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최응천)과 경주시(시장 주낙영)가 6월30일 오후 2시 경주 황룡사지 남쪽 ‘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 발굴조사 현장에서 조사성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발굴조사는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가 맡았다.
문화재청은 현장설명회에서 “조사결과 미탄사는 8세기 이후 신라왕경 내 도시가람으로 지어진 귀족층의 원찰(願刹·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던 사찰)로 추정된다”며 “통일신라시대 왕경 사찰 연구에 있어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주 신라왕경은 바둑판 모양의 구획을 격자형 방내도로로 나눈 계획도시로, ‘미탄사지’는 신라왕경 내 가로75m, 세로160m, 면적12,000㎡ 규모의 방리제(일정한 영역으로 나눈 도시구획)에 위치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탄사는 황룡사지 남쪽 신라방 안에 있던 가옥이 8세기 후반에 사찰로 전환돼 13세기까지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탄사는 문지(문이 있던 자리)-탑-금당이 남북으로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금당이 탑의 중심축선상에 벗어나 있어 전형적인 왕경 내 사찰과 다른 가람배치를 보인다. 또 삼층석탑과 금당지를 비롯한 여러 동의 부속 건물, 원지(園池·정원 안에 있는 연못), 담장, 우물, 배수로 등을 갖춘 것으로도 파악되며, 사역은 예불공간(금당, 삼층석탑), 생활공간(승방 및 부속 건물), 후원공간(원지 일원)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된 원지(33×28m, 900㎡)는 금당지 북서쪽에 직선호안과 곡선호안으로 이뤄졌다. 직선호안은 동벽과 북벽에 강돌을 여러 단으로 쌓아 만들었고, 곡선호안은 서벽과 남벽의 자연지형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원지는 입수구(入水口)를 갖춰 동쪽 남북대로(大路)의 배수로에서 물이 흘러 들어갈 수 있게 조성됐다. 미탄사 원지는 ‘경주 동궁(東宮) 월지(月池)’ ‘구황동 원지’ ‘용강동 원지’와 함께 신라왕경 내 원지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통일신라 말~고려 초 조성된 것으로 여겨진 ‘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의 하부 지정층 조사 결과 석탑이 신라 삼국통일 후 100년이 지난 8세기 후반에 건립됐음을 새롭게 확인했다.
미탄사는 ‘삼국유사 권1-기이 1편’에서 “신라시조 혁거세왕: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다.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의 남쪽에 옛 터가 있다. 이것이 최후(崔候)의 옛집이 분명하다”는 기록만 있었지 실존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미탄사지’는 2013년 문화재청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에 첫 번째 사적지로 선정돼 2014년 ‘미탄(味呑)’명 기와 출토로 사찰위치가 확인됐다. 2018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 미탄사의 사역(사찰이 차지하는 구역)과 배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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