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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스님 105년 전 창간한 ‘유심’, 계간 문예지로 재창간

  • 교계
  • 입력 2023.08.29 15:00
  • 수정 2023.08.30 14:11
  • 호수 1695
  • 댓글 0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2023년 가을호’ 발간
1918년 9월1일 창간…일제 탄압 3호 만에 폐간
2001년 무산 스님 복간…2015년 또 다시 ‘폐간’
“3교구 전폭 지원 힘입어 상생의 정신 담겠다”
전국 공공·마을도서관에 배포…시민 접점 넓혀

(사진 왼쪽부터) 권영민 발행인, 신달자 편집주간, 이숭원 편집위원, 신철규 편집위원. 
(사진 왼쪽부터) 권영민 발행인, 신달자 편집주간, 이숭원 편집위원, 신철규 편집위원.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만해 스님이 창간했던 근대적 종합교양지 ‘유심’이 계간 문예지로 재창간됐다.

재단법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권영민, ‘유심’ 발행인, 이하 선양회)는 ‘시 전문 계간지 유심’을 9월1일자로 재창간하고 2023년 가을호를 발간했다. 만해 스님이 1918년 9월1일 ‘유심’을 창간한 이후 꼭 105년 만의 재창간이다. 8월29일 서울 종로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은 권영민 선양회 이사장은 “만해 스님이 ‘유심’을 창간한 날에 맞춰 ‘유심’의 재창간을 공표하게 돼 더없이 뜻 깊다”고 밝혔다.

‘유심’은 ‘조선불교유신론’을 펴내며 일제의 종교침략에 맞서 임제종 운동을 주도했던 만해 스님이 직접 편찬과 발행인을 맡아 창간한 불교잡지였다. 이전의 불교잡지들이 교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치중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유심’은 교리의 틀을 깨고 대중성을 강화한 획기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시, 소설, 수필 등 근대문학을 포함해 과학 등 다양한 기사를 수록하며 근대적 종합교양지의 형식을 드러냈다. 석전 스님, 용성 스님, 이능화, 양건식, 최린, 임규, 최남선 등 당대 대표 종교인, 사상가, 문인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하며 대중적 잡지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것도 만해 스님의 안목이 드러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유심’은 3호 발간을 끝으로 같은 해 12월1일 폐간됐다. 조선의 근대화와 개혁, 청년들의 계몽을 이끄는 조선불교의 새로운 구심점인 ‘유심’이 일제의 핍박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이듬해 3·1만세운동이 벌어지며 ‘유심’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유심’은 80여년이 지난 2001년 설악무산 스님의 원력에 힘입어 복간됐다. 당시 ‘만해기념사업회’가 만해 스님의 정신 계승을 목표로 ‘유심’을 복간, 저명한 작가들의 글을 속속 게재하며 ‘유심’은 불교계를 넘어서는 대표 문학잡지로 성장했다. 특히 해마다 유심작품상을 선정, 신인 문학인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5년 ‘유심’은 통권 92호를 끝으로 또다시 폐간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권영민 이사장 겸 발행인.
권영민 이사장 겸 발행인.

권영민 이사장은 “당시 만해기념사업회가 지원하고 있는 잡지는 ‘유심’ 외에도 ‘불교평론’ 등이 있었고 복간 당시 계간지였던 ‘유심’은 격월간을 거쳐 월간지로 발행되고 있었다”며 “2015년 무렵 문단에 100여 종의 문예지가 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심’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제기가 많았고, 이에 호흡을 가다듬자는 의견이 모였다”고 폐간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휴간이나 정간이 아닌 폐간으로 신고된 까닭에 ‘유심’의 복간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다. ‘재창간’으로 세상에 나온 이유다.

‘유심’ 편집주간을 맡은 신달자 시인은 “‘유심’의 재창간을 준비하던 지난 여름 시간은 폭우, 더위, 살인사건 등 ‘극한’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는 불안의 시간이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유심’은 상생을 기조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실함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잡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신달자 편집주간.
신달자 편집주간.

2023년 가을호 ‘유심’에는 문태준 시인을 초대시인으로 구중서, 유자효, 이종문, 정수자, 홍사성 시인의 신작 시조와 이근배, 오세영, 엄제국 시인 등의 신작시를 수록했다. 안서현·안지영 문학평론가의 ‘이 계절의 시집’, 신달자 시인의 ‘내 마음의 시 한편’, 구효서 소설가의 ‘예술가의 산문’, 이숭원 시조시인의 ‘다시 읽는 무산시’, 백승호 국민대 교수의 ‘다시 읽는 만해 한용운’ 등 다채로운 읽을 거리도 눈길을 끈다.

신철규 편집위원은 “시 전문지인 동시에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인문·교양 글을 수록해 종합 문예지, 인문서로서 ‘유심’의 지평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영민 이사장은 “만해 스님이 ‘유심’을 창간하며 강조한 민족의식과 자유평등사상 그리고 설악무산 스님이 ‘유심’을 복간하며 강조했던 조화와 상생의 삶을 구현할 수 있는 매체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라며 “각박해진 세상, 피폐해진 삶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융숭하고 깊은 문학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유심’ 재창간을 계기로 만해사상 선양을 위해 헌신하셨던 오현 스님의 뜻을 이어 시인들에게 더 많은 등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고유의 시인 시조문학 활성화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선양회는 ‘유심’ 재창간에 특히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를 중심으로 한 설악산문 사찰들의 적극적인 출연과 지원이 있었음도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3교구의 모든 사찰이 선양회의 재단 이사로 참여했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유심’ 재창간을 계기로 문인들이 함께 하는 시낭송회를 9월23일 성북동 무산선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시민들과 만남의 자리를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양회는 ‘유심’ 2023년 가을호 3000부를 발간, 전국의 공공도서관과 마을도서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또 ‘유심’ 재창간에 맞춰 재단 홈페이지(manhaemusan.or.kr)를 제작,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유심’을 만나 볼 수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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