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이 ‘대학생 전법을 위한 특별기고’를 법보신문에 보내왔다. 이 회장은 특별기고를 통해 요즘 대학생들의 특징을 비롯해 대학생들에게 전법을 어떻게, 무엇을 전법할 지를 깊이 있게 모색했다. 법보신문은 3회에 걸쳐 이 회장의 원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대전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자교수회를 창립하고 대전대 학생불자모임(유심회) 지도교수를 맡는 등 활발한 신행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편집자
“회장님, 삼요를 아세요?” 모임에 함께 하신 스님에게서 나온 말씀이라 설마 하면서 즉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랍니다.”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동시에 상사의 업무지시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3종 세트’로 묶은 이들 MZ세대의 신조어를 떠올렸다.
그랬다. 이들 세대는 생애 첫 전화기가 스마트폰이다. 그만큼 개방적이고 소통에 능하다. 동시에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평가와 반응에 민감하다. 맛집 찾기에서 메뉴보다는 소비자 댓글에 더 영향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목숨 같고 세상사엔 공정에 예민하다. 특히 자기에게 어떠한 이익이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합리적 보상이 약속된다면 밤샘 작업도 서슴지 않는다. 전법을 하려면 최소한 이러한 삼요에 답할 수 있는 합당한 설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 동아리 가입을 권하면 으레 듣는 말이, ‘얼마나 자주 가야하나요?’다. 수업은 물론 영어공부, 스펙쌓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인해 동아리 회원조차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학생에게 오늘 법회와 다음 법회에 연속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렵사리 나온 학생들에게 ‘왜 이거밖에 안왔지’라고 생각한다면 언감생심이 되겠다.
이들에게 어떠한 부처님 법부터 전해야 할까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야심경’에 이어 ‘금강경’까지 불교 교리를 체계적이고 깊게 알려주고 싶고, 참선 수행을 통하여 해탈의 경지를 체험해 주고도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소비자라면 그들이 어떤 물건을 필요로 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전자제품 세일즈맨도 안다. 대학생들에게 냉장고와 에어컨 구매를 권유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을. 이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무선 이어폰과 태블릿 PC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깊이 있는 경전공부가 필요한 때와 참선수행으로 마음을 닦을 시간이 절실한 시절이 따로 있다. 불타는 전법 의지를 오히려 곰삭이며 이유식 먹이듯 불교문화와 불교 교리에 입맛을 들이는 정도에 머물 줄 아는 것도 지혜다.
대학생들에게도 그들 자신의 세계와 논리가 있음을 알고 존중해야 한다. 모든 게 불안한 젊은 날의 팍팍한 현실과 맞서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려 애쓰는 이들에게 휴식이 되고 힘이 되어주려는 진심을 가지고 다가서야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 법당과 법회만을 고집하지 말고 이들이 놀 수 있는 아지트와 플랫폼을 만들어 주자. 좋은 악기나 앰프가 없어도 스마트폰과 비트박스로도 흥을 돋우는 게 이들이다.
이게 실제 벌어지는 곳이 있다. 홍대선원(Justbe Temple)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매개로 서로를 연결한다. 법당에선 다도와 독서, 요가, 댄스, 소리 명상 등의 수업이 진행된다. 게스트하우스는 영락없는 나만의 동굴이다. 이들 공간의 주인은 청년이고 스님들은 조력자에 머문다.
동아리 법회 법문에서 학생들에게 말을 던졌다. “볼을 꼬집어 보세요. 아프다면 그게 여러분이 살아있다는 의미예요.” 꼬집어서 고통을 느낄 때 살아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을 보면 고통이란 곧 삶의 징표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이 삶은 곧 고통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법으로 자신의 삶을 고요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생각을 멈추어 차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대학생들은 자신이 구하던 이익이 바로 이것이라고 열광할 것이다.
장사꾼도 잘 안다. 상품이 손님의 눈을 사로잡지 못하면 제일 먼저 상품의 디자인부터 바꾼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무종교로 떠난 기존 신도의 비율이 가장 많은 불교로서는 일단 나부터 변하는 것을 전법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부처님 말씀을 자신이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생 전법에서 무엇을 전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과 만나는 길이다. 이들은 자신의 느낌과 평가를 매 순간 세상과 공유한다. 불교의 새로운 변화도 스마트폰을 통해 순식간에 세상으로 전해질 것이다.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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