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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조에게 영향을 미친 대승경전 ② 화엄경·열반경·능가경 

기자명 정운 스님

화엄경 성기사상, 마조선의 핵심

모든 중생, 불성 갖고 있다는
열반경의 핵심사상을 비롯해
초기 선종 소의경전, 능가경
마조가 선 확립하는 데 영향

지난 연재에 이어 ‘화엄경’의 성기(性起) 사상을 살펴보자. ‘여래성기품’에서 말하는 성기란 원래 여래의 지혜인 여래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인데, 불성현기(佛性現起)가 줄여진 말로서 성(性)의 기(起), 혹은 성의 현현(顯現)이다. 즉 번뇌가 전혀 없는 부처가 중생에 현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이란 법계가 여래로 되어 출현하는 것, 중생의 마음 가운데 지금 바로 일어나고 있는[現起] 그대로가 바로 여래의 성기이다. 이는 수행에 의해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부처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생이 이 점을 모르고 있다고 하면서 부처님께서 탄식한 부분이 있다. 

“기이하고 기이하다. 모든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있구나. 내가 마땅히 성인의 진리로서 그 허망한 생각과 집착을 여의케 하고 자기의 몸속에 있는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리라.”

이렇게 ‘화엄경’에서 여래성기를 설한 것은 바로 중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여래의 지혜가 행화되어 그 결과 중생도 여래와 같은 본질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마음과 부처·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고 하였다. 이 성기사상은 평상심의 근원이요,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청정한 불성을 자각하는 마조선의 핵심이 된다. 

이어서 ‘열반경’의 불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불성이란 부처가 될 원인,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 불성은 모든 대승경전에 광범위하게 스며있지만, 특히 구제불능인 일천제(一闡提)도 불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열반경’의 특징이다. 이 불성의 변치 않는 성품을 ‘열반경’에서는 소금과 꿀·물[濕性]에 비유를 들어 설하고 있다. 

“소금이 짠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물질로 하여금 짜게 하고, 꿀은 본성이 단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물질을 달게 하며, 물은 습한 본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물질로 하여금 습하게 한다.”

마치 이 소금·꿀·물이 어디에 섞여도 그 본 성품은 변하지 않고 살아 있듯이 지혜 불성도 어떤 번뇌에 뒤섞일지라도 그 본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불성이 특정인만이 아닌 모든 중생이 다 갖고 있다는 것이다[一切衆生悉有佛性].

마지막으로 ‘능가경’을 보자. 도선(596~667)이 편찬한 ‘속고승전’에 의하면, 달마가 혜가에게 4권 ‘능가경’을 주면서 “내가 이 중국 땅을 관찰해보니 오직 이 ‘능가경’만이 있을 뿐이다. 이 경을 의지하라”고 하였다. 이에 ‘능가경’은 선종 초기의 선사들에게 있어 수행의 심요가 되었던 소의경전이다. 

‘능가경’에 자각성지(自覺聖智)를 설하고 있어서다. 자각성지란 자내증(自內證)으로 스스로 깨달아 번뇌를 여의고 여래지(如來地)에 드는 경지이다. 이 자각성지를 ‘능가경’에서는 종통(宗通)으로도 설명한다. 

“종통이란, 자내증의 법을 얻어 뛰어난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언어와 문자를 여의었고 무루계(無漏界)에 뛰어올라 스스로 깨달아져 있는 경지이다.”

‘능가경’에서는 종통을 뒷받침해주는 설통(說通)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종통이 궁극적 깨달음의 경지라면, 설통은 논리적인 설명이다. 종통설통은 ‘능가경’의 본질이요, 곧 선종의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서산 휴정 사상에 비대하면, 선시불심(禪是佛心) 교시불어(敎是佛語)라고 할 수 있다.  

‘능가경’은 당시 초기 선종의 소의경전이었으며 마조가 선을 확립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마조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달마가 ‘능가경’을 인용해 일심의 법을 전했다. 이 일심의 법이 본래부터 모든 중생에게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염려되어서다. 이에 ‘능가경’을 불어심(佛語心)으로 하며, 또한 무문으로 법문을 삼는다.” 마조는 ‘능가경’에서 설한 심지나 불어심을 그가 주장하는 평상심 및 즉심시불의 사상적인 근거로 삼고 있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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