로 입혀주고 싶었다. 방사선 치료를 10번째 받던 날, 막내는 성실한 청년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해 시월 날을 잡아 예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매주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내 반쪽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우울감과 힘듦을 내색치 못했다. 남편이 애처로운 마음에 힘들어할까봐 괜찮은 척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6년여 해오던 봉사활동을 내려놓고 종교 활동도 중지했다. 그 누구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자존감이 모두 다 무너지는 상실감으로 우울증까지 겹쳐왔다. 그런데 존귀하신 나의 부처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거실 한 쪽 편에 작은 테이블을 놓고 경전들을 꽂아 놓으니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천수경’과 ‘금강경’을 사경하면서 참회기도를 했다. 그리고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면서 밝아지는 내 얼굴에 생기가 돋아났다. 조계사 대웅전을 오가며 34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끝에 지난해 완치 통보를 받았다.

신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환희심을 갖고 마음잡는 일이 일상의 화두가 되었다. 내 마음이 반석 위에 올려지기를, 황금빛 가피의 빛과 음성을 기억하며 용기를 갖자고 다독인다. 오직 정진일심으로 부처님 법 따르며 노력하는데 또 다른 시련을 주셨다. 이건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암울함이었다. 

2023년 3월17일, 남편은 나를 또 한 번 시험에 들게 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뒤부터 고혈압과 당뇨약을 복용중인데 일주일 전부터 숨이 차서 걷질 못한단다. 손발은 퉁퉁 부어올랐고 얼굴은 창백했다.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 폐에 물이 많이 고였다며 서둘러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고대병원에 3월30일로 예약을 했는데, 3월24일 새벽 호흡곤란이 와서 119 구급차로 고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급한 응급처치만 받고 또 다시 외래 호흡기내과에 예약을 했다. 진통제를 먹으며 내원 날을 기다렸다.

폐 CT 찍은 영상CD를 부처님 전에 올려놓고 108배를 하면서 불보살님의 가피로 이 아픔을 멈추게 해달라고 엎드려 통곡했다. 남편은 고통을 참으며 ‘약사여래경’을 사경하면서 두려움을 다독이고 있었다. 몸이 많이 부어 숨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불보살님께 기도하고 다라니 108독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그 어떤 잘못까지 모두 참회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오직 성실하고 가정을 잘 돌보면서 주변의 아픔까지도 함께하려는, 진정으로 선한사람이기에 이 아픔을 내게 주시라고 간절히 애원하며 다라니 1000독 이상을 하고나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겨우 몸을 추슬러 호흡기내과 검진을 하는데, 교수님은 모든 자료와 현재 상태를 검사하고는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분명 CD엔 물이 고여 있는데 환자의 지금 상태는 양호해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고, 4월13일에 최종 판단을 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잠을 설치면서 ‘금강경’ 사경과 참회진언을 계속 암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최종결과를 보러가는 남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언제 아픈 사람이었냐는 듯이. 담당 교수는 검사 결과지를 모두 보고는 “정상입니다. 약은 안 드셔도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지금 과학과 의학이 발달되었다지만 영상 속 폐 사진은 물이 고여 있는데 근 한 달 간 기도의 영험일까? 과학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혹시 오판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순간 그처럼 고통이 심해 진통제를 먹던 이 남자는 회복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또 신심이 나태해지면 두려움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도 이 환희심을 모든 분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아! 나의 부처님!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저희 곁에서 우산이 되어주신 부처님께서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은혜로운 가피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을 회복하고 바른 마음으로 정진하여 보살행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불보살님 전에 다짐을 해본다.

법륜 스님께서는 ‘기도는 외적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기적’이라고 했다. 난 세 번의 기적을 보았다. 참다운 인생의 씨앗을 심으면 진정한 운명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리고 지금은 포교사로서 불교문화해설팀에서 매월 한 번씩 사찰 봉사를 하고 있다. 이제 곧 일흔이 되는데,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부처님의 향기를 함께 나누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삼보전에 다짐한다.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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