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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마조의 교육관- 하 대기대용(大機大用)의 교육방편

기자명 정운 스님

제자 스스로 깨닫게 이끈 교육자

환자에 따라 달리 처방하듯
수많은 방편으로 제자 지도
질문에 때로는 침묵하거나
직설적으로 가르침 주기도  

마조가 제자들을 교육시키면서 다양한 행동이 연출되었는데, 이를 대기대용(大機大用)의 제접법이라고 한다. 마조의 설법은 응병여약(應病與藥), 병에 따라 환자에게 약을 주듯이 다양한 방편으로 제자들에게 각각 다르게 지도하였다. 즉 마조는 달[月]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가리키는 손가락의 모양을 다양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마조는 제자의 질문에 자세하게 법을 설해주기도 하고, 반어법을 쓰기도 하며, 어느 때는 직설적이고 간명직절하게 설하기도 하였다. 또 문답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방심하고 돌아서는 제자의 이름을 불러 자성을 각성케 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또한 어느 때는 단 한마디로만 답할 때도 있었고, 어느 때는 침묵으로 일관할 때도 있었다. 몇 가지 마조의 교육방법을 보자.

① 침묵[良久]으로 일관한 예이다. ‘마조가 법좌에 올랐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때 백장은 좌복을 개어 한쪽에 두자, 마조는 법당을 나갔다.’ 마조에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깨달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마조는 그 침묵의 의미를 아는 근기가 있는 제자에게 행했다는 점이다. 

② 제자를 출가시킬 때도 마조는 그 제자의 처한 상황이나 직업에 맞추어 적절한 대화를 통해 수행자로 만들었다. 그 단적인 예가 유학자였던 오설영묵(747∼818)과 사냥꾼이었던 석공혜장이다. 석공에게는 사냥꾼이 쓰는 화살을 방편으로 하여 출가자로 만들었다. 또한 유학자였던 오설영묵은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도중에 마조가 머물던 홍주 개원사에 들렀다. 

마조가 영묵에게 물었다. 
“어디에 가는가?” “과거시험을 치르러 장안에 갑니다.” “수재는 너무 멀리 가는군!” “그러면 이 근처에도 시험장이 있습니까?” “눈앞에 무엇이 부족한가?”
오설을 출가시키면서 마조가 말했다. “머리를 깎아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대사 인연과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한다. 앞 문구의 시험장이란 선불장(選佛場)이 마조에게서 유래되었다.

③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하거나 특별한 환경일 때, 마조는 그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활용해 제자를 제접한 경우이다. 백장이 마조의 시자 소임을 살 때이다. 신도들이 대중공양을 올릴 때마다 백장은 호떡이 담긴 그릇의 뚜껑을 열어 마조에게 보이곤 했다. 어느 날 백장이 마조 앞에서 그릇의 뚜껑을 열자마자, 마조가 재빨리 호떡을 하나 들고 ‘이것이 무엇인가[是甚麽]’라고 물었다. 마조가 호떡이 무언지 몰라서 물었을 것인가? 제자가 그 순간이나마 물체를 통해 불성을 자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본체(本體)에 즉한 용(用)의 활용이라고 볼 수 있다.

④ 마조 문하에는 교종 승려들이 선종으로 사교입선(捨敎入禪)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 교학자들의 사교입선은 당대 초기 이전까지 최고조로 발전했던 불교학이 점차 쇠퇴하면서 선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사교입선한 대표적인 제자에 양좌주(亮座主)가 있다. 양좌주는 마조를 만나고 사찰로 돌아가 대중을 모아놓고 “지금까지 나의 논강은 그 어느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오늘 마조에게 질문을 받고서 평생 했던 공부가 얼음 녹듯 하였다”라고 한 뒤, 서산으로 들어가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 홍주에서 최고 대안사의 주지가 마조에게 귀의했고, 홍주의 천궁사 ‘율호(律虎)’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한 율사 항주지장이 마조에게 참문했다. 이외에도 사교입선한 제자에 ‘열반경’ 대학자인 분주무업·남전·흥선유관·장경회휘·아호대의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마조가 다양한 방법으로 제자를 지도했다고 언급했는데, 마조가 다양한 방편을 제자들에게 활용한 본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한 이후, 병이 낫는 것은 의사의 능력만이 아니라 환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지만 달을 보는 능력은 제자의 몫이다. 즉 마조는 제자 스스로 자각하는 방편을 활용한 진정한 교육자라고 볼 수 있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96호 / 2023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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