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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마조의 문하-④두타행·산거 수도한 선자

기자명 정운 스님

대매법상은 은둔 수행의 대표격

법상은 마조 스님과의 선문답
‘즉심시불, 비심비불’로 유명
영묵은 과거시험 가는 길에 
마조 스님과의 문답으로 출가 

인도의 불교와 중국의 불교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똑같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사상이지만, 중국의 불교는 자국의 문화가 가미된 중국화 된 불교이다. 선 또한 중국화 된 선이 발전되었다. 이 중국화 된 선은 곧 우리나라 선이기도 하다. 인도불교가 중관학·유식학·인명학 등 학파불교라면, 중국은 종파불교이다. 선이 중국에 유입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그 이전 노자의 무위사상이나 청담 사상 등에 맞게 선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선 수행자들의 삶 또한 은둔·자유·낙도(樂道)적인 도교적인 성향이 있다. 

마조의 문하에 은둔 수행자들도 있다. 스승[마조]과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은 뒤 산속이나 변방으로 들어가 소식이 끊어진 이들이다. 대매법상·천목명각·감천·나부도행·여산법장·견숙·오설영묵 등이다. 앞에서 사교입선(捨敎入禪)한 양좌주와 분주무업도 산거 수행의 대표 인물이다. 여기서는 영묵과 법상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마조의 은둔 제자 중 대표되는 제자가 대매법상(大梅法常, 752∼839)이다. 법상의 전기는 ‘전등록’ 권7에 의하면 휘호는 법상, 속성은 정씨, 양양인(襄陽人)으로 마조와의 기연으로 깨달음을 얻은 뒤 대매산에 들어가 은거 수행하였다. 

법상과 관련해 즉심시불(卽心是佛) 비심비불(非心非佛) 언구로 유명한 선사이다. 그는 마조로부터 즉심시불 명구로 깨달음을 얻은 뒤 대매산에 들어가 입적할 때까지 은둔하며 살았다. 이런 그에게 마조는 한 승려를 보내서 법상을 시험하였다. 얼마 후 그 승려는 법상을 만나서 물었다. 

“은자께서는 언제부터 이곳에서 살았습니까?”/ “사방의 산이 푸르렀다가 다시 노랗게 물드는 것을 바라볼 뿐,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릅니다.”/ “이 산을 벗어나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저 물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십시오.”

다시 승려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마조 스님을 뵙고, 무엇을 얻었기에 홀로 이 산에 머물러 있습니까?”/ “마조 스님께서 내게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였네.”/ “요즈음 마조 스님은 법문을 달리하십니다.”/ “어떻게 달라졌는가?”/ “요즈음 마조 스님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다’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법상은 도리어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 노인은 사람을 혼란케 하는 일을 아직도 그만두지 않는군. 마조 스님이 비심비불이라고 해도 나는 오직 즉심즉불일세.”

그 승려가 돌아가 마조에게 그대로 전하자, 마조가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매실이 다 익었구나.”

이 일화는 마조의 즉심시불과 더불어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다. 아마도 법상은 마조에게 처음부터 비심비불 언구를 들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그만큼 법상은 스승이 그때그때에 맞는 수시(隨時) 설법 의미를 분명히 알고 있는 수제자이다. 향기가 좋은 난초는 주변에 향을 내뿜는다. 그 향내에 사람들이 모여들듯이 은둔한 법상에게 제자들이 찾아왔다. 그의 문하에는 천용(天龍)이 있고, 이 천용의 문하에 일지선(一指禪)으로 유명한 구지(俱胝)가 있다. 또한 신라의 제자로서 가지(迦智)와 충언(忠彦) 등이 있다. 법상이 입적하기 직전 제자들에게 말했다. “오는 자를 막지 말고, 가는 자를 말리지 말라(來莫可抑 往莫可追).”

다음, 영묵에 대해 보자. 오설영묵(五洩靈黙, 747∼818)은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도중에 마조가 머물던 홍주 개원사를 방문했다. 

마조가 물었다. 

“어디에 가는가?”/ “과거시험을 치르러 장안에 갑니다.”/ “수재는 너무 멀리 가는군!”/ “그러면 이 근처에도 시험장이 있습니까?”/ “눈앞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영묵이 마조의 이 말 한마디에 출가하겠다고 하자, 마조가 말했다. “삭발해 머리를 깎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대사인연과는 별개의 문제이네.” 여기서 ‘시험장’이란 방거사의 일화에서 봤던 것과 똑같다. 단지 출가했다고 부처에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행 정진에 따라서 부처에게 선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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