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5.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위빠사나

기자명 일중 스님

지혜·열반 경지로 나아가는 명상

부처님 강조한 몸 관찰 수행
마음 가늠할 수 있는 단초와
불변 없음 명료히 통찰 가능
통찰지 향상될 때 열반 이뤄

‘대념처경’은 사념처(四念處)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위빠사나명상의 소의경전이다. 4념처란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身念處), 느낌을 관찰하는 수념처(受念處), 마음을 관찰하는 심념처(心念處), 법을 관찰하는 법념처(法念處)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념처’라고 쓰지만, 경전의 문맥에서 보면 ‘염처’보다는 ‘수관(隨觀)’이란 말이 더 적절하다. 즉 신수관(身隨觀), 수수관(受隨觀), 심수관(心隨觀), 법수관(法隨觀)이다. 수관이라는 말은 ‘따라서, 쫓아서 보고 관찰함’이란 뜻이다. 즉 신수심법이라는 4가지 마음챙김의 대상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그때마다 바로 보고 관찰해 대상을 명확하게 알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부터는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신수관) 위빠사나명상을 다뤄보고자 한다.

먼저 몸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몸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음(心)이 정신(名, nāma)으로 구성되었다면, 몸(身, kāya)은 물질(色, rūpa)로 구성되었다. 아비담마에 의하면, 몸은 지수화풍 4가지 근본물질(四大)과 24가지 파생물질로 이루어졌다. 4대 물질은 몸을 이루는 필수요소들이자 주요물질들이다. 24가지 파생물질은 감성물질과 성물질, 생명기능의 물질 등 4대 물질에 의존하고 적절하게 결합하여 몸을 구성한다. 물질로 구성된 몸을 생기게 하는 원인(조건)은 업과 마음, 온도와 음식이라고 한다. 이런 원인의 결합으로 몸이 만들어져서 한 인간이 가진 수명만큼 몸은 생명을 유지한다. 또한 호흡과 음식이 적절하게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함도 중요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몸은 언제든지 변형과 변화가 일어나고 정상적인 활동이나 작용에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위빠사나에는 6가지 명상법들이 있다. 들숨 날숨에 마음 챙김을 관찰하는 호흡명상, 걷기명상 등 행주좌와 4가지 동작(자세)에 대한 마음챙김명상, 일상생활에서 몸의 모든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분명한 알아차림명상, 머리털부터 시작해서 몸의 32가지 부위에 대한 관찰, 지수화풍 4대를 구분하고 분석하는 명상, 그리고 시체가 부패해가는 과정을 9가지로 관찰하는 묘지관찰명상이다. 

부처님은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수행을 왜 맨 처음에 두었을까? 몸을 관찰하여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몸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에 대한 중요한 몇 가지 공동의 포인트를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몸은 느낌이나 마음, 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친 대상이다. 따라서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의 구체적인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초보 수행자들이 위빠사나명상을 시작하기에 쉽고 좋다. 또한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방황할 때, 현재 이 순간으로 빨리 되돌아올 수 있는 대상으로 삼는데에도 구체적이어서 좋다. 왜냐하면 몸은 마음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여러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둘째, 몸과 관련된 것들을 기반으로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확립시켜 몸의 본성과 본질을 통찰하고자 함이다. 몸의 본성을 통찰한다는 것은 물질로 만들어진 몸이 고정된 것도, 청정한 것도, 영원불변한 것도 아니며 끊임없이 변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통찰하기 위함이다.
 
셋째, 몸이 변화생멸의 무상성을 가졌다는 것을 지혜로써 통찰할 때, 그 수행자는 또한 몸은 괴로움의 성질을 가졌다는 것도 통찰할 수 있고, 따라서 영원불변의 실체인 자아가 없다는 무아성을 통찰하게 된다고 ‘메기야경(Ud4:1)’은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러니까 몸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으로 얻는 지혜는 바로 무상·고·무아라는 위빠사나 지혜(Vipassanā-ñāṇa)와 통찰 지혜(paññā)이다. 

그러나 이 지혜가 최종의 목표는 아니다. 위빠사나 지혜와 통찰 지혜가 순일하게 익어가고 예리하게 향상될 때, 수행자는 지혜의 정점에서 몸과 마음(물질과 정신)의 너머인 출세간의 도과(道果)의 지혜(magga-phala-ñāṇa), 열반의 경지로 나아간다. 이것이 위빠사나명상의 최종 목표이자 목적지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