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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물러가자 다시 활개치는 ‘떴다방 포교당’

  • 교계
  • 입력 2023.06.09 22:57
  • 수정 2023.06.13 11:32
  • 호수 1684
  • 댓글 1

법보신문 현장 취재 결과 전주에서만 유사포교당 5곳 운영 확인
스님이 사주 봐주고 직원들은 돼지고기 나눠주며 노인들 모객
“조계종서 임명장·승려장 받았다” 주장…알고 보니 유사 조계종
2010년부터 유사포교당 성행…불교 위상·이미지 실추 우려
조계종 호법부 “피해 발생하면 종단차원 적극적인 대응 예정”

전주에 위치한 유사포교당에서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를 나눠주고 있다. 그러면서 "내일은 갈치를 주겠다"고 꼬드겼다.
전주에 위치한 유사포교당에서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를 나눠주고 있다. 그러면서 "내일은 갈치를 주겠다"고 꼬드겼다.

5월31일 전주 금암동 건물. 정문에 A4용지로 조악하게 만든 ‘호음산 ○○사’가 붙어있고, 어르신들이 쉴 새 없이 줄지어 들어갔다. 기자가 인파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자 입구에 화장지, 라면, 에어프라이기 등 물품이 가득 쌓여있다.

입구 안쪽의 큰 방에는 1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자리에 앉아 ○○사 원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선 부처님 가르침이 아닌 “자식이 잘되고, 집안이 편안하려면 조상을 잘 모시거나 부처님에게 공을 들여야 한다”는 영업광고가 나왔다. 예불 등 기본적인 의식 없이 위패를 모셔야 한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강연 후에는 A스님이 사주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원장실에서 다시 원불·위패 봉안을 부추겼다. 비용이 적게는 15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렀다. 불단 위에 지폐가 어지러이 쌓여있고, 포교당 한편에서는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귀가하는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를 나눠주며 “내일은 갈치를 주겠다”고 꼬드겼다.

사찰 명칭을 내걸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고액의 물품을 판매해온 유사포교당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면서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스님과 계약을 맺어 사주를 봐주거나 고가의 물품을 제공하며 현혹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불교조계종 명칭을 도용해 불자들의 신뢰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결과 ‘호음산 ○○사’는 스님을 고용해 사찰 행세를 하는 전형적인 ‘떴다방 포교당’이었다. 창건주 이모씨가 지난해 ‘대한불교전통조계종’이라는 유사 조계종단을 창종해 전주 지역 내 5곳을 포함 전국서 10여개 포교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 안골사거리에서도 ‘○○사’를 내걸고 노인들을 상대로 원불 및 위패 봉안을 판매했다. 특히 이곳은 2018년 조계종을 사칭한 담양 ○○사가 있던 자리로, 명칭만 바뀐 채 여전히 유사포교당이 성업 중이었다.

기자가 현장으로 들어가자 원장 최모씨가 “남자의 묘는 왼쪽에 모시고 여자는 오른쪽에 묘를 모신다. 만약에 첩이 있으면 남편 옆이 아니라 정실부인 옆으로 묘를 써야 한다” “부처님의 원력을 얻기 위해 시주하고 원불과 산신을 봉안해야 한다” 등등 불교와 관련 없는 말을 이어갔다. 또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나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임명장도 받았고 법사증과 상장도 있다”며 “주지스님도 종단에서 나온 임명장과 승려증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불교조계종이 아닌 대한불교전통조계종이었으며, 주지도 대한불교 국제중도선종단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기자에게 “선물을 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절에서 금하는 돼지고기와 갈치를 줘서라도 오게 만드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라며 “포교당도 영업이다. 남의 사업장에 찾아와 방해하지 말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같은 ‘떴다방’식 유사포교당의 판매행태는 2010년부터 줄을 이었다. 2010년 한 사찰은 방문판매업 신고증을 개설해 경상도 지역에 30여곳에 이르는 매장에서 노보살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벌여 납골과 위패, 천도재, 수의를 판매했다.

뒤이어 업자들이 불교의 탈을 쓰고 유사 포교당을 열어 피해자가 속출했다. 서울 한 포교당은 섬유유연제와 농산물을 제공하며 노인들을 유인해 상조 상품을 비롯해 위패 등을 판매했고, 매장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전기매트를 혈압과 당뇨에 효능이 있다고 속여 수십만원대로 판매했다. 그러면서 “위패를 샀다가 환불한 사람들은 며칠 뒤 교통사고를 당했다. 몸에 칼을 대는 일이 발생했다”는 위협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전북지역에서도 사주를 빌미로 수천만원대의 천도재를 하도록 유도하는 유사포교당이 성행했다. 전주지역에만 10곳이 넘는 유사포교당이 영업 중이었고, 스스로 ‘법사’라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부적을 나눠주고 직원들은 사주를 봐주며 모객행위를 자행했다. 이들은 조계종 일부사찰까지 세력을 넓혀갔다. ‘대한불교조계종’ 명칭도 무단으로 사용하며 노인들을 속여 돈을 갈취했다. 태평동에 위치한 ○○사 포교당은 불교문화 조계종 소속임에도 조계종 사찰이라며 불자들을 현혹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위패와 원불을 판매하고 천도재 등을 지내게 했다. 당시 한 피해자는 법보신문에 “할머니가 사주를 보고 큰고모가 단명할 것이기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가족들이 반대하자 1500만원을 인출해 갔다”고 호소했다.

피해가 이어지면서 대한불교청년회 전북지구, 부안불교청년회, 부안군 이장단협의회 등은 항의집회를 열고 방문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조계종도 피해사례가 급증하자 상행위 근절을 위해 전국 사찰에 종단 지침을 발송해 각 사찰 및 주지스님의 유사포교당 관련 면담 및 계약을 금지하고 교구본사의 말사 종무행정지도감사 시 포교당 운영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등 전국 교구본사들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유사포교당은 근절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주춤하던 유사포교당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이들의 영업은 과거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불자'를 가장한 ‘업자’로 돈벌이 수단으로 종교를 선택하고 비불교적인 방법과 과도한 영업으로 신도들을 유인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불교와 사찰을 표방하는 곳에서 돼지고기와 생선까지 나눠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유사 포교당을 방치할 경우 다수의 피해자 발생은 물론 불교의 위상 및 이미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대표는 “불교세가 약한 전북지역에서 여러 곳의 유사포교당이 10여년 동안 돌아가며 활개를 쳐 지역불교를 욕먹이고 전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전북불교네트워크는 지역 스님들과 연계해 적법한 방법으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호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호법부는 문제가 발생한 포교당에 대한 조사를 진행, 내용증명을 보내고 필요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스님이 연관돼 있을 경우 계약을 파기시키고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며 “아직 호법부에 접수된 민원이 없지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해당 포교당에 대한 조치와 함께 전국 사찰에 유사 포교당 상행위 근절에 대한 지침을 하달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보신문이 취재한 유사포교당은 개원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아 피해 발생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3~6개월 주기로 사무실을 임대해 영업한 뒤 문을 닫고 다른 지역에서 이름을 바꿔 다시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범종단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훈 호남주재기자 boori13@beopbo.com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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