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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성전에서 길어 올린 찰나의 힐링쉼터 

  • 불서
  • 입력 2023.06.12 16:09
  • 수정 2023.06.12 16:12
  • 호수 1684
  • 댓글 0

부처님 인생응원가
정찬주 지음 / 동국대학교 출판문화원 / 280쪽/1만5000원

삶이 그대로 경전이 되는 경우가 있다. 계절의 흐름과 피고 지는 꽃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기억. 일상에서 겪는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깊게 사유할 수 있다면 삶은 그 자체로 놀라운 지혜를 준다. 무설(無說)의 법문(法門)이다.

전남 화순 계당산 자락에서 작은 산방 이불재(耳佛齋)에서 자연이 깃들어 살아가는 정찬주 작가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찰나 찰나의 행복 노하우를 한권의 책에 담았다.

책은 ‘부처님 인생응원가’라는 조금은 특이한 제목이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온 지금, 세상은 여전히 그 여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많은 괴로움과 번민과 방황에 시달리고 있다. 책은 이렇게 세상에 발 딛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그 위로를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길러냈으니 결국 부처님께서 우리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는 셈이다. 정 작가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불재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잠시나마 치유의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정 작가는 동국역경원에서 펴낸 ‘불교성전’을 가까이 두고 틈틈이 읽고 사유했다. 그러면서 작가의 곁에서 흘러가는 이불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관조했다. 그러다 ‘불교성전’에서 길어 올린 주옥같은 경전 구절에 이불재를 품은 자연, 그리고 정 작가의 담박하고 깊은 사유가 더해져, 마음을 울리는 한권의 책이 탄생한 것이다.

이불재의 일상은 매순간 정답고 한가하다. 봄에는 벚꽃과 홍매화, 여름에는 수련과 노란 창포, 가을에 배롱나무 붉은 꽃이 마음을 간지럽힌다.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따고 벼 이삭 익어가는 향기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가을이다. 겨울에 부쩍 손님의 발길이 잦다. 밤새 내린 눈을 대나무비로 쓸다 보면 풍경소리와 함께 반가운 얼굴이 사립문 너머에 닿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순간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펼쳐낸 정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복잡한 삶에 쉼표 같은 여백을 선사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사유하는 정 작가의 작은산방 이불재는 또 다른 명칭을 갖고 있다. 정 작가의 영원한 스승 법정 스님이 내려준 무염산방(無染山房)이란 이름이다. 세상 속에 살지만 세간에 물들지 않는 산방이라는 뜻이다. 세간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은 매순간 어딘가에 끄달려 나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순간순간 깨어있으라는 경책이다.

정 작가는 “마당을 거닐고 사립문을 여닫는 일상에 부처님 가르침을 담아냈고 계절의 변화를 보고 만지고 들으며 찰나의 생각을 경구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매일이 숨 가쁘게 흘러가는 삶을 뒤돌아보며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펴는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청량한 마음과 삶의 지혜가 몰록 솟아오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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