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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안하지 않으려면

기자명 성원 스님

우리는 가끔 미래가 공포스럽지 않을까 걱정한다. 앞날에 대한 걱정 근심이 전혀 없다면 정말 중생의 삶이 아닐 것이다. 시간과 공간 속에 갇혀 살아가는 사바세계 사람들은 항상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무시하며 계획을 하고는 그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일찍이 세존께서는 이러한 시공간의 문제가 실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갈파(喝破)하시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영원한 자유인 대자유인의 삶을 이루셨다.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영원한 자유인’이라고 하는 것은 시간적 한계를 초월하신 여래라는 표현이고, ‘대자유인’이라고 하는 것은 공간적 한계를 넘어선 세존이라는 찬탄이다. 얼마나 감미로운가!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초월한 인간의 자유로움을 상상해보라. 

봉축 행사 때 자주 인용하는 정형화된 예찬의 표현 중에 ‘우주에 충만하사 아니 계신 곳 없으시고 만유에 평등하사 두루 살펴 주시옵는 거룩하신 부처님’이라는 글귀가 있다. 정말 시공을 초월하신 부처님의 경지를 너무나 잘 표현한 명문이다. 공간에 얽매이지 않아서 우주 어디에나 나투시니 우주에 충만하심이요. 만년의 세월에도 항상 여여하게 머무시니 시간을 초월하심을 어떻게 이토록 명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였을까라는 생각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 찬탄구를 자주 인용한다. 이 문장에 불교의 모든 일체 교리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교 핵심 교리인 중도사상도 좌우 상하, 과거와 현재의 어딘가에 기준을 두고 얽매이지 아니하는 자유로운 삶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이다.

사람들은 늘 앞날의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최근 사람들에게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대중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엄청난 변화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상상하고, 얘기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공포심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가 모두 희망적인 것만 있어서가 아니라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집단 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환경적 재앙으로 인해 온도상승이 초래할 엄청난 현상들과 핵에 노출될 수도 있을 엄청난 재앙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불교는 ‘무지가 공포를 낳는다’고 가르친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반야심경’에서 관자재보살님은 반야 바라밀 수행을 통해 마음에 모순적 갈등이 없어지고, 그로 인해 고통에서 벗어났으며, 일체의 고통도 없어졌다고 한다. 함축하면 무지는 괴로움이요, 공포요, 고통이다. 무지는 지혜의 종교를 표방하는 불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1호 대상이다. 언젠가 도반스님이 “탐진치 삼독 중에 탐심이 독이요, 화가 우리 삶을 갈아먹는 독이라는 것을 잘 알겠는데, 어리석음이 왜 독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열심히 참선 수행하던 스님은 다시 만나서는 “탐진치가 삼독이라 하지만 하나만 꼽는다면 ‘치(恥), 어리석음’”이라고 단언적으로 말했다. 깊이 사유해보니 탐욕심도, 화내는 마음도, 결국은 지혜가 부족한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지혜의 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 최고 지름길이라고 한 이유다. 

인류는 거대한 집단 지성체계를 이루어서 시간과 공간에 따른 막연한 공포로부터 지구촌 사람들을 평안하게 해주고 있다. 미래의 환란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은 불확실성을 예측하여 제거할 지혜를 갖추고 있다는 믿음으로 더 이상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올해는 엄청난 장마 소식과 상상 초월하는 폭염 뉴스로 인해 벌써 숨 막힐듯한 여름이 다가온다. 이제는  더 이상 좌불안석하지 하지 말고 천년 불법의 지혜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산사를 찾아 올여름 반야의 청량함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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