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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색깔’ 만들어낸 주역

‘법보신문’ 창간 주역들 선원빈 초대 편집국장(하)

종단·정권에 강단 있는 비판
데스크칼럼도 두고두고 화제
고승 기록 문화 기폭제 역할
불기협 최우수상 이름 명명

1988년 법보신문 창간 당시의 월산 스님과 선원빈 국장.
1988년 법보신문 창간 당시의 월산 스님과 선원빈 국장.

선원빈 국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가 인간적으로는 더없이 너그럽지만 언론인으로서는 칼날처럼 매서웠다고 기억한다. 선 국장이 왕생한 다음해인 1994년 12월 출간된 ‘솔바람 소리를 듣던 사람 선원빈’(불지사)에서 지인들은 그를 이렇게 추억했다.

“일생을 불교에 대한 애정으로 불교의 장래를 걱정했던 선원빈 거사는 천년 고찰을 지켜온 소나무처럼 열정과 냉철한 비판과 정확한 논리, 웅대한 안목으로 불교 언론을 이끌어온 수장이었다.”(전 직지사 주지 법등 스님) “내가 인연을 가졌던 인물을 회고해 보는 일이 가끔 있다. 그러면 경전(耕田, 선원빈) 같은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주는 인물을 만나게 되어서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가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주는 희망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 흐뭇함이랄까?”(한상범 전 동국대 교수) “선 국장은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후배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면 문학과 신문, 그리고 종단 이야기로 대중을 이끌어주고 귀와 눈을 열어주는 선배였다. 불교를 몹시 좋아했고, 신문을 끔찍이 사랑했다.”(최정희 전 현대불교 편집국장)

선 국장은 법보신문의 ‘색깔’을 만든 주역이다. 종단과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후배들을 위해 방패막이가 돼주었다. 선 국장의 탁월한 안목은 1991년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연재한 ‘뿌리 깊은 나무는’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교계언론에선 드물게 불교기자로 20년 살아오면서 보고 겪었던 종단의 주요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는 깊은 불교 이해, 문학적인 재능, 시대 흐름의 간파, 폭넓은 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2의 정화는 왜 필요한가’ ‘종정과 총무원장의 권력대립’ ‘봉은사 유휴지 매각사건’ ‘종정의 실력행사, 문도들의 배후조종’ ‘주인 없는 종립대학’ ‘총무원장의 직권남용’ ‘승가의 일을 세속법에 의존하다’ ‘끝없는 종단분규, 10·27법난 자초’ 등 이를 불편하게 바라볼 이들이 많음에도 ‘할 말은 한다’라는 정론직필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또 법보신문 창간 이후 현대 고승 17인에 대해 새롭게 정리한 ‘근세 한국 선사 재조명’은 근현대 고승 기록 문화의 기폭제가 됐다. 선 국장이 왕생하던 1991년 1월부터 10월까지 쓴 데스크 칼럼들도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교계에 가끔 떠돌아다녔던 우스갯소리로 “조계종은 꼭 나라꼴과 같다”는 말이 있었다. 주로 정부의 국회와 조계종 종회를 빗대어 쓰는 소리로, 모두 의결기구인 이들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때마다 늘 이 말이 그럴싸하게 떠돌았다.’(‘신 조계종의 건설’ 중)

‘출가자의 본분은 무엇인가. 종권을 잡아 이를 빌미로 재산축적과 자기 보신을 꾀한다면 출가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권력은 무상하다’ 중)

‘(방생 용도의) 물고기 중에는 수입된 것도 있다고 하고 방생 현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 고기들이 제대로 살아남기가 어려워 작선의 의미는 사라지고 오히려 공해유발이라는 폐해만 안고 돌아오는 셈이다. 방생이 사찰재정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굳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른 쪽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우리의 생명을 방생하나’ 중)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해인 1994년. 법보신문은 종단개혁의 한가운데 섰고 수많은 이들의 격려와 후원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당시 후원금 약 1900만원 중 ‘편집국뉴스’ 제작·발송비에 사용하고 남은 740여만원을 한국불교기자협회에 전달했다. 그리고 그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기자에서 수여하는 최우수상 이름을 선원빈상으로 명명할 수 있도록 요청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 국장은 갔어도 그의 정신은 오롯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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