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 수행이론의 총망라(59)-성불 관련; 각론⑥

해도 해도 끝 없는 게 대승 보살행

불교는 이성의 합리성 바탕
신앙으로 이성 되짚어 반성
무애륜 큰 삼매 속의 명상은
이제 됐다는 마음의 티 없어 

‘화엄경 십정품 제27’에 10종의 큰 삼매가 소개되었다는 이야기는 제65회 연재에서 이미 했다. 지면의 제한도 있으니, 10종의 삼매 중에서 첫째의 ‘너른 광명의 큰 삼매’는 제65호에서 했으니 되었고, 중간은 생략하고, 이제 마지막의 ‘무애륜 큰 삼매’를 소개하며 ‘십정품 제27’ 전체를 마치려 한다. 

‘무애륜 대 삼매’는 제43권 한 권 전체에 할당된다. 역시 문단을 쪼개서 읽는 독서가 효과적이다. ①첫째 대목은 무애륜 삼매에 들어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이고, ②둘째 대목은 들어가고 나서 실천하는 지혜의 작용을 나열하는 부분이고, ③셋째 대목은 삼매를 잘하면 결과적으로 얻는 이익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첫째와 셋째는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가능한 한 둘째 대목에 지면을 더 할애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①의 무애륜 삼매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본문에서는 모두 22구절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화엄의 경학에서는 이 22구절에 대해서도 ‘인-과’의 구조로 분석한다. 당사자 본인의 몸과 입과 마음 등을 활용하여 걸림 없는 삼매에 드는 총 11구절은 ‘원인의 작용’을 설명한 것이고, 뒤의 11구절은 부처님의 힘으로 삼매에 들어가는 ‘결과의 작용’을 설명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삼매에 들어감에도 인위(因位)에 있는 본인 자신의 노력이 바탕이 되고, 그 위에 과위(果位)에 계신 부처님의 가피가 보태져야 한다는 ‘화엄경’ 구성 작가의 발상이다. 불교는 이성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되, 신앙으로 이성을 되짚어 반성하는 종교이다.

②에는 삼매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실천의 양상을 불-법-승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즉, 첫째는 부처님께서 평생 몸소 보여주신 실천을 따라서 실천하는 것이고, 둘째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을 따라서 실천하는 것이고, 셋째는 보현으로 대표되는 보살행을 따라서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 문단으로 소개하고 마지막 문단에서 이상의 말씀을 매듭 짖는다.

한마디로 ②에서, 대승의 구성 작가가 ‘화엄경’의 이 대목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 메시지는, 대승을 표방하는 불자라면 실제 생활에서, 첫째 ‘대승에서 말하는 부처님’을 본받아 실천하고, 둘째 ‘대승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실천하고, 셋째 ‘대승에서 말하는 보살의 수행’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대승작가는 이런 실천을 후세 사람들에게 주문하는 과정에서 ‘묘한 발상’을 하고 있다. ‘화엄경’ 문장의 곳곳에 그런 발상이 드러나지만, 위의 셋째 부분에 국한해서 설명을 보태기로 한다.

즉, ‘보살의 수행’을 저마다의 현장 속에서 실천하라고 하는데, 끝도 시작도 없이 계속하라는 것이다. 먼저, 그런 작가의 표현을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 번역을 통해서 보기로 한다.

“이 보살마하살은 보현의 행에 머물러서 잠깐잠깐 동안에 백억 말할 수 없는 삼매에 들어가지마는 보현보살의 삼매와 부처님의 경계를 장엄한 앞 시절[前際]을 보지 못하느니라.” 

독자 여러분은 ‘앞 시절[前際]을 보지 못하느니라’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자신이 이전에 수많은 보살행을 했더라도 그것을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래서 ‘앞 시절[前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연을 ‘화엄경’ 본문에서는 열 가지 이유를 들어 소개하고 있는데, 청량국사는 ‘청량소초’에서 이 열 가지 이유를 줄여서 “차삼매경 구경무진고(此三昧境 究竟無盡故)”라고 표현했다. 즉, ‘무애륜 큰 삼매’ 속에서 하는 명상은 그 대상[境]이 한없이 많기 때문이란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가? ‘이만큼 했으니 됐다’라는 마음의 티가 없기 때문이다. 선불교에서는 이런 마음가짐을 ‘전제후단(前後際斷)’이라고 한다. 선(禪)이 교(敎)를 떠나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앞생각도 잊고, 뒷생각도 잊으니,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대승의 보살행이다.

③에서는 삼매 수행을 잘하면 그 결과로 얻게 되는 효험을 네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부처님으로부터 얻는 효험, 둘째는 자기 자신 속에서 생기는 효험, 셋째는 깨침을 완성해가는 과정상의 효험, 넷째는 결과적으로 본인 자신이 부처 되는 효험을 얻게 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