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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초콜릿붓다·부처빵은 엄연한 훼불이다

  • 기자칼럼
  • 입력 2023.07.11 14:46
  • 수정 2023.08.04 10:37
  • 호수 1689
  • 댓글 30

초콜릿 불상 만들어 녹여 먹으며 '작품'으로 박람회 등장
경주선 불두 모양 빵 만들어 베어 먹으며 ”귀엽다” 리뷰
부처님은 불자들 '사생자부'…선광 스님 "종단 대응 절실"

부처님의 형상을 한 초콜릿과 빵이 전시·판매되고 특허까지 얻었다. 불교문화의 최신 트랜드를 보여준다는 박람회에도 등장하고 대한민국 최대의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는 경주에서도 특허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제법 인기도 끌고 화제도 모은다. SNS에서는 부처님 형상의 초콜릿을 녹여 먹고, 부처님 얼굴 모양의 빵을 베어 먹으며 “재밌다” “귀엽다” “맛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하고 자랑하는 글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 게시돼 있는 '경주 부처빵' 관련 리뷰. [인터넷 캡처]
포털사이트에 게시돼 있는 '경주 부처빵' 관련 리뷰. [인터넷 캡처]

반면 그런 모습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람회장에서는 불상을 녹여 먹는 모습에 경악한 스님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SNS에서는 부처님 얼굴 모양의 빵에 불쾌해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물론 “초콜릿이면 어떻고 빵이면 어떻냐”고, “뭐가 문제냐”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부처님께서는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 하셨고 불상에 경배하라고 가르치신 적도 없다”며 제법 한소식했을 법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금강경’의 가르침이 어떻고, 선사들의 일화가 어떻다고도 덧붙인다.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있는 초콜릿 붓다 관련 리뷰들. [인터넷 캡처]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있는 초콜릿 붓다 관련 리뷰들. [인터넷 캡처]

하지만 대다수의 불자들에게 불상을 녹여 먹고 불두를 씹어 먹는 모습은 불쾌하고 불편하다. 전국의 사찰 법당에는 불상을 향해 열심히 절하는 불자들이 있고 부처님의 얼굴과 모습을 한 땀 한 땀 정성껏 사불하며 수행하는 불자들이 있으며 부처님 떠올리며 명호를 부르는 염불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굳이 부처님 형상으로 만들어진 초콜릿과 빵을 씹고, 뜯고, 맛본다는 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상을 대하는 언론과 상당수 일반인들의 태도다. 몇 해 전 가톨릭의 성체를 불로 태우는 SNS 사진 한 장에 대해 ‘성체 훼손’이라며 언론들은 앞다퉈 기사를 쏟아냈다. 유럽에서 예수 모양의 초콜릿이 출시되자 불거졌던 종교계와 여론의 거센 반발 소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불상을 녹여 먹고 불두를 베어 먹는 행태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한다. “불교는 이래도 괜찮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2018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성체 훼손 논란 사진 [워마드 캡처]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런 경우에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훼불에도 대해서는 안 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은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은 깨달음의 견처에서 취해야 할 태도”라며 “불교 신앙의 뿌리인 부처님의 형상을 희화하는 이들 가운데 깨달음의 안목으로 그와 같은 일을 한 이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경전에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조성한 공덕이 무량하다는 찬탄과 함께 부처님의 모습을 훼손하거나 불태우면 아비지옥의 과보가 뒤따를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물건 속에는 불상을 조성하고 예배하는 불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부처님이 교조인 불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불자들은 부처님을 ‘사생자부(四生慈父)’로 예경한다. 그런 부처님의 형상을 갖고 벌이는 이런 행태들은 불자들에 대한 만행이나 다를 바 없다. 부모나 자식의 모습을 한 초콜렛이나 빵이라며 그렇게 쉽게 녹여 먹고 씹어 먹겠나?

불상은 예경의 대상이다. 점안을 했느냐, 복장물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의 형상을 떠올리면서 그 가르침을 함께 떠올리고 그 형상을 우러르면서 수행하고 있다. 기독교의 십자가나 성체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형상은 불교의 상징이고 부처님의 상징이다.

“이런 일에 대해 스님들과 불자들 또한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선광 스님은 “특히 종단 차원에서 이 같은 행위가 엄연한 훼불임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대응해야 이 같은 일들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성체 훼손’ 논란이 벌어졌을 때에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신자들의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종교평화위원장 도심 스님도 “이러한 현상들이 불교를 친숙하고 어렵지 않게 전달하겠다는 뜻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불교를 무시하거나 폄훼하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는 여지 또한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불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는 행태를 불교계가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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