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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하는 마음이 성불의 씨앗

기자명 혜민 스님

12. 상불경보살품의 가치

누구를 봐도 분별심 내지 말고
공경의 마음 연습하란 본보기
지혜로운 이라면 좋은 시절에
더욱 겸손하고 공덕 쌓아야

‘법화경’ 28품 가운데 어떤 품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느냐고 주변 스님들한테 물어보면 유명한 ‘관세음보살보문품’이나 병을 낫게 해주시는 ‘약왕보살본사품’이 아니고 ‘상불경보살품’이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나 역시도 ‘상불경보살품’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독경하면 할수록 그 깊은 진리의 맛이 있어 너무도 좋다. 상불경(常不輕)이라는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항상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공경하는 보살”이라는 뜻인데 혹시라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을 위해서 간단한 내용 설명과 함께 경전 안에 들어있는 삶의 진리를 풀어볼까 한다.  

먼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득대세보살에게 상불경보살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주 옛날 옛적에 위음왕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나서 상법시대에 경전 공부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누굴 만나도 무조건 축원만 열심히 하는 비구가 있었다고 한다. 축원의 내용을 보면 “나는 그대를 매우 공경하면서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아니하니 왜냐면 그대가 곧 보살의 도를 행하여 성불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단다. 그런데 경전 공부를 많이 한 뛰어난 체하는 승려들이나 우바새, 우바이들이 상불경보살의 그런 축원을 들을 때마다, 그를 아주 우습게 여기면서 자기에게 그런 예언 따위는 필요 없다며 무시했다고 한다. 또 어떤 비구는 한 걸음 더 나가 상불경 비구를 작대기로 치고 돌을 던지면서 떠돌아다니는 무지한 비구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무시해도 상불경 비구는 흔들림 없이 그들을 향해 똑같이 성불하리라는 축원 수행을 계속했다. 그러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위음왕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화경’의 게송들이 공중에서 들리면서 육근이 청정해지고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신통력과 언어의 변재력을 얻게 되었다. 이후엔 본인을 하대하던 사람들을 교화한 후 명을 마치고는 일월등명 부처님과 운자재등왕 부처님 계신 곳에 태어나 그곳에서 ‘법화경’을 읽고 외우고 설하였다. 그 결과, 각종 선근을 심게 되었고 무수한 부처님을 만난 후에 드디어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태어나서 성불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먼저 ‘상불경보살품’의 일차적인 가르침은 그 누구를 보더라도 분별심을 내지 말고 공경하는 마음, 축원하는 마음, 미래 부처님처럼 보는 마음을 연습하라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를 무시하고 돌을 던지면서 공격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을 미래 부처님으로 보고 계속해서 공경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분별심의 습관을 멈출 수 없는 중생들은 항상 좋고 나쁨으로 나누어서 좋은 것은 잡아당기려는 탐심을 내고, 싫은 것은 밀어내려는 진심을 내면서, 이 둘 사이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상불경보살님이 위대한 것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어 보면서 분별한 것이 아니고 모두를 평등하게 보고 자신을 낮추신 점이다. 이런 모습은 모든 수행자들이 따라야할 본보기인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면 왜 부처님께서 득대세(得大勢)보살님에게 상불경보살님 이야기를 하셨을까 하는 점이다. 득대세보살님하면 대세지보살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 한자 뜻 그대로를 풀면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보살”이라는 뜻도 된다. 즉 인생을 살다보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돌아가면서 어느 순간 정점을 찍는 때가 온다. 그때는 천하를 가진 듯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잘 돌아가고 사람들도 나를 자꾸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상불경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시는 것 같다. 왜냐면 인생 자체가 무상하고 인간이라면 생로병사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득대세인 상태로 평생을 사는 경우는 없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세력이 많은 좋은 시절일수록 더 겸손하고 더 많은 공덕을 쌓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더불어 자신을 멸시하고 돌을 던졌던 사람들을 결국에는 교화하셨던 상불경보살님을 보면, 나와 선한 인연으로 연결되었던 아니면 악한 인연으로 연결되었든, 결국은 나와 인연 있는 중생들을 돕게 된다는 점이다. 악한 인연과는 영원히 멀리하고 싶지만 그 인연조차도 사실은 소중하다는 가르침이 ‘상불경보살품’에 녹아있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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