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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 지목 현실화 요구에도 정부 부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 교계
  • 입력 2023.06.19 19:59
  • 수정 2023.06.20 09:37
  • 호수 1686
  • 댓글 0

국회 정각회, 6월19일 지목 현실화 토론회
양기영 교수, “지목 현실화는 헌법에 부합”
“전통사찰 경내지, 사적지로 지목변경 필요”
국토부·농림부·산림청 등 “취지 공감하지만
국민 형평성·농지보존 정책 위해 신중해야”
이원욱 의원 “사찰만 규제하는 건 납득 안돼”
국회 정각회, “정부와 TF 구성해 논의 지속”

상당수 전통사찰의 경내지 지목이 농지나 임야 등 비종교용지로 설정돼 있어 각종 규제로 전통사찰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가운데 국회 정각회(회장 주호영)가 ‘전통사찰 지목 현실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관계부처 실무자들이 전통사찰의 지목 현실화에 대한 근본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현실화를 위한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회 정각회는 전통사찰의 지목 현실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 관계자가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정각회는 6월1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전통사찰 지목 현실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주호영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금도 많은 전통사찰의 전각들이 잘못 지정된 지목으로 인해 불법건축물로 분류돼 건축물대장조차 없으며, 노후된 건축물의 보수 및 증개축 제한과 더불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늘 토론회에 참여한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전통사찰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세계유산에 걸맞은 보존관리 및 전승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이원욱 의원(정각회 명예회장)도 “수백년 전통을 가진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통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전문가들의 고견을 통해 우리 전통사찰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양기영 광운대 건설법무대학원 겸임교수가 ‘전통사찰에 관한 토지 및 건물정보 현실화 문제’를 주제로 기조발제했고, 유상철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 과장, 이승한 농림축산부 농지과 과장, 박승규 산림청 산지정책과 서기관, 임영아 문체부 종무1담당관, 화계사 주지 우봉 스님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양 교수는 최근 ‘전통사찰 지목 현실화’를 위해 이용호 의원과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2건의 ‘전통사찰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거론하며 ‘개정법안의 헌법적 당위성’을 언급하고, 전통사찰 지목이 비현실적으로 설정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용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전통사찰의 건축물이 위치해 실질적으로 종교용지로 활용되고 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교용지로 지목을 변경할 수 있는 내용이다.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전통사찰 내에 건축허가·신고를 하지 않고 건축하거나 대수선한 건축물 중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건축물은 한시적으로 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고, 구조 안전 등에 지장이 없고, 이행강제금 체납이 없으면 건축물 사용승인서를 내주고 건축물대장에 등재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양 교수는 “2건의 개정안은 민족문화유산 보존의 차원에서 전통사찰을 지정하고 전통사찰보호에 대한 국가적 의무를 강조한 2003년 1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전통사찰의 지정은 국가의 ‘보존공물’을 지정하는 것으로, 단순히 은혜적 시혜가 아니다. 전통사찰의 보호는 민족문화유산의 존속을 위한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통사찰은 단순히 종교단체의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되고 문화유산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전통사찰 지목 현실화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또 “전통사찰의 건물 및 토지정보의 불일치는 일제강점기 사찰령과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토지조사사업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전통사찰과 관련한 지목은 (1976년 지적법이 시행돼 종교용지로 변경되기 전까지) ‘사사지’로 불렸는데 ‘사사지’는 일제강점기 신사와 사찰부지를 포함하는 지목이다. 일본의 사찰과 신사는 주로 도시에 존재해 울타리 및 담장 중심으로 일단의 필지를 구분되고, 토지조사 사업 당시 경계설정 기준도 지형 및 인공적 구조물 중심으로 경계를 확정했다.

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사찰은 산속에 위치하고, 일본과 다른 산문 방식의 경계로 경내지를 구분하고 있음에도 토지조사 당시 일제강점기 책정된 지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통사찰의 불합리한 지목 설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통사찰 지목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양 교수의 시각이다.

양 교수는 이와 함께 전통사찰 지목 현실화 방안으로 “전통사찰의 지목 설정을 사적지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 교수는 “문화재와 전통사찰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유형의 토지 특성이 있고, 둘 다 역사적 가치와 후손들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인 ‘보존공물’”이라며 “같은 유형의 토지로 이용목적이 같다면 동일 지목으로 설정하는 것이 지목 행정의 공정성뿐 아니라 합리적 제도운영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했다. 사적지로 지정될 경우 전통사찰 경내지임에도 불법으로 전락한 건축물들을 양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부 부처 실무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들은 “전통사찰 경내지에 대한 불합리한 지목 설정으로 전통사찰이 겪는 각종 규제 및 제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불교계(전통사찰)도 국민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농림부 관계자는 “기후위기 및 전쟁 등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식량안보를 위한 중장기 농지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화계사 주지 우봉 스님은 “전통사찰은 민족문화유산으로서 ‘보존공물’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스님과 신도들의 신행활동이 이뤄지는 살아 숨 쉬는 곳”이라며 “그럼에도 현재의 각종 법령은 전통사찰이 10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있도록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사찰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통사찰 경내지에 한해 ‘사역지(史域地)’라는 별도의 지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본 이원욱 의원은 “전통사찰이 화장실과 전각을 짓는다고 난개발이 되고 경관이 훼손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정부에 의해 난개발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통사찰에 대해서만 난개발 운운하며 규제를 해소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통사찰의 지목 양성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정부 부처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가 함께 TF팀을 구성해 전통사찰의 지목 현실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86호 / 2023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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